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했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곽윤정 지음 / 메이트스쿨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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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의 실세는 고등학교 1학년인 큰딸이다. 어릴 때는 4살 어린 둘째딸이 실세였는데 큰애가 사춘기에 진입하고 나니 전세가 뒤바뀌었다. 그 누구도 큰애를 이길(?) 수도 없고, 이겨서도 안되는 게 가정의 행복을 위한 1번 수칙임을 우리 가족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 역시 사람인지라 머리로는 큰애를 안 건드려야지 하고 조심하면서도 아침 8시가 다되어가도록 일어나지 않고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집앞이 학교라 얼마나 게으름을 부리는지......ㅠㅠ)  밤에는 자라고 해도 잠 안자고 늦게까지 불 켜놓고 있다가 그 상태로 밤새 불켜두고 자기 일쑤이니 아침에 늦잠을 자는 아이의 모습이 어찌 이뻐보이겠는가. 오늘아침에도 7시 30분부터 깨웠건만 결국 8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며 나에게 화를 낸다.

       "왜 자꾸 깨우냐구요! 엄마가 깨우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잖잖아요. 그냥 뒀으면 30분 푹 잤을건데 왜 자꾸 깨우냐구요~!!! 나 아침 안 먹어! "

       이건 무슨 6살 어린이집 아이도 아니고, 아침부터 나에게 버럭버럭 하는 딸아이의 신경질에 나까지 열이 올랐다. 평소 되도록이면 아침밥은 먹여서 등교시키려는 내 스타일을 딸아이도 아는지라 자신이 아침을 먹지 않겠다는 게 큰 무기인 줄 알고 버럭하는 모습에 나는 화가 났고, 결국 아이랑 오늘도 이렇게 티격태격 하루를 열었다.

       어릴 때는 누구보다 엄마인 나를 잘 이해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여서 나에게 참 의지가 되던 큰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나의 잘못은 아닌지, 내가 잘못 키운건지,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늘 노심초사하며 내 마음은 그야말로 걱정이 나날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공감했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어요>라는 제목에 정신이 번쩍 들며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것만 같아서 이 책을 얼른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급한 마음에 2장 '딸의 뇌를 알면 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부터 읽기 시작했다. 형광펜 하나를 들고 열공모드로 완전 집중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관심은 많아서 친구들과 여기 저기 쇼핑을 다니며 사 모은 화장품만 해도 내 것보다 훨씬 많을 정도이다. 한 번씩 꾸미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라고 할 만큼 어색하기 짝이 없건만, 그게 이쁘다고 친구들이랑 그렇게 해다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젠 그나마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설픈 외모 꾸미기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춘기 딸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 이유는 10대에 발달하는 시각피질 때문입니다. 시각 자극을 처리하는 대뇌피질의 기관은 대체로 후두엽에 있습니다.

                                         ( 중간 생략 )

            후두엽에 위치하고 있는 시각피질의 하나인 새발톱고랑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10대에 발달하기 시작하는 부위입니다. 새발톱고랑이 발달하면서 딸들은 시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그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연예인들의 옷, 화장, 액세서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거나 또래 여학생들의 차림새를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예전에는 입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사기도 하고 사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화장도 점점 많이 하고 진해집니다.

                                          (중간 생략 )

             그러므로 사춘기 딸에게 "너는 왜 옷을 그렇게 입니?" "다른 애들하고 똑같이 화장해야 할 필요가 있니?"라고 말하는 태도는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한없이 어설프고 한숨 나오게 만드는 모습일지라도 그들의 눈에는 달리 보이기 때문입니다.

