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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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이었다. 나와 어쩜 이렇게 공통점이 많이 있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나이대, 딸 셋 중 장녀로 태어나 맘고생 한 것, 어릴적부터 책을 가까이하고 글쓰기를 좋아한 것,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습성, 소심해서 쉽게 속엣말 못하며 살아온 것 등 저자의 글을 읽는 내내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다소 무뚝뚝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1남 3녀 중 장녀다보니 늘 부모님으로부터 듣던 얘기가 "네가 잘해야 동생들이 보고 배운다"였다. 게다가 군인이신 아버지는 승부욕이 강하신 나머지 늘 1등만이 최고이며 그 밑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셔서, 나의 학창시절은 늘 최고가 되어 부모님 칭찬을 받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기억밖에 없다. 결국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학으로 진학하고, 부모님이 원하시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으나 나는 아직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 무엇을 먹거나, 어디를 가거나, 공연을 보거나 할 때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대로 그냥 따라가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20대 그리고 현재의 40대까지의 삶 속에서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분명 이 책의 저자인 김인숙 작가님의 이야기인데도 꼭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마음이 많이 저렸다. 





       기분을 전환하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예쁜 풍경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것도 모두 다 내가 하는 것인데 그저 나의 시간 속에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나는 나늘 바라보지 못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친구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들어 가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렇게 조금씩 나의 감정을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 본문 20~21쪽 中 -

        바로 내가 그랬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내 옆에 있는 사람이 하자고 하는대로 늘 맞춰주기만 했었다. 저자의 말대로 나는 내 감정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소중한 '나'에게 나는 여지껏 '나'를 돌봐주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다그쳤으면 다그쳤지 말이다.


         늘 생각했다. 이제 한 살 더 나이가 들었으니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하고,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워져야 하며,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마치 최면이라도 걸듯이 그렇게 나는 보이지 않는 채찍으로 나를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순간들이 다 처음인 것인데 잘하려고 애쓰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 본문 59~60쪽 中 -

          나 역시 그랬고 현재도 그러고 있다.  1남 3녀의 장녀인 나는 늘 부모님으로부터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늘 점잖아야 하고, 동생들을 품을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항상 '장녀교육'을 받아왔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항상 괜찮다고 말해야했고, 힘이 들어도 표를 내지 않아야 했으며, 언제나 우아한 백조처럼 행동해야했다. 나의 발은 물밑에서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엄마'라는 역할이 아직도 힘들다. 내 생에 있어서 나도 처음 해보는 '엄마'이건만 tv를 틀어도, 책을 보다가도 교육 전문가 분들이 엄마는 이러이러해야 하는 거라고 조언을 주실 때마다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엄마 경력 17년차쯤 되었으니 하루하루 경륜이 쌓여가야 할 것 같고, 베테랑이 되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의 삶이 때로는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자기 전 하루를 돌아보면 오늘은 50점 엄마같고, 0점 엄마 같은 날들이 나를 참 힘겹게 한다.

           저자도 그랬나보다. 감정기복도 심했고, 화도 곧잘 내는 편이어서 온 가족이 저자의 눈치를 볼 때가 많았단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이젠 과거가 된 이야기인 듯 싶다. 현재는 아닌 것 같다. 소심했던 저자는 주위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이고 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이젠 제법 내려놓은 눈치다. 그 비결인즉........


             지금 나의 순간들이 그저 허무하고 답답하다면 그 허무함과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작게 만들 수 있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반드시 기록해라. 생각만 하는 것은 실천하기 어렵다. 공부할 때에도 책을 눈으로만 보는 것은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입으로 말해 보고 노트에 필기도 해 가면서 반복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슬픔은 슬픔으로 기록하고, 기쁨은 기쁨으로 기록하라. 그 안에 반드시 치유의 기적이 있다. 지금 당장 그 기적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기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기가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 써라. 그 순간부터 치유의 기적은 시작될 것이다.

                                             - 본문 127쪽 中 -

            이 문구를 읽는데 마치 체해서 속이 답답하던 중 까스*명수를 마신 기분이다.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듯 시원하다. 언젠가 'THE ARTIST WAY'라는 책을 읽고 '모닝페이지'란 것을 알게 되어 해볼까하다가 흐지부지 잊혀져버렸는데, 문득 그 '모닝페이지'가 떠올랐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3쪽 분량 정도의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나의 내면의 아티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쓰기 활동! 저자가 말하는 것이 바로 '모닝페이지'와 일맥상통했다. 그래!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적자생존'이라고!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말이다.

            갑자기 생기가 도는 기분이다. 이제 뭘 해야할지 머릿속이 정리가 된다. 단 하루뿐인 나의 '오늘'을 이제부터 글쓰기로 시작할까 한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만나러가야겠다.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챙기기 전, '나'를 만나서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오늘 컨디션은 어떤지, 오늘 뭘 하고 싶은지, 무슨 책을 읽고 싶은지 등등 많은 것들을 물어보고 들어주어야겠다. 바로 글쓰기를 통해서 말이다. 끄적끄적 써 내려가면서 그동안 너무 방치해두었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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