이낙연의 언어 -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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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故 노무현 대통령에 반대하며 탈당파가 속출하자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던 이낙연 전 총리가 남겼던 촌평이 한동안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정치에 관해 잘 모르는 나였지만 그 당시 촌평에 모든 것이 정리되던 기억 또한 난다.


     "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을 모르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보라

       - <지름길을 몰라 헤매는 사람들에게 > -


        당시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인 나였지만 그 짧은 글귀에 흠뻑 빠지며 슬슬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신 우리 친정 아버지와 외모. 분위기, 말투, 전라도 출신이신 것 등 공통점이 참 많으셨던 분이라 호감이 더 갔는지도 모른다. 그랬던 분이 총리로 활동하시며 국회 청문회에서 지혜롭고 용단있게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신뢰감이 갔으며 그 분의 어록을 찾아서 읽을 정도로 화법을 닮고 싶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낙연 총리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제목 그대로 이 전 총리의 '언어'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전 총리의 '언어'에 대한 책이다. 그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 개월째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소위 '핫한' 정치인이다. 일각에서는 잘나가는 정치인에 편승하는 책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우리 독자는 그렇게 우매하지 않고 그렇게 한다고 읽어줄 리도 없다.

            이 책은 그의 언어 내공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 서문 中 -

         21년 동안 동아일보에서의 기자 생활을 통해 단련된 글쓰기와 20년 이상의 정치생활을 통해 훈련된 말하기에 관해 저자는 심도있게 밝히고 있다.

         1부 '쓰기의 언어'에서 저자는 이 전 총리의 글이 이순신 장군의 글과 많이 닮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일상의 집요한 기록, 건조체와 간결체, 디테일한 내용, 가치 중립적인 면들에서 그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고 있다. 즉, 이순신 장군의 관점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글쓰기를 분석한 것이다.

 

​         2부 '말하기의 언어'에서는 볼테르를 중심으로 이낙연 전 총리의 말하기에 관해 살펴본다.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라는 말을 남긴 볼테르처럼 그의 화법은 절제되고 간결하며 상대에게 잡힐 말꼬리를 거의 남기지 않기로 유명하다.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그를 두고 "말을 글처럼 하는 사람이다."라고 하고, 은수미 전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말을 받아 적으면 글이 되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가끔 그의 말을 들어보면 구어체가 아닌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문어체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어색하게 들리기보다는 참신한 느낌이 더 강하다.

                                    -  본문 126쪽 中 -             

          '말을 받아 적으면 글이 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너무 적절한 표현이다 싶다. 그 분의 어록들을 보면 그야말로 주옥 같다.



         3부 '생각의 언어'에서는 한비자의 세계관으로 이낙연 전 총리의 생각에 관해 살펴보고, 4부 '정치의 언어'에서는 정치인의 언어에 대해 알아보며 이 전 총리의 화법이 화제가 되고, 어록으로 남겨져 끊임없이 회자되는 현실을 짚어보며 우리가 그동안 잘 접하지 못했던 어록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부록에서는 우리가 tv 뉴스에서 보는 근엄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아닌 인간 이낙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평소 관심 있는 분에 관해 좀 더 알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가까이에서 그 분의 말과 글을 살펴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사실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인데, 그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주신 이낙연 전 총리..........   점점 더 그 분의 매력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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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이 5년 후 나에게: Q&A a day 빨강머리앤 Q&A a day
더모던 편집부 엮음 / 더모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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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저녁 먹기 전이면 항상 tv 앞에 앉아서 보던 만화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빨강 머리 앤'이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강 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만화영화가 시작되기 전 흘러나오던 주제가를 따라 부르며 어서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까딱 박자까지 맞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정도로 '빨강 머리 앤'은 나에게 있어 그야말로 '인생 만화 영화'였다. 다소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나에게는 씩씩하고 밝고 명랑한 앤이 선망의 대상이자 롤모델이기도 했다. 그랬던 추억의 친구 앤이 '5년 일기장'같은 책으로 나를 찾아왔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앤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마치 나에게 "많이 힘들지? 내가 매일매일 힘이 되어줄게~!" 라고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서둘러 책표지를 넘겨보니 매일매일 앤이 질문 한 개씩을 던지고 있는데, 5년동안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한글 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질문을 제시하고 있어서 영어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어로 답을 써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한 번 씩 영어로 쓰고 싶은 날에 영어로 답을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또박또박 정성껏 쓰다보니 정말 앤과 둘이서만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안그래도 최근 직장일도 바쁜데다 4월에 있을 이사준비로 몸과 마음이 정신없이 바쁜데 공교롭게도 25일 질문이 '이번 주에 가장 무리했던 일은 뭐였어?'였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만난 앤에게 요즘 힘들었던 일들을 가볍게 털어놓았다.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어떤 질문이 있는지 내심 기대가 되어 페이지 너머 빼꼼히 고개 들이밀고 보고 싶기도 했다.