                                    - 본문 57~59쪽 -

              한마디로 뇌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모습인 것인 셈이다. 그동안 아이에게 한심하다는 듯한 비언어적인 표현을 많이 했던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아이는 나름 엄마에게서 "우리딸 이쁜데? 그거 언제 산거야? 엄마도 한 번 해봐도 돼?"같은 반응을 기다렸을 수도 있을텐데 내가 너무 냉담하게 굴었구나 싶어 반성이 되었다.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고 화장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혹시나 아이가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서 잘못되진 않을까 싶은 마음에 표현한 것들인데 저자는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오히려 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진지하게 경청해주어야 한단다. 아들보다 딸은 언어적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현재 딸을 지배하는 감정을 비난하고 평가하면 딸은 부모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딸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표정과 눈짓 등 비언어적인 단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평소에 딸에게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와 표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도 격한 반성을 했다. 큰아이는 어릴 때부터 딸아이답지 않고 털털한 성격에 덜렁거리는 남자아이 기질이 좀 더 강해서 나는 사실 아들 키우듯이 대했음을 실토한다. 그러나 딸은 딸이지 아들이 아니라는 걸 왜 난 몰랐을까! 좀 더 살갑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지 못했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면서 한없이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책을 읽다보니 여기 저기 꿀팁이 많았다.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사춘기 자녀 양육에 필요한 팁', '사춘기 자녀와 성을 주제로 대화할 때의 팁', '스마트폰에 마음을 뺏긴 우리 아이를 위한 대처법' 등 전 연령에 걸쳐 자녀양육에 필요한 좋은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나는 특히 '사춘기 자녀 양육에 필요한 팁'이 큰 도움이 되었다.

                                 < 사춘기 자녀 양육에 필요한 팁 >

       1) 부모가 안정적인 상태일 때 이야기하기

       2) 자녀의 감정이 격해지면 자리를 피하기

              :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음.

                  자녀의 마음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일단 자리 피하기.

       3) 지켜야 할 규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라는 규칙보다는

                '가족에게 욕을 하지 않고 주먹질 하지 않기'가 더 구체적.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우리 아이 시기에 아주 도움이 될 만한 '사춘기 아이와의 소통법'을 알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1) 지나가는 말처럼 말한다.

       -->  자녀 : "엄마, 방이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요.!"

                엄마 : "그러게. 진짜 덥네."


      2) 말다툼을 한다면 더 커지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해.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라고 말한다.

       --> 아빠 : "어휴, 이 시간에 나오니 차가 많네."

               자녀 : "아빠, 왜 저한테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빠 : "뭐? 내가 뭐라고 했다고 그러니?"

               자녀 : "지금 내가 데려다달라고 했다고 뭐라 하시는 거잖아요."

               아빠 : "나는 그럴 의도로 말할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하구나.

                            네가 그렇게 느끼라고 말할 의도는 전혀 아니었단다."

     

       3) 앵무새 대화법을 사용한다.

        --> 자녀 : "오늘 수행평가 하는데 완전 짜증나서 죽을 뻔했어."

                엄마 :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자녀 : "같이 준비하는 애들이 제대로 안 해와서

                              선생님한테 경고 먹었어."

                엄마 : "진짜 짜증났겠다."

                자녀 : "응. 그래서 화나서 애들이 부르는데 뒤도 안 보고 왔어."

                엄마 : "화날 만하네."

           이들 중 '앵무새 대화법'이 아주 효과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진작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책에서 읽으니 그래도 그동안 내가 사용했던 대화법이 아주 틀리진 않았구나 싶었다. 우리 큰애가 사춘기를 지내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유아기 아이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덩치만 컸지 오히려 초등학생인 동생보다 더 어리게 굴 때가 많은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릴 때처럼 아이가 했던 말을 그냥 되물어 주거나 똑같이 반복해서 긍정해주거나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기만 해도 충분히 감정이 조절되고 차분해지는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 저자의 말대로 조언을 하거나 아이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화를 불렀으면 불렀지 아니함만 못한 경험 역시 수차례 겪어봤기에 너무도 잘 안다. 그야말로 'VVIP 모시기'가 따로 없다. 오매불망 VVIP님 심기가 불편하시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온 가족이 VVIP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나 암담하기만 했는데, 저자의 한 마디에 위로가 되고 희망이 생긴다.

               어느 순간 부모를 가장 적대시했던 아이로 변했던 것처럼, 또 어느 순간 부모님이 그리워하던 예전의 태도로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누구나 거쳐 가야 하는 병에 잠깐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병이 나으면 아마 정신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더 나은 성인으로 커갈 것입니다.

                                         - 본문 160쪽 中 -

            아플 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 두고두고 서운하지 않던가. 앞으로 큰아이를 볼 때마다 빨리 '나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더 지극정성으로 모셔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우리 VVIP님 서운하지 않고 어서 이 시기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더 잘 해드려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우리 VVIP님 좋아하시는 새우볶음밥 해드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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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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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 채널을 돌리던 중 우연히 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두 형제와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가 등장하는 영화였는데 영화제목이 <그것만이 내 세상>이었다.  동생 역할로 나온 배우 박정민이 피아노를 너무 잘 치는 모습에 반해서, 처음부터 본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끝까지 보게 되었다. 중간 중간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아 눈물이 주르륵 흐리기도 하고 말이다.

