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이 연기한 동생 '진태'는 극중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서번트 증후군'인데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 '서번트 증후군'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 영화로 '서번트 증후군' 및 다양한 자폐증의 양상에 대해 관심이 생겼었는데 <마음의 오류들> 책을 읽고 궁금증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자폐증은 사회적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장애로서 만 3세 이전, 생애 초기의 중요한 발달시기에 나타난다고 한다. 아직까지 자폐증의 원인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유전자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한다.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때 주요 생물학적 과정들이 교란되어 자폐증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폐증을 가진 사람 가운데 약 10퍼센트는 지능지수가 낮지만 시를 쓰거나, 외국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계산을 하거나, 달력에서 어느 날짜가 무슨 요일인지 알아내는 것과 같은 특수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서번트 증후군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뇌 장애, 우을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치매, 파킨슨병, 헌팅턴병, 외상후 스트레스, 중독, 젠더 정체성 등 현대인들이 뇌질환이라고 일컫는 다양한 경우에 관해 생물학적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실제 그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경험담이 소개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평소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의 설명들이 쉽게 소개되고 있어서 자칫 어려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은 이해하기 수월하여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뇌와 신경세포,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친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저자 '에릭 캔델'은 여느 뇌과학자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느낌이다. 보통 이런 류의 책들은 발병원인 및 증상, 약물치료효과 및 예후 등 철저히 과학적, 의학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 수준을 넘어선다. 과학자나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뇌 질환들이 그렇게 반갑게 여겨지는 분야가 아닐터인데, 저자는 뇌 질환들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현병과 양극성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은 창의성의 무의식적 정신 과정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폐증 연구는 재능과 창의적 문제 해결의 특성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알츠하이머병과 이마관자엽치매는 우리 뇌의 가소성을 보여준다. 이런 장애들은 뇌의 왼쪽을 손상시켜서 더 창의적인 오른쪽을 해방하고, 새롭거나 근본적으로 다른 창의성을 샘솟게 할 수도 있다.
- 본문 232쪽 中 -
즉, 뇌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과학적 탐구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연구로 인해 인간 본성에 관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함으로써 휴머니즘으로까지 연결짓고 있다.
추천사 글을 읽던 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발견했다.
" 문제는 네가 아니야. 너의 뇌야."
" 뇌를 깊이 알수록 신경 이상과 정신 질환의 구분이 없어지고, 비정상에 관해 알아갈수록
인간 본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분명히 과학도서를 읽었는데 마치 인문학 도서를 읽은 기분이다. 과학적 상식을 잔뜩 배워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인 저자 '에릭 캔델'은 더이상 과학자가 아니다. 과학자를 넘어서 인류학자이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여러 번 강조하고 강조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 소중한 존재이고, 모두가 다 다르며, 각자 존중받아 마땅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