           매일매일 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데, 이렇게 주고받는 걸 무려 5년이나 할 수 있다니 너무 든든하다. 5년 동안의 힐링을 저축해 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이젠 표지만 봐도 표지 그림 속 앤처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난 아직도 앤의 열렬한 팬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라 그런지 평생친구처럼 언제 봐도 좋은 앤! 그래서 나의 물건들 중에는 '빨강 머리 앤' 캐릭터가 그려진 게 많다.

         

  

        

               머그컵, 다양한 접시들, 가방, 카드수첩, 에어팟 케이스, 머리끈, 책갈피, 휴대폰 케이스, dvd, 탁상달력....... 이젠 이 책까지 도합 11종류이다. 요즘 나는 이사준비로 미니멀 리스트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 물건들은 절대로 처분할 생각이 없다. 안그래도 딸아이가 엄마는 어른이면서 무슨 만화 캐릭터 그림을 좋아하냐며 갸우뚱거린다. 나에게 있어 앤은 그냥 만화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나의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내 준 소울 메이트이다. 그런 친구가 5년 간 나에게 와서 하루에 하나씩 나를 찾아가는 질문들을 던져 준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 5년간의 시간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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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한 머리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 - 메모는 제2의 두뇌이다
김연진 지음 / 더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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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총기있다', '총명하다'는 소리를 곧잘 듣곤 했던 나였다. 나름 기억력도 좋고 눈썰미도 좋아 한 번 본 사람 얼굴도 잘 기억하고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기억에 잘 남는 편이라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기억력도 떨어지고 잘 잊어버려서 생활에서 불편한 점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자주 생겨나는 문제 중 하나가 출근할 때 한 번만에 못 나간다는 것! 현관문을 닫고 나가면 꼭 집에 놔두고 나온게 생각이 난다. 대체로 휴대폰이 그 빈도수 1위를 차지하며 2위는 자동차 키, 3위는 챙겨야 할 서류들 그 밖에 간식이나 소소한 준비물 등이다. 대체적으로 두어 번은 꼭 현관문을 다시 열고 들어왔다 나가야만 출근이 가능하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주차장에 내려갔는데 내가 몇 층에 차를 주차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본문 속에서 저자도 그런 경험을 얘기하지만 나 역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몇 번이고 했다. 그 바쁜 아침시간에 차를 찾아 헤매다보면 짜증지수가 올람감은 기본이요, 직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 그것도 월요일 아침에 그런 일이 가장 많다는 것! (몇 번의 낭패를 겪은 나는 결국 작은 메모보드판을 사서 현관문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퇴근길에 꼭 주차 층수를 보드마카로 적어둔다. 'B1', 'B2', '1층'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점점 감퇴되어가는 나의 기억력을 보존하기 위해 이젠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겠다 싶어 메모를 조금씩 하려고 노력하던 즈음 '둔한 머리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평소 내가 존경하는 정약용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 '둔필승총(둔한 붓이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를 살짝 패러디한 제목이라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직업은 교도소 교도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새벽독서를 한 후 1시간이 넘게 운전을 해서 직장으로 출근을 한 후 바쁜 업무처리를 하고 귀가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일반 직장인들과의 차이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직장이 교도소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저자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메모의 필요성을 좀 더 느꼈던 것 같다.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은 몸이 아플 때 딱히 특별한 처방이 없다. 심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부분 먹는 약으로 치료한다.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약을 주는 일은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다.

        수용자에게 약을 줄 때 교도관은 약봉지를 직접 뜯어서 준다. 목으로 삼키는 것까지 확인한다. 수용자가 약을 받아놓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몰라서이다. 약을 먹으면 '교도관 근무일지'에 기록을 한다. 날짜, 시간, 누가 먹었는지를 세세히 기록한다. 이 기록은 약을 먹었다는 증거로도 활용이 되지만, 차후 더 나은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교도관인 나는 평소 가지고 있는 메모습관의 덕을 많이 본다. 펜을 들고 적는 일이 교도관의 업무에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적는 것을 귀찮아하는 직원들도 있다. 그럼 꼭 일이 생긴다.