        박정민이 연기한 동생 '진태'는 극중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번트 증후군'인데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 '서번트 증후군'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 영화로 '서번트 증후군' 및 다양한 자폐증의 양상에 대해 관심이 생겼었는데 <마음의 오류들> 책을 읽고 궁금증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자폐증은 사회적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장애로서 만 3세 이전, 생애 초기의 중요한 발달시기에 나타난다고 한다. 아직까지 자폐증의 원인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유전자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한다.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때 주요 생물학적 과정들이 교란되어 자폐증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 가운데 약 10퍼센트는 지능지수가 낮지만 시를 쓰거나, 외국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계산을 하거나, 달력에서 어느 날짜가 무슨 요일인지 알아내는 것과 같은 특수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서번트 증후군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뇌 장애, 우을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치매, 파킨슨병, 헌팅턴병, 외상후 스트레스, 중독, 젠더 정체성 등 현대인들이 뇌질환이라고 일컫는 다양한 경우에 관해 생물학적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실제 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경험담이 소개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평소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의 설명들이 쉽게 소개되고 있어서 자칫 어려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은 이해하기 수월하여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뇌와 신경세포,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친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저자 '에릭 캔델'은 여느 뇌과학자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느낌이다. 보통 이런 류의 책들은 발병원인 및 증상, 약물치료효과 및 예후 등 철저히 과학적, 의학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 수준을 넘어선다. 과학자나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뇌 질환들이 그렇게 반갑게 여겨지는 분야가 아닐터인데, 저자는 뇌 질환들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은 창의성의 무의식적 정신 과정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폐증 연구는 재능과 창의적 문제 해결의 특성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알츠하이머병과 이마관자엽치매는 우리 뇌의 가소성을 보여준다. 이런 장애들은 뇌의 왼쪽을 손상시켜서 더 창의적인 오른쪽을 해방하고, 새롭거나 근본적으로 다른 창의성을 샘솟게 할 수도 있다.

                               - 본문 232쪽 中 -

          즉, 뇌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과학적 탐구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연구로 인해 인간 본성에 관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휴머니즘으로까지 연결짓고 있다.



          추천사 글을 읽던 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발견했다.

         " 문제는 네가 아니야. 너의 뇌야."

         " 뇌를 깊이 알수록 신경 이상과 정신 질환의 구분이 없어지고, 비정상에 관해 알아갈수록

          인간 본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분명히 과학도서를 읽었는데 마치 인문학 도서를 읽은 기분이다. 과학적 상식을 잔뜩 배워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저자 '에릭 캔델'은 더이상 과학자가 아니다. 과학자를 넘어서 인류학자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여러 번 강조하고 강조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 소중한 존재이고, 모두가 다 다르며, 각자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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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
마크 러셀 지음, 섀넌 휠러 그림,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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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성경 1독을 목표로 세웠다. 몇 년 전에는 한 해에 4독을 한 적도 있을 정도로 성경말씀을 늘 가까이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설교 시간 외에는 성경책을 펼치는 일이 없어지기에 1월 1일부터 매일 4장씩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여서 요즘 '예레미야'를 읽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예레미야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처음부터 읽지 않고 예레미야 부분을 펼쳐보았다.

        " 안타깝게도 하나님은 단지 이런 희망의 숨통을 조이실 목적으로 예레미야를 예언자로 정하셨다."

        " 예레미야는 예언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중간생략)

            하지만 그는 자신을 참지 못했다. 그는 거룩한 투렛 증후군 같은 것을 앓았다."

        표현이 그야말로 위트 넘친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레미야를 '투렛 증후군(틱장애)' 앓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선 빵 터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성경책의 옷을 입은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이다. 안그래도 책 뒷표지에 써 있는 문구가 제격이다 싶다.

