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버 보이 - 당신의 혀를 매혹시키는 바람난 맛[風味]에 관하여
장준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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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글이면 글, 사진이면 사진, 음식 정보면 정보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너무 완벽하다. 신은 공평하다고 했는데, 이 저자는 신의 총애를 받았나 보다. 못하는 게 없다. 전직 신문기자답게 문장이 매끄러워서 책을 읽는 내내 전혀 걸리적거리는 게 없었고,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인지 사진 또한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찍었으며 무엇보다 음식에 관한 책답게 다양한 주제에 걸맞는 다채로운 식자재와 음식의 특징, 음식에 얽힌 문화 및 역사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신문기자로 일하던 중 뜻밖에 음식과 요리에 꽂히게(?) 되어 급히 노선변경(?)을 한다.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운 후 이제는 온 세계를 다니며 글을 쓰며 요리를 한다고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 신문기자가 되기도 참 힘든데 이탈리아 요리를 하며 전세계를 오가면서 책도 펴내는 저자의 행보를 보니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참 많이 부러웠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심도 있게 고민하고 그 결과 이렇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의 용기가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러웠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큰 주제 아래 각각의 식재료 및 음식에 관해 소개를 하고 있다.그런데 역시 전직 신문기자답게 제목도 맛깔스럽게 붙였다. 지방에 얽힌 오해를 언급하며 붙인 제목이 '님아, 그 지방을 떼지 마오'였다. 책의 제일 첫번 째 내용인데 제목을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때 극장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저자의 디테일함에 책에 급 친근함마저 느껴진다.


    '숨을 죽여 숨을 살리다'라는 제목을 보고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읽어나갔는데 전혀 상상 외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셰프들이 주방에서 숨을 죽여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샐러드의 숨을 살려야 하는 순간이다. 비록 땅 위가 아닌 접시 위의 식물이지만 셰프들의 섬세한 손길로 샐러드는 생생하게 살아난다. 계절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다.

            - 본문 65쪽 인용 -

    

  '진열대가 없는 정육점' 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일부러 책읽기를 잠시 멈추고는 혼자서 유추를 해보았다. '왜 정육점에 진열대가 없을까?', '일본사람들은 고기를 진열하는 것을 혐오하는 걸까?', '동물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고깃덩어리들을 전시하지 않는걸까?' 등등의 생각을 하며 다시 읽어나갔는데 정답은 그게 아니었다.

       소비자들은 정육점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진열대에 시선이 빼앗기기 마련이다. 진열대란 판매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재고 상황에 맞춰 소비자에게 특정 고기를 권유하거나 잘 팔리지 않는 고기에 '파격 세일'등의 문구를 써 붙여 놓고 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원래 목표와는 다른 고기를 사거나 더 많은 고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토(정육점 2대 사장 이름)는 이러한 기존의 진열대식 판매가 소비자 중심이 아닌 판매자 위주의 관행이라 봤다. 그는 소비자의 취향과 형편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간, 즉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진열장을 과감히 없앤 것이다.

                  - 본문 89~90쪽 인용 -

     정육업자와 고객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한 후, 고객은 정육업자에게 언제 어떤 요리를 할 것인지 자문을 구하고, 정육업자는 그에 따른 맞춤형 고기를 추천하며 조리법에 관해 조언도 해주는 동안 오고가는 대화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사실 일본답지 않다고 여겨졌다. 그렇지만 뭔가 이 집만의 특별함이 느껴져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가 좋아져서 다시 일본여행을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가토가 운영하는 이 정육점에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정도로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글의 진정성을 살리며 독자들에게 현장감 있게 다가가고 있다. 그게 바로 저자의 매력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내가 온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식재료를 만져보고 맛보고 온 기분이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런 고급진(?) 정보를 소파에 편히 기대어 재미있게 읽도록 책을 펴내 준 저자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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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 정작 우리만 몰랐던 한국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한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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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휘게'만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휘게' 열풍이 불어서였을까? 그래서 이젠 '휘게 = 행복'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라 글자만 봐도 행복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였을까? 아무튼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들 중 하나로 늘 손꼽히는 덴마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언젠가 올해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핀란드에 이어 덴마크가 2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를 듣고 꼭 한 번 덴마크 사람들에 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벼르고 있던터라 난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콩까지'가 씌었던 셈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다. 덴마크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순도 100%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허, 거참! 보통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이나 표지, 목차를 보고 첫이미지를 잡고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거의 80~90%는 내가 추측한 예상대로 내용이 진행되곤 했는데, 이번 경우는 내가 추측한 게 전혀 맞지 않아서 읽는내내 적잖이 놀랐다. (감이 떨어졌나?)



