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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생각 - 우리는 이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안희정 옮김, 이강영 감수 / 더숲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제3의 생각'은 저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이다.
이 책은 저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몇 편이 글은 불평등의 해악, 터무니없는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 일부 학자들의 왜곡된 역사 서술, 지구온난화의 위험성, 기초 과학을 비롯한 공공재 지원 논쟁들을 다루었습니다. 이전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합리주의, 현실주의, 환원주의, 철두철미한 세속주의의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합니다. - 프롤로그 - |
세 번 째 에세이라서 '제3의 생각'이라고 제목을 붙였나보다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제3세계'가 떠올랐다. 자본주의 진영이나 사회주의 진영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을 부르던 명칭인 '제3세계'처럼 저자는 제목에서부터 본인의 생각은 기존의 생각들과 다르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뚝심과 고집을 나타내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 때 배웠던 '중의법'을 사용한 제목처럼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읽는 내내 현대 물리학의 대가답게 과학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냄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제3의 생각(Third Thoughts)'이었다.
저자는 '천문학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천문학부터 짚어나간다. 이유인 즉 천문학이 있었기에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단다. 나침반이자 달력으로도 사용된 별자리를 관측하기 시작한 초기 문명인들이 태양, 별, 행성에 쏟은 관심이 과학적 발전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마치 물리학자로서 천문학을 연구한 초기 문명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 둘 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다보니 저자 역시 현실적인 물리학자로서의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정부 예산을 받을 만한 프로젝트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종종 과학이라는 미명으로 치장된 엄청난 비용이 드는 NASA 프로그램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을 말한다. ( 중간생략 ) 유인 우주선을 그리 효율적이지 않은 과학 연구이다. 우주 비행사를 달이나 다른 행성에 무사히 착륙시킨 후에 다시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으로 훨씬 많은 탐사를 하는 로봇 수백 대를 보낼 수 있다. 우주에서 궤도를 선회하면 관측 활동을 하는 천체 관측소 내부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는 진동을 일으키고 열을 내뿜기도 하면서 민감한 천체 관측을 망칠 위험도 있다. - 본문 29~30쪽 - |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유인 우주선에 대해 한 번 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저자의 요지는 이렇다. NASA가 일궈낸 천문학적 성과들은 모두 무인 탐사 위성들이 해낸 일이기에 굳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우주 비행사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천문학과 물리학 분야 둘 다 정부의 지원을 점점 받기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에 물리학계의 대부(?)로서 힘주어 강조함이 아닐까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나라마다 점점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기대가 점점 쇠퇴되어 가는 분위기에 잘라낼 것은 과감하게 잘라내는 게 과학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뉴욕 리뷰 오브 북스>라는 정기간행물에 실었던 에세이들을 대부분 엮었고, 그 외 졸업식 연설문, 그동안 발표하지 못했던 글등을 모아 펴낸 책이라 과학적인 내용 외에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들도 많이 담겨 있는 그야말로 에세이다. 그러하기에 사실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부분들에서는 다소 난해한 내용들도 많았으나 물리학계의 거장인 노학자가 개인적인 시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위트가 넘치기도 하다. (신입생이 알아야 할 첫 번째 사실은 대학이 결코 내가 기대하던 곳이 아니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빵 터졌다~ ^^)
이 책이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나 역시 이 책이 마지막 에세이가 아니길 바란다. 90세 맞이 기념으로 한 권 더 쓰시는 게 어떨지 저자분께 살짝 권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