             " 성경의 거룩한 포장지를 벗겨내 그 참모습을 만난다 "

         나도 성경을 여러 번 읽어봤지만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특히 초, 중,고등 학생들이 읽기엔 참 난해하고 따분한 책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다보니 늘 읽는 부분도 한정적이기에 아이들의 성경책을 보면 창세기, 시편, 잠언, 마태복음은 손때가 많이 묻은 반면 다른 내용들은 깨끗한 경우가 많다. 당장 우리집 아이들도 그러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학생들이나 성경을 처음 읽는 초신자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66권의 성경말씀의 핵심만 농축시켜 적당한 재미와 위트를 첨가하여 만들어낸  책이라 본격적으로 성경책을 읽기 전 요약본을 먼저 읽고 전체적인 뼈대를 잡아가기엔 그야말로 제격이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삽화 역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혹자는 '불경스럽다'고도 한다고 저자는 조심스레 걱정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저자의 숨은 노고와 그 깊은 뜻을 알기에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고 본다. 성경을 이렇게 위트와 재미로 잘 버무려준 저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성경을 알고 싶은 모든 사람이 쉽게 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이 발간되어 기독교인으로서 너무 반갑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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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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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이었다. 나와 어쩜 이렇게 공통점이 많이 있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나이대, 딸 셋 중 장녀로 태어나 맘고생 한 것, 어릴적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글쓰기를 좋아한 것,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습성, 소심해서 쉽게 속엣말 못하며 살아온 것 등 저자의 글을 읽는 내내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다소 무뚝뚝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다보니 늘 부모님으로부터 듣던 얘기가 "네가 잘해야 동생들이 보고 배운다"였다. 게다가 군인이신 아버지는 승부욕이 강하신 나머지 늘 1등만이 최고이며 그 밑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셔서, 나의 학창시절은 늘 최고가 되어 부모님 칭찬을 받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기억밖에 없다. 결국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학으로 진학하고, 부모님이 원하시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으나 나는 아직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 무엇을 먹거나, 어디를 가거나, 공연을 보거나 할 때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대로 그냥 따라가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20대 그리고 현재의 40대까지의 삶 속에서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분명 이 책의 저자인 김인숙 작가님의 이야기인데도 꼭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마음이 많이 저렸다. 





       기분을 전환하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예쁜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것도 모두 다 내가 하는 것인데 그저 나의 시간 속에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나는 나늘 바라보지 못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친구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들어 가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렇게 조금씩 나의 감정을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 본문 20~21쪽 中 -

        바로 내가 그랬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하자고 하는대로 늘 맞춰주기만 했었다. 저자의 말대로 나는 내 감정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소중한 '나'에게 나는 여지껏 '나'를 돌봐주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다그쳤으면 다그쳤지 말이다.


         늘 생각했다. 이제 한 살 더 나이가 들었으니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하고,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워져야 하며,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마치 최면이라도 걸듯이 그렇게 나는 보이지 않는 채찍으로 나를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다 처음인 것인데 잘하려고 애쓰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 본문 59~60쪽 中 -

          나 역시 그랬고 현재도 그러고 있다.  1남 3녀의 장녀인 나는 늘 부모님으로부터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늘 점잖아야 하고, 동생들을 품을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항상 '장녀교육'을 받아왔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항상 괜찮다고 말해야했고, 힘이 들어도 표를 내지 않아야 했으며, 언제나 우아한 백조처럼 행동해야했다. 나의 발은 물밑에서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엄마'라는 역할이 아직도 힘들다. 내 생에 있어서 나도 처음 해보는 '엄마'이건만 tv를 틀어도, 책을 보다가도 교육 전문가 분들이 엄마는 이러이러해야 하는 거라고 조언을 주실 때마다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엄마 경력 17년차쯤 되었으니 하루하루 경륜이 쌓여가야 할 것 같고, 베테랑이 되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의 삶이 때로는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자기 전 하루를 돌아보면 오늘은 50점 엄마같고, 0점 엄마 같은 날들이 나를 참 힘겹게 한다.

           저자도 그랬나보다. 감정기복도 심했고, 화도 곧잘 내는 편이어서 온 가족이 저자의 눈치를 볼 때가 많았단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이젠 과거가 된 이야기인 듯 싶다. 현재는 아닌 것 같다. 소심했던 저자는 주위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이고 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이젠 제법 내려놓은 눈치다. 그 비결인즉........


             지금 나의 순간들이 그저 허무하고 답답하다면 그 허무함과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작게 만들 수 있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반드시 기록해라. 생각만 하는 것은 실천하기 어렵다. 공부할 때에도 책을 눈으로만 보는 것은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입으로 말해 보고 노트에 필기도 해 가면서 반복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슬픔은 슬픔으로 기록하고, 기쁨은 기쁨으로 기록하라. 그 안에 반드시 치유의 기적이 있다. 지금 당장 그 기적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기가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 써라. 그 순간부터 치유의 기적은 시작될 것이다.