      우선 저자는 한국인들 대부분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의무나 숙제로 알고 있으며 그 숙제를 해내려고 아둥바둥거리다보니 정작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은 놓친 채 행복과는 평행선을 그리며 살고 있음을 콕 집어내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불행한 이유를 역사적인 장면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따뜻한 가정에서 예쁨 받고 곱게 자란 것이 아니라, 부모 잃고 고아가 되어 여기 저기를 떠돌며 눈치밥을 먹고 어쨌든 성공하기 위해 아둥바둥 살 수 밖에 없는 소년 가장이 되어 힘겹게 사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우리의 현실에 있다. 한국은 불행한 현대사를 가진 나라다. 일제강점기, 동족 간의 전쟁과 분단, 냉전과 군사독재,

IMF.....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이러한 세월을 지내오신 분들이다. 이분들이 겪어왔던 직접적인 피해와 상처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득한 과도한 경쟁과 성공 지향 주의 등의 습관과 문화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

                     - 본문 6쪽 인용 -



       그리고 다소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트라우마가 적어도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유난히 질곡의 삶을 지내온 한국의 현대사는 그야말로 트라우마 투성이다.  일제 강점기 36년, 6.25로인한 남북분단, 30년 가까이 이어진 군사독재, 민중의 피로 이루어 낸 민주주의, 우리 부모님들 세대의 '피, 땀, 눈물'로 일구어 낸 경제 성장, 이런 급격한 성장의 부작용으로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어지는 등 연거푸 터진 대형참사들. 이런 일들을 우리가 직접 겪기도 한 세대도 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겪은 이런 많은 트라우마들이 우리들의 마음에도 이미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적어도 3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외할머니가 어머니를 임신한 지 5개월째가 되면 태아인 어머니의 난소에 훗날 내가 될 난자의 전구세포(precursor cell)가 발생한다. 역시 내가 될 아버지 정자의 전구세포 역시 아버지가 할머니의 자궁 안에 태아로 이쓸 때부터 존재한다. 이는 트라우마의 기억이 최소 3대에 걸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다는 융의 집단 무의식은 이러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결과일 수 있다.  

             - 본문 41쪽 인용 -

       이런 트라우마의 쓴뿌리가 이미 한국인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으니 희망과 기쁨에 가득 차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한 것이 아니냐고 저자는 되묻고 있다.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답게 참 예리하고 날카로운 분석에 몇 번이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소심한 변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소지가 있다는 생각에 저자의 분석에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래도 저자는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던지고 있다. 아니 프롤로그에서 이미 결론을 다 지어버렸다.

      결국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행복은 나의 몫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행복은 나의 삶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리고 행복을 위한 과정 중에 경험되는 수많은 고난과 고통은, 불행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 본문 7쪽 인용 -

     본문 중에서 저자는 '파랑새'이야기에 관해 언급한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아 온 세상을 힘겹게 찾아 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집에 파랑새가 있더라는 이야기 말이다. 어릴 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 그 이야기가 전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저자의 말처럼 내 삶 자체가 바로 행복이며 삶속에서 지지고 볶고 울고 웃고 사는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이 비롯된다는 것! 그게 파랑새이자 그게 행복이라는 것! 그게 바로 '휘게'라는 것! 모든 게 확실히 정리가 되어졌다. 이제 나도 파랑새를 찾아 떠날 게 아니라, 우리집 곳곳에 숨어있는 파랑새들을 찾아봐야겠다. 앗! 벌써 찾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내 책상 노트북 모니터에서 한 마리가 푸드덕 거린다. 예쁜 파랑새 한 마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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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 인생을 극적으로 바꾸는 학습의 힘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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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이원석 작가의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학창시절부터 줄곧 듣던 말이기도 한 '공부'는 너무나도 당연한 과업이라 그 말이 어떤 뜻인지 궁금해 할 여가조차 없었는데, 그 책의 첫 페이지에 '공부'의 어원에 관해 소개되고 있었다.