                                  - 본문 32쪽 -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야말로 많은 역할을 감당하는 팔방미인이다. 멘토처럼 교도소 수용자들을 품어주는 정 많은 교도관, 찬양사역을 감당하는 신실한 신앙인, '감사 메모장'으로 아내를 언제나 배려하는 따뜻한 남편, 딸아이의 육아일기를 쓰며 육아에 전심으로 동참하는 사랑 넘치는 아빠, 처가 식구들에게 책읽기 운동을 퍼뜨린 지적인 사위. 이 모든 게 저자를 호칭할 수 있는 다양한 이름표들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지는 못했다고 한다. 저자의 고백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원래 메모를 잘 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집중력도 약하고, 의지도 약했다. 당연히 공부를 잘할 리가 없었다. 또 상대방이 이야기하면 머릿속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주특기였다. 눈은 응시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그 상황을 외면하고 있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30세에 교도관이 되었다. 교도관이 되니 수용자를 상대해야 했다.

                                          ( 중간 생략 )

           특별한 이슈가 있거나 수용자가 특수한 행동을 보이면 다이어리에 고스란히 다 적었다. 날짜를 적고, 시간을 적고, 육하원칙에 맞게 작성했다. 어쩔 수 없었다. 교도소 안에서 하루를 무사히 보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 본문 15쪽 -

           그러면서 점점 기록에 재미를 붙이게 된 저자는 직장에서 뿐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도 그 반경을 넓혀가게 되어 이제는 메모의 달인이 되어 책까지 펴게 되었다. 그야말로 메모의 힘이다.



         

          2020년도 들어서서 다이어리를 본격적으로 쓰려고 노력중이다. 직장에서도 이제 좀 더 책임을 져야하는 직책을 맡게 되어서 업무에서도 좀 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양*사'에서 나온 B5 크기의 업무수첩용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뭐든 다 적는다. 회의내용, 전달사항은 기본이고 제출서류 내용, 시간약속 등등 양이 너무 많으면 워드로 타이핑해서 2쪽 모아찍기로 작게 출력한 후 업무수첩에 붙이고 형광펜으로 칠하고 그 옆에 또 기록하며 잊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책을 읽던 중 저자의 꿀팁 하나를 발견했다.


            메모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줘보라. 나는 메모장에 기록을 한 번 할 때마다 별 스티커를 다이어리에 붙였다. 그리고 10개가 모이면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씩 사서 마셨다. 소소한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보상해준다면 작은 것들이 모여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 수월할 것이다.

                                 - 본문 129쪽 -

           좋은 아이디어이다 싶다.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 받을 때마다 사탕 하나를 먹을 수 있었던 국민학교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 사탕 하나를 받을 때 얼마나 뿌듯했었는지 모른다. 그 때처럼 내가 업무수첩이든 개인 다이어리이든 어디에든 메모를 하고 기록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하나씩 붙일까 싶다. 그래서 나도 10개가 모아지면 우리집 앞 카페에 가서 맛있는 카푸치노 한 잔 마셔야겠다. 점점 이렇게 손을 사용하며 메모하는 습관이 확장되어 나중에는 '확언'을 메모하는 습관까지 가져보고 싶다. 그래서 매일 아침 '확언'으로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을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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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생각 - 우리는 이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안희정 옮김, 이강영 감수 / 더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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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의 생각'은 저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은 저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몇 편이 글은 불평등의 해악, 터무니없는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 일부 학자들의 왜곡된 역사 서술, 지구온난화의 위험성, 기초 과학을 비롯한 공공재 지원 논쟁들을 다루었습니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합리주의, 현실주의, 환원주의, 철두철미한 세속주의의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합니다.

                             - 프롤로그 -

          세 번 째 에세이라서 '제3의 생각'이라고 제목을 붙였나보다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제3세계'가 떠올랐다. 자본주의 진영이나 사회주의 진영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을 부르던 명칭인 '제3세계'처럼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본인의 생각은 기존의 생각들과 다르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뚝심과 고집을 나타내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 때 배웠던 '중의법'을 사용한 제목처럼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읽는 내내  현대 물리학의 대가답게 과학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냄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제3의 생각(Third Thoughts)'이었다.



    
          저자는 '천문학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천문학부터 짚어나간다. 이유인 즉 천문학이 있었기에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단다. 나침반이자 달력으로도 사용된 별자리를 관측하기 시작한 초기 문명인들이 태양, 별, 행성에 쏟은 관심이 과학적 발전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마치 물리학자로서 천문학을 연구한 초기 문명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 둘 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다보니 저자 역시 현실적인 물리학자로서의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정부 예산을 받을 만한 프로젝트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종종 과학이라는 미명으로 치장된 엄청난 비용이 드는 NASA 프로그램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을 말한다.

                                                               ( 중간생략 )

           유인 우주선을 그리 효율적이지 않은 과학 연구이다. 우주 비행사를 달이나 다른 행성에 무사히 착륙시킨 후에 다시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으로 훨씬 많은 탐사를 하는 로봇 수백 대를 보낼 수 있다. 우주에서 궤도를 선회하면 관측 활동을 하는 천체 관측소 내부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는 진동을 일으키고 열을 내뿜기도 하면서 민감한 천체 관측을 망칠 위험도 있다.