                                             - 본문 127쪽 中 -

            이 문구를 읽는데 마치 체해서 속이 답답하던 중 까스*명수를 마신 기분이다.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듯 시원하다. 언젠가 'THE ARTIST WAY'라는 책을 읽고 '모닝페이지'란 것을 알게 되어 해볼까하다가 흐지부지 잊혀져버렸는데, 문득 그 '모닝페이지'가 떠올랐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3쪽 분량 정도의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나의 내면의 아티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쓰기 활동! 저자가 말하는 것이 바로 '모닝페이지'와 일맥상통했다. 그래!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적자생존'이라고!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말이다.

            갑자기 생기가 도는 기분이다. 이제 뭘 해야할지 머릿속이 정리가 된다. 단 하루뿐인 나의 '오늘'을 이제부터 글쓰기로 시작할까 한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만나러가야겠다.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챙기기 전, '나'를 만나서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오늘 뭘 하고 싶은지, 무슨 책을 읽고 싶은지 등등 많은 것들을 물어보고 들어주어야겠다. 바로 글쓰기를 통해서 말이다. 끄적끄적 써 내려가면서 그동안 너무 방치해두었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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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신비로운 인체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소피 콜린스 지음, 엄성수 옮김 / 토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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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흥미롭다. 실제로 '있어빌리티'라는 말이 있을까 싶어 검색해보니 진짜 그런 말이 있다.

      * 있어빌리티 : 남들에게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을 뜻하는 신조어.

                              '있어보인다'와 'Ability(능력)'를 합친 단어.

                                              - 네이버 국어사전 인용 -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들이 생겨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말들이 많이 낯설다. 신조어 생성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아무튼 이 책 덕분에 본문을 읽기도 전에 신조어 하나를 배웠다. '있어빌리티'!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 싶다.



         어떤 이야기 끝에도 "그 얘기 들으니 생각난 건데..."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책 소개글을 보니 내용이 더욱 궁금해진다. 대화가 끊어진 어색한 순간에 화젯거리를 던지기에도 좋은 이야깃거리들이라 하니 상당히 맛깔스러운 내용들로 가득할 것 같아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게다가 인체 영역이라서 더욱 관심이 갔다. 어릴 적부터터 인체에 관해 관심이 많아서 한창 학습만화가 생겨나던 그 무렵 인체에 관한 학습만화들을 거의 다 섭렵했을 정도로 좋아하면 즐겨 봤는데, 어른이 된 지금도 인체는 늘 흥미롭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영역을 비롯해서 인간의 기본적인 신체 구석구석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제 봐도 재밌고 경이롭다.



         목차를 살펴보니 모두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탄생과 그 전

             2) 놀라운 기록

             3) 역사와 인체

             4) 패션과 인체

             5) 몸속의 사건

              6) 예기치 못한 일들

              7) 당신의 머릿속

              8) 원인과 결과

              9) 질병과 건강

              10) 죽음과 그 후

           개인적으로 1장, 4장, 5장, 9장의 내용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몇 가지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 아기는 태어날 때 무려 300 개의 뼈를 갖고 태어난다.

        - 2016년 기준, 아기를 낳기 가장 안전한 나라는 일본이다.

        - 포유동물들 중 가장 분만의 고통이 큰 동물은 점박이하이에나이다. 

        - HH형이라고도 알려진 '봄베이 혈액현'은 다른 모든 혈액형의 사람에게 피를 줄 수는

          있지만, 정작 자신은 같은 HH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서만 피를 받을 수 있다.

        - 국민 평균 신장이 가장 큰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평균 신장 183 센티미터)

        -  나폴레옹의 키는 당시의 평균 신장(약 162 센티미터)을 훌쩍 뛰어넘는 167 센티미터

         정도로 결코 작은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체와 연관된 내용들을 궁금증을 유발하는 질문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다소 엉뚱한 질문과 실험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보면 더욱 재미있얼 할 것 같다. 안그래도 책을 읽는 내내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가 계속 어깨 너머로 기웃거리며 보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 녀석도 이 책 읽고 나면 '있어빌리티' 대열에 합류하게 되겠지? 빨리 책 넘겨달라고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 둘째에게 얼른 건네주어야겠다. 녀석~! 재미있는 건 알아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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