        그 책의 저자에 의하면  '공부'란 한자로 工夫인데 중국사람들은 이를 '쿵후'라고 읽는다고 한다. 우리가 중국 무술을 지칭할 때 '쿵후'라고 말하는 그 '쿵후'와 발음이 같다고 한다. 이건 단지 소리가 같은 것만이 아니라, 실제 어원상으로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즉 몸으로 수련하는 '쿵후'와 지적으로 노동하는 '공부'가 같다는 것이란다. 무술 수련을 하기 위해 끝없는 수련을 거쳐 몸을 다진 후에 제대로 된 무술기술을 습득하듯이, 몸에 예의를 갖추고 이를 새겨야만 유학을 배울 수 있었기에 그 두 가지 '쿵후'는 이렇듯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되고 있었다. 오! 놀라운 사실이었다. '공부'가 '쿵후'라는 것은 전혀 생각조차 못한 내용이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는데, 이 책을 읽으려고 하니 그 때 읽었던 '공부란 무엇인가'의 책 내용이 떠올랐다. (책을 읽다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미 나는 정보를 연결하여 전략적으로 이해하는 '2차원적 공부(독서)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



        저자는 인지과학자로서 대한민국 1호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나 저자는 본인이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 공부를 통해 체험한 놀라운 경험을 소개하며 '공부만이 살 길'임을 언급하며 책의 곳곳에서 거듭하여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냥 공부가 아닌 '융합공부'가 왜 필요한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미래의 어느 날, 기계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적어도 기계보다 더 똑똑한 지능과 힘을 갖추기 위해 공부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단순 정보 취득이나 지식 습득을 넘어, 타인과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안의 창의성을 찾아내고 융합력을 끌어내는 공부를 해야 한다. 깊이 생각하고 모든 것을 함께 고려하는 이런 공부가 바로 융합공부다.

               - 본문 27쪽 인용 -



         앞서 '공부란 무엇인가'의 책에서 '쿵후'의 의미와 '공부'를 관련지어 얘기할 때 '몸에 예의를 갖추고(마음을 갖추고) 나서 공부를 해야한다'라는 걸 강조했듯이, 이 책의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밝혀진 학습 연구들은 "공부를 잘하려면 마음의 도움을 받고 마음을 잘 이용해야 한다."라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공부하되 마음을 다해 공부하라."는 것이 공부의 비결, 공부의 왕도라는 것이다. 마음이 만드는 교육효과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학습동기, 학습 유능감, 자신감, 메타인지 등을 고려한 공부가 학습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발표하고 있다. 마음이 뇌와 지능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다한, 마음 기반의 공부는 뇌와 지능에 자극을 주고 더 좋은 학습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 본문 61쪽 인용 -

       


         저자는 마음에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크게 '동기, 정서, 의지, 인지, 행동'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들은 각각 공부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 파트별로 '동기의 힘, 정서의 힘, 의지의 힘, 인지의 힘, 행동의 힘'으로 분류하여 다양한 이론 및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들 중 나는 '인지의 힘' 파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칼 비테 부자(父子)의 이야기가 상당히 와닿았다. 칼 비테 부자(父子)는 조기교육과 영재교육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한다. 목사였던 아버지 칼 비테는 미숙아로 태어나 어릴 적에 저능아로 불렸던 아들(이 아들은 칼 비테가 52세에 태어났다) 칼 비테 주니어를 천재로 키워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저술했으며 그 책은 조기교육의 지침서이자 영재교육의 '경전'으로 알려졌단다. 이렇게 칼 비테가 아들에게 적용한 교육철학과 교육법은 '칼 비테의 8대 교육법'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공부가 잘 되는 환경을 만들어라.

        2. 공부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3. 배움을 즐겁게 유도하라.

        4. 학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

        5.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

        6. 반복 암기법을 사용하라.

        7. 공부에도 리듬이 필요하다.

        8. 교차학습법을 사용하라.

