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버 보이 - 당신의 혀를 매혹시키는 바람난 맛[風味]에 관하여
장준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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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글이면 글, 사진이면 사진, 음식 정보면 정보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너무 완벽하다. 신은 공평하다고 했는데, 이 저자는 신의 총애를 받았나 보다. 못하는 게 없다. 전직 신문기자답게 문장이 매끄러워서 책을 읽는 내내 전혀 걸리적거리는 게 없었고, 신문방송학을 전공해서인지 사진 또한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찍었으며 무엇보다 음식에 관한 책답게 다양한 주제에 걸맞는 다채로운 식자재와 음식의 특징, 음식에 얽힌 문화 및 역사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신문기자로 일하던 중 뜻밖에 음식과 요리에 꽂히게(?) 되어 급히 노선변경(?)을 한다.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운 후 이제는 온 세계를 다니며 글을 쓰며 요리를 한다고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 신문기자가 되기도 참 힘든데 이탈리아 요리를 하며 전세계를 오가면서 책도 펴내는 저자의 행보를 보니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참 많이 부러웠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심도 있게 고민하고 그 결과 이렇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의 용기가 부럽고 부럽고 또 부러웠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큰 주제 아래 각각의 식재료 및 음식에 관해 소개를 하고 있다.그런데 역시 전직 신문기자답게 제목도 맛깔스럽게 붙였다. 지방에 얽힌 오해를 언급하며 붙인 제목이 '님아, 그 지방을 떼지 마오'였다. 책의 제일 첫번 째 내용인데 제목을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 때 극장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저자의 디테일함에 책에 급 친근함마저 느껴진다.


    '숨을 죽여 숨을 살리다'라는 제목을 보고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읽어나갔는데 전혀 상상 외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셰프들이 주방에서 숨을 죽여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샐러드의 숨을 살려야 하는 순간이다. 비록 땅 위가 아닌 접시 위의 식물이지만 셰프들의 섬세한 손길로 샐러드는 생생하게 살아난다. 계절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다.

            - 본문 65쪽 인용 -

    

  '진열대가 없는 정육점' 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일부러 책읽기를 잠시 멈추고는 혼자서 유추를 해보았다. '왜 정육점에 진열대가 없을까?', '일본사람들은 고기를 진열하는 것을 혐오하는 걸까?', '동물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고깃덩어리들을 전시하지 않는걸까?' 등등의 생각을 하며 다시 읽어나갔는데 정답은 그게 아니었다.

       소비자들은 정육점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진열대에 시선이 빼앗기기 마련이다. 진열대란 판매자의 의도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재고 상황에 맞춰 소비자에게 특정 고기를 권유하거나 잘 팔리지 않는 고기에 '파격 세일'등의 문구를 써 붙여 놓고 구매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원래 목표와는 다른 고기를 사거나 더 많은 고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토(정육점 2대 사장 이름)는 이러한 기존의 진열대식 판매가 소비자 중심이 아닌 판매자 위주의 관행이라 봤다. 그는 소비자의 취향과 형편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간, 즉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진열장을 과감히 없앤 것이다.

                  - 본문 89~90쪽 인용 -

     정육업자와 고객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한 후, 고객은 정육업자에게 언제 어떤 요리를 할 것인지 자문을 구하고, 정육업자는 그에 따른 맞춤형 고기를 추천하며 조리법에 관해 조언도 해주는 동안 오고가는 대화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사실 일본답지 않다고 여겨졌다. 그렇지만 뭔가 이 집만의 특별함이 느껴져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가 좋아져서 다시 일본여행을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가토가 운영하는 이 정육점에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정도로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글의 진정성을 살리며 독자들에게 현장감 있게 다가가고 있다. 그게 바로 저자의 매력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내가 온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식재료를 만져보고 맛보고 온 기분이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이런 고급진(?) 정보를 소파에 편히 기대어 재미있게 읽도록 책을 펴내 준 저자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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