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면서 - 부모가 모르는 십대의 속사정
김지혜 지음 / 미디어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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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들은 중3 딸아이와 거의 매일 다툰다. 중2병이 끝나가나 싶었는데 '중3병'이라는 신종병이 생겼는지 중3이신(?) '그녀'는 하루가 멀다하고 엄마, 아빠, 동생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매일 바꿔가며 100전 100승의 승률을 자랑한다. 자기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가족들을 원망하는 그녀, 말 한 마디 지지 않고 온 가족들에게 일일이 가시를 쏘아대는 그녀........ 뫼비우스의 띠마냥 무엇이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그녀와의 전쟁은 우리집에서 이렇듯 날마다 일어나고 있다. 도대체 이 전쟁은 언제쯤이면 끝날까? T.T



      여름방학 내내 그녀의 뒷수발(?)에 지친 나는 하루빨리 개학날이 손꼽아 오길 기다렸고 이런 내 모습이 참 못나 보여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좀처럼 알 수 없는 그녀의 심기를 편하게 해드리고(?), 복잡하신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드리고자(?) 이 책을 읽게되었다.

      '부모가 이해하고 공감할수록 아이는 스스로 성장한다'는 표지의 문구는 사실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많이 들어본 말이라 처음 표지를 들여다봤을 때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나도 알고 있다구요......."라는 볼멘 소리만 나오고 말이다.



      프롤로그를 읽던 중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한국방정환재단이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팀과 함께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총 745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지수 조사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OECD 22개 국 중 20위를 했단다. 그리고 유니세프에서 발표한 '국가별 학업 스트레스 설문조사' 결과는 대한민국이 50.5%로 세계 1위를 하고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집에 살고 있는 그녀가 이렇듯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예민한 중학생 시절을 보내는 것인가 싶어 마음 한 구석이 무겁기도 했다.



  

       - 성적에 대한 부담

       - 학교 공부로도 모자라 학원으로 몰리는 실정

       - 친구들과 같이 어울릴 시간 없이 쫓기는 생활

       - 마음을 나눌 여유 없는 각박한 심적 자유

       - 친구와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

       - 부모 강요에 위해 묵살되는 자기 의견

       - 무엇하나 잘 하는 것 없어 수그러드는 자존감

       - 어디에서나 있으나마나한 존재감

                              < 프롤로그 인용 >

        이 모든 것이 현재 우리 청소년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들이라고 한다. 뜨끔했다. 엄마이다보니 시험기간 때마다 성적으로 은근히 부담을 줬고, 학교 끝나면 당연히 학원으로 보내고 있으며, 매일 가족들에게 말 독하게 한다고 나무라며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를 은근히 흘려들으려던 내 모습이 금방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 세 번 사춘기 여중생의 엄마를 해보면서 노하우가 쌓였으면 참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나 역시 처음(?) 해 보는지라 마음과는 달리 아이와의 관계가 쉬이 개선되지 않아 참 답답했는데, 저자는 이런 나에게 제법 요긴한 정보들을 쏠쏠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이 책은 꿈, 공부, 외모 콤플렉스, 엄마, 이성 친구, 자존감이라는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7년 동안 학교에서 다양한 고민을 가진 청소년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에피소드들을 각 주제별로 소개하고 있어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일처럼 가깝게 다가왔다.

      그 중 누가 엄마 아니라고 할까봐 챕터 4인  '엄마' 코너가 그 어떤 내용들보다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먼저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는 수단을 사용함에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강요와 강압은 일방적인 통보로 가능하지만 대화에는 준비가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대화에서 촉발된다.

                 - 본문 145~146쪽 인용 -

      내 얘기였다.  대화 좀 해보려고 그녀와 이야기 몇 마디 나누다가 결국은 꼭 나는 이렇게 소리치고 만다.

                   "말 좀 예쁘게 안 할거야?"

                   "자꾸 그렇게 나쁜 말만 할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자상하고 완벽한 부모의 모습을 기대하는 자녀!  역시 드라마에 나올 법한 예의 바르고 이상적인 자녀의 모습을 꿈꿈는 부모! 저자는 그러지 말고 서로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악순환을 피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누구나 쉽게 얘기하는 말이긴 하나 참 잘 안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덮는데 제일 마음에 남는 말이 떠오른다.

       자기를 탐구하는 과정이 학교공부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기를, 자신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 진짜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 프롤로그 인용 -

       요즘 그녀가 계속 찜닭 먹고 싶다고 몇 번 졸랐는데, 하는 짓이 얄미워서 모른척 하기 일쑤였다. 주말에는 맛있는 찜닭집을 검색해서 그녀를 모시고 가봐야겠다. 맛있는 찜닭으로 그녀의 입을 열게 한 후,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트고 그녀의 고민도 조심스레 끄집어내봐야겠다. 우리 '그녀'님이 앞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밑거름을 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에휴~ 좋은 엄마 노릇 참 힘드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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