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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언어 -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20년 3월
평점 :
2002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故 노무현 대통령에 반대하며 탈당파가 속출하자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던 이낙연 전 총리가 남겼던 촌평이 한동안 회자되었던 기억이 난다. 정치에 관해 잘 모르는 나였지만 그 당시 촌평에 모든 것이 정리되던 기억 또한 난다.
"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을 모르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보라
- <지름길을 몰라 헤매는 사람들에게 > -
당시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인 나였지만 그 짧은 글귀에 흠뻑 빠지며 슬슬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신 우리 친정 아버지와 외모. 분위기, 말투, 전라도 출신이신 것 등 공통점이 참 많으셨던 분이라 호감이 더 갔는지도 모른다. 그랬던 분이 총리로 활동하시며 국회 청문회에서 지혜롭고 용단있게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신뢰감이 갔으며 그 분의 어록을 찾아서 읽을 정도로 화법을 닮고 싶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낙연 총리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제목 그대로 이 전 총리의 '언어'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전 총리의 '언어'에 대한 책이다. 그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 개월째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소위 '핫한' 정치인이다. 일각에서는 잘나가는 정치인에 편승하는 책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우리 독자는 그렇게 우매하지 않고 그렇게 한다고 읽어줄 리도 없다. 이 책은 그의 언어 내공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 서문 中 - |
21년 동안 동아일보에서의 기자 생활을 통해 단련된 글쓰기와 20년 이상의 정치생활을 통해 훈련된 말하기에 관해 저자는 심도있게 밝히고 있다.
1부 '쓰기의 언어'에서 저자는 이 전 총리의 글이 이순신 장군의 글과 많이 닮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일상의 집요한 기록, 건조체와 간결체, 디테일한 내용, 가치 중립적인 면들에서 그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고 있다. 즉, 이순신 장군의 관점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글쓰기를 분석한 것이다.
2부 '말하기의 언어'에서는 볼테르를 중심으로 이낙연 전 총리의 말하기에 관해 살펴본다.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라는 말을 남긴 볼테르처럼 그의 화법은 절제되고 간결하며 상대에게 잡힐 말꼬리를 거의 남기지 않기로 유명하다.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그를 두고 "말을 글처럼 하는 사람이다."라고 하고, 은수미 전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말을 받아 적으면 글이 되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가끔 그의 말을 들어보면 구어체가 아닌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문어체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어색하게 들리기보다는 참신한 느낌이 더 강하다. - 본문 126쪽 中 - |
'말을 받아 적으면 글이 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너무 적절한 표현이다 싶다. 그 분의 어록들을 보면 그야말로 주옥 같다.
3부 '생각의 언어'에서는 한비자의 세계관으로 이낙연 전 총리의 생각에 관해 살펴보고, 4부 '정치의 언어'에서는 정치인의 언어에 대해 알아보며 이 전 총리의 화법이 화제가 되고, 어록으로 남겨져 끊임없이 회자되는 현실을 짚어보며 우리가 그동안 잘 접하지 못했던 어록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부록에서는 우리가 tv 뉴스에서 보는 근엄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아닌 인간 이낙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평소 관심 있는 분에 관해 좀 더 알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가까이에서 그 분의 말과 글을 살펴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사실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편인데, 그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주신 이낙연 전 총리.......... 점점 더 그 분의 매력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