            - 본문 86~89쪽 인용 -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칼 비테의 이러한 교육법을 무시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스위스의 교육가 페스탈로치는 "당신의 교육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칼 비테는 이렇듯 그저 공부만 시킨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전략을 세운 후 '인지'와 '메타인지'를 이용해 아들을 가르친 것이다. 자녀를 지도함에 있어서 많은 부모들에게 귀감이 되는 내용이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까지 독자들에게 '공부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급변하고 있고 점점 기계의 능력은 발전해가고 있는데 그냥 가만히만 있다가는 '기계의 노예'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적어도 기계보다 더 똑똑한 지능과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며 이 공부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저 외우고 주입하는 1차원적인 지식습득이 아니라 내 안의 창의성을 찾아내고 융합력을 이끌어내는 공부! 그것이야말로 '진짜 공부'이며 그래야 우리는 살아남는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공부의 목적이심오하고 살벌(?)하게 와닿는다. 그래도 내가 변할 수 있고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공부법임은 믿어 의심치 않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놀라운 사실을 전해주려고 한다. 중3 딸아이의 수준에 맞게 번역(?)을 좀 한 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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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훔쳐서라도 보고 싶은 대입 자기소개서
신동훈.김민지 지음, 박세용 감수 / 골든벨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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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쳐서라도 보고 싶은'이라는 제목의 문구가 은근히 맘에 드는 건 왜일까? 내 자녀의 진학문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심경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우리 아이는 아직 중3이긴 하지만, 그래도 뉴스를 비롯하여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입시정보들 속에서 '수시', '정시', '학생부종합전형' 등을 비롯해서 제일 많이 듣던 말이 '자.소.서'이기도 하기 때문에 꼭 한 번 자소서에 대해 알고 싶었다. 더군다나 책 표지에 나와있는 '누구나 학종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컨설팅 노하우 대공개!'라는 문구에 나는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기소개서는 기적을 만드는 기회가 되곤 합니다.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우수성을 찾을 수만 있다면 예상치 못했던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는 평가자의 눈과 또 하나는 진로교사의 지도입니다.

              - 프롤로그 인용 -

      '기적을 만드는 기회', '예상치 못했던 대학에 합격'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가 자기소개서라는 말에 나는 눈에 더 힘을 주고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목차부터 임펙트 있게 소개하고 있다.

            1. 한 눈에 보는 2020 대입 트렌드  

            2.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자기 소개서의 비밀  

                - 뽑히는 자소서의 법칙  

                - 불합격 자소서의 치명적 오류  

            3. 대입 전문 코치가 말하는 자소서 작성법  

                - 대입 자소서 처음 쓸 때 누구나 걱정하는 3가지  

                - 진학코치가 추천하는 자소서 작성 7대 비법  

            4.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문항별 실전컨설팅  

      


        2020학년도 입시 전형계획은 학생부 위주 전형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2020학년도 전체 모집 인원 가운데 76.2%를 수시 모집에서 선발한다고 밝혔으며 이 중 학생부 위주 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모집 인원의 65.9%라고 한다. 즉 해마다 지속적으로 학생부 위주 전형의 선발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사실 학생부 위주 전형이라고 하면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떠오르며 그야말로 상위 등급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을거라고 여겼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학생부 위주 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수준이 넘사벽인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진로에 맞는 활동을 준비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형이기 때문이죠.

                  - 본문 12쪽 인용 -




       특히 눈이 가는 내용은 챕터 2의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자기소개서의 비밀'이었다. 뽑히는 자소서와 불합격 되는 자소서에 대해 각각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전공적합성' 등의 어려운 단어 설명 및 대다수의 수험생들이나 학부모가 궁금해 할 내용을 질문과 해설 형태로 소개하는 내용이 참 요긴했다. 뿐만 아니라 '뽑힌 자소서 분석'이라는 코너를 두어 유수의 대학들에 진학한 선배들이 실제로 썼던 자소서를 소개함으로써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쁜 소개서의 경우도 소개하면서 그 소개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짚어 두었으며 이 소개서를 제대로 수정하여 작성한 내용도 소개함으로써 학생들이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저자들의 세심함이 돋보였다. 그래도 하이라이트는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문항별 실전 컨설팅'이었다. 자기소개서의 1번부터 4번까지의 문항들을 작성하는 방법, 첨삭전과 첨삭후의 글의 비교가 상세히 나와있으며 부록 1의 '대학별 4번 자율문항'은 실제로 자소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아주 꿀팁이 될 것 같다. 끝으로 부록 2에서 제공하고 있는 '자소서 워크북 & 시트지'는 복사해서 두고두고 써보며 연습해 볼 수 있는 알짜배기 자료이다.



       아직 중3인 딸아이 본인은 이런 입시들에 대해 관심도 없지만 엄마인 내가 먼저 자소서를 좀 알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 아이가 나중에 진학문제로 어려워 할 때 먼저 공부한 엄마가 옆에서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줄 수 있게 되어 마치 게임 중에 아이템을 확보한 기분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이 나중에 정말 귀한 아이템으로 사용될 수 있길 바라며 다 읽은 자소서 책을 책장 한 켠에 야무지게 잘 꽂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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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면서 - 부모가 모르는 십대의 속사정
김지혜 지음 / 미디어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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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들은 중3 딸아이와 거의 매일 다툰다. 중2병이 끝나가나 싶었는데 '중3병'이라는 신종병이 생겼는지 중3이신(?) '그녀'는 하루가 멀다하고 엄마, 아빠, 동생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매일 바꿔가며 100전 100승의 승률을 자랑한다.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가족들을 원망하는 그녀, 말 한 마디 지지 않고 온 가족들에게 일일이 가시를 쏘아대는 그녀........ 뫼비우스의 띠마냥 무엇이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그녀와의 전쟁은 우리집에서 이렇듯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도대체 이 전쟁은 언제쯤이면 끝날까? T.T