                                                             - 본문 29~30쪽 -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유인 우주선에 대해 한 번 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저자의 요지는 이렇다. NASA가 일궈낸 천문학적 성과들은 모두 무인 탐사 위성들이 해낸 일이기에 굳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우주 비행사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 둘 다 정부의 지원을 점점 받기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에 물리학계의 대부(?)로서 힘주어 강조함이 아닐까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나라마다 점점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기대가 점점 쇠퇴되어 가는 분위기에 잘라낼 것은 과감하게 잘라내는 게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뉴욕 리뷰 오브 북스>라는 정기간행물에 실었던 에세이들을 대부분 엮었고, 그 외 졸업식 연설문, 그동안 발표하지 못했던 글등을 모아 펴낸 책이라 과학적인 내용 외에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들도 많이 담겨 있는 그야말로 에세이다. 그러하기에 사실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들에서는 다소 난해한 내용들도 많았으나 물리학계의 거장인 노학자가 개인적인 시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위트가 넘치기도 하다. (신입생이 알아야 할 첫 번째 사실은 대학이 결코 내가 기대하던 곳이 아니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빵 터졌다~ ^^)

         이 책이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나 역시 이 책이 마지막 에세이가 아니길 바란다.  90세 맞이 기념으로 한 권 더 쓰시는 게 어떨지 저자분께 살짝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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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습니다 I LOVE 그림책
제프 뉴먼 지음, 래리 데이 그림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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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 사진을 보는데 영락없이 우리 강아지랑 너무 닮았다 싶어서 깜짝 놀랐다. 우리 강아지는 10개월 된 푸들인데 이번에 미용을 할 때 단발머리(?)처럼 했더니, 책 표지 속 강아지 모습이랑 너무도 닮은것이다. 그래서 한참을 표지를 들여다보며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주인공 소녀와 강아지를 보고 또 보다보니 어느 순간 우리 둘째와 강아지의 모습에 오버랩 되고 있었다. 강아지를 너무 예뻐해서 며칠 전에는 강아지집 울타리 안에 들어가서 이불 덮고 같이 자는 우리 둘째.  평소 안고 다니는 모습도 표지그림의 소녀와 같아서 묘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야기는 결말이 살짝 슬프다. 어느 비오는 날 저녁, 소녀는 창밖을 내다보던 중 주인을 잃은 채 거리에서 비를 맞고 있는 강아지를 발견한다. 서둘러 나가서 그 강아지를 얼른 데려온 소녀는 잃어버린 강아지 도담이가 먹던 사료를 먹게 하고, 도담이가 쓰던 반려견 요람에서 자게 해준다. 소녀가 씻고 잠잘 준비를 하는 동안 강아지는 도담이가 쓰던 장난감 공을 꺼내 물고, 목줄을 꺼내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소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 어느 새 소녀에게 마음을 열게 된 강아지는 결국 소녀의 침대 위로 올라가 한 켠에서 잠이 든다. 그 후로 소녀와 강아지는 제법 가까워졌고, 펫스토어에 다녀오던 날 소녀는 벽에 붙은 전단지를 보고 이 강아지가 주인이 있었으며 그 주인이 강아지를 찾고 있음을 알게 되고는 밤새 고민에 빠진다. 결국 소녀는 강아지에게 주인을 되찾아주고 돌아오던 길에 유기견 센터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불독 한 마리를 보고 서로의 아픈 마음을 느끼며 이 이야기를 끝이 난다. 



        길 잃은 강아지 입장에서는 원래의 주인을 찾아가서 다행이긴 하지만, 나는 자꾸 소녀의 입장에 공감이 갔다. 도담이를 잃어버려서 슬프고 공허했을 마음에 길 잃은 강아지가 대신 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다시 그 강아지와 헤어짐을 맛보아야 하는 소녀를 보니 마음이 두 배로 더 아팠다. 그림책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고 있었다.  

         우리 둘째에게 이 책을 보게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슬프단다. 그리고 그림책 속 강아지가 우리 강아지랑 너무 닮아서 더 마음이 아프다며 책을 얼른 덮었다. 그러고는 얼른 2편이 나오면 좋겠단다. '찾습니다 2'라는 제목으로, 소녀가 유기견 센터에서 만난 불독을 집에 데려가서 키우며 다시 행복한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좀 달랐다. 그것보다는 원제인 '찾습니다'가 아니라 '찾았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도담이를 다시 찾아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2편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도담이가 소녀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작가님이 빨리 2편을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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