      여름방학 내내 그녀의 뒷수발(?)에 지친 나는 하루빨리 개학날이 손꼽아 오길 기다렸고 이런 내 모습이 참 못나 보여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좀처럼 알 수 없는 그녀의 심기를 편하게 해드리고(?), 복잡하신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드리고자(?) 이 책을 읽게되었다.

      '부모가 이해하고 공감할수록 아이는 스스로 성장한다'는 표지의 문구는 사실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많이 들어본 말이라 처음 표지를 들여다봤을 때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나도 알고 있다구요......."라는 볼멘 소리만 나오고 말이다.



      프롤로그를 읽던 중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한국방정환재단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745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지수 조사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OECD 22개 국 중 20위를 했단다. 그리고 유니세프에서 발표한 '국가별 학업 스트레스 설문조사' 결과는 대한민국이 50.5%로 세계 1위를 하고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집에 살고 있는 그녀가 이렇듯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예민한 중학생 시절을 보내는 것인가 싶어 마음 한 구석이 무겁기도 했다.



  

       - 성적에 대한 부담

       - 학교 공부로도 모자라 학원으로 몰리는 실정

       - 친구들과 같이 어울릴 시간 없이 쫓기는 생활

       - 마음을 나눌 여유 없는 각박한 심적 자유

       - 친구와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

       - 부모 강요에 위해 묵살되는 자기 의견

       - 무엇하나 잘 하는 것 없어 수그러드는 자존감

       - 어디에서나 있으나마나한 존재감

                              < 프롤로그 인용 >

        이 모든 것이 현재 우리 청소년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들이라고 한다. 뜨끔했다. 엄마이다보니 시험기간 때마다 성적으로 은근히 부담을 줬고, 학교 끝나면 당연히 학원으로 보내고 있으며, 매일 가족들에게 말 독하게 한다고 나무라며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를 은근히 흘려들으려던 내 모습이 금방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 세 번 사춘기 여중생의 엄마를 해보면서 노하우가 쌓였으면 참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나 역시 처음(?) 해 보는지라 마음과는 달리 아이와의 관계가 쉬이 개선되지 않아 참 답답했는데, 저자는 이런 나에게 제법 요긴한 정보들을 쏠쏠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이 책은 꿈, 공부, 외모 콤플렉스, 엄마, 이성 친구, 자존감이라는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7년 동안 학교에서 다양한 고민을 가진 청소년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에피소드들을 각 주제별로 소개하고 있어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일처럼 가깝게 다가왔다.

      그 중 누가 엄마 아니라고 할까봐 챕터 4인  '엄마' 코너가 그 어떤 내용들보다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먼저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는 수단을 사용함에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강요와 강압은 일방적인 통보로 가능하지만 대화에는 준비가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대화에서 촉발된다.

                 - 본문 145~146쪽 인용 -

      내 얘기였다.  대화 좀 해보려고 그녀와 이야기 몇 마디 나누다가 결국은 꼭 나는 이렇게 소리치고 만다.

                   "말 좀 예쁘게 안 할거야?"

                   "자꾸 그렇게 나쁜 말만 할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자상하고 완벽한 부모의 모습을 기대하는 자녀!  역시 드라마에 나올 법한 예의 바르고 이상적인 자녀의 모습을 꿈꿈는 부모! 저자는 그러지 말고 서로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악순환을 피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누구나 쉽게 얘기하는 말이긴 하나 참 잘 안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덮는데 제일 마음에 남는 말이 떠오른다.

       자기를 탐구하는 과정이 학교공부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기를, 자신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 진짜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 프롤로그 인용 -

       요즘 그녀가 계속 찜닭 먹고 싶다고 몇 번 졸랐는데, 하는 짓이 얄미워서 모른척 하기 일쑤였다. 주말에는 맛있는 찜닭집을 검색해서 그녀를 모시고 가봐야겠다. 맛있는 찜닭으로 그녀의 입을 열게 한 후,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트고 그녀의 고민도 조심스레 끄집어내봐야겠다. 우리 '그녀'님이 앞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밑거름을 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에휴~ 좋은 엄마 노릇 참 힘드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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