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했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곽윤정 지음 / 메이트스쿨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집의 실세는 고등학교 1학년인 큰딸이다. 어릴 때는 4살 어린 둘째딸이 실세였는데 큰애가 사춘기에 진입하고 나니 전세가 뒤바뀌었다. 그 누구도 큰애를 이길(?) 수도 없고, 이겨서도 안되는 게 가정의 행복을 위한 1번 수칙임을 우리 가족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 역시 사람인지라 머리로는 큰애를 안 건드려야지 하고 조심하면서도 아침 8시가 다되어가도록 일어나지 않고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집앞이 학교라 얼마나 게으름을 부리는지......ㅠㅠ)  밤에는 자라고 해도 잠 안자고 늦게까지 불 켜놓고 있다가 그 상태로 밤새 불켜두고 자기 일쑤이니 아침에 늦잠을 자는 아이의 모습이 어찌 이뻐보이겠는가. 오늘아침에도 7시 30분부터 깨웠건만 결국 8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며 나에게 화를 낸다.

       "왜 자꾸 깨우냐구요! 엄마가 깨우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잖잖아요. 그냥 뒀으면 30분 푹 잤을건데 왜 자꾸 깨우냐구요~!!! 나 아침 안 먹어! "

       이건 무슨 6살 어린이집 아이도 아니고, 아침부터 나에게 버럭버럭 하는 딸아이의 신경질에 나까지 열이 올랐다. 평소 되도록이면 아침밥은 먹여서 등교시키려는 내 스타일을 딸아이도 아는지라 자신이 아침을 먹지 않겠다는 게 큰 무기인 줄 알고 버럭하는 모습에 나는 화가 났고, 결국 아이랑 오늘도 이렇게 티격태격 하루를 열었다.

       어릴 때는 누구보다 엄마인 나를 잘 이해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여서 나에게 참 의지가 되던 큰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나의 잘못은 아닌지, 내가 잘못 키운건지,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늘 노심초사하며 내 마음은 그야말로 걱정이 나날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공감했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어요>라는 제목에 정신이 번쩍 들며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것만 같아서 이 책을 얼른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급한 마음에 2장 '딸의 뇌를 알면 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부터 읽기 시작했다. 형광펜 하나를 들고 열공모드로 완전 집중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관심은 많아서 친구들과 여기 저기 쇼핑을 다니며 사 모은 화장품만 해도 내 것보다 훨씬 많을 정도이다. 한 번씩 꾸미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라고 할 만큼 어색하기 짝이 없건만, 그게 이쁘다고 친구들이랑 그렇게 해다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젠 그나마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설픈 외모 꾸미기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춘기 딸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 이유는 10대에 발달하는 시각피질 때문입니다. 시각 자극을 처리하는 대뇌피질의 기관은 대체로 후두엽에 있습니다.

                                         ( 중간 생략 )

            후두엽에 위치하고 있는 시각피질의 하나인 새발톱고랑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10대에 발달하기 시작하는 부위입니다. 새발톱고랑이 발달하면서 딸들은 시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그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연예인들의 옷, 화장, 액세서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거나 또래 여학생들의 차림새를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면서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예전에는 입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사기도 하고 사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화장도 점점 많이 하고 진해집니다.

                                          (중간 생략 )

             그러므로 사춘기 딸에게 "너는 왜 옷을 그렇게 입니?" "다른 애들하고 똑같이 화장해야 할 필요가 있니?"라고 말하는 태도는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한없이 어설프고 한숨 나오게 만드는 모습일지라도 그들의 눈에는 달리 보이기 때문입니다.

                                    - 본문 57~59쪽 -

              한마디로 뇌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모습인 것인 셈이다. 그동안 아이에게 한심하다는 듯한 비언어적인 표현을 많이 했던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아이는 나름 엄마에게서 "우리딸 이쁜데? 그거 언제 산거야? 엄마도 한 번 해봐도 돼?"같은 반응을 기다렸을 수도 있을텐데 내가 너무 냉담하게 굴었구나 싶어 반성이 되었다.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고 화장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혹시나 아이가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서 잘못되진 않을까 싶은 마음에 표현한 것들인데 저자는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오히려 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면서 진지하게 경청해주어야 한단다. 아들보다 딸은 언어적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현재 딸을 지배하는 감정을 비난하고 평가하면 딸은 부모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딸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표정과 눈짓 등 비언어적인 단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평소에 딸에게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와 표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도 격한 반성을 했다. 큰아이는 어릴 때부터 딸아이답지 않고 털털한 성격에 덜렁거리는 남자아이 기질이 좀 더 강해서 나는 사실 아들 키우듯이 대했음을 실토한다. 그러나 딸은 딸이지 아들이 아니라는 걸 왜 난 몰랐을까! 좀 더 살갑게, 좀 더 부드럽게 대해주지 못했던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면서 한없이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책을 읽다보니 여기 저기 꿀팁이 많았다.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사춘기 자녀 양육에 필요한 팁', '사춘기 자녀와 성을 주제로 대화할 때의 팁', '스마트폰에 마음을 뺏긴 우리 아이를 위한 대처법' 등 전 연령에 걸쳐 자녀양육에 필요한 좋은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나는 특히 '사춘기 자녀 양육에 필요한 팁'이 큰 도움이 되었다.

                                 < 사춘기 자녀 양육에 필요한 팁 >

       1) 부모가 안정적인 상태일 때 이야기하기

       2) 자녀의 감정이 격해지면 자리를 피하기

              :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음.

                  자녀의 마음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일단 자리 피하기.

       3) 지켜야 할 규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라는 규칙보다는

                '가족에게 욕을 하지 않고 주먹질 하지 않기'가 더 구체적.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우리 아이 시기에 아주 도움이 될 만한 '사춘기 아이와의 소통법'을 알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1) 지나가는 말처럼 말한다.

       -->  자녀 : "엄마, 방이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요.!"

                엄마 : "그러게. 진짜 덥네."


      2) 말다툼을 한다면 더 커지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해.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라고 말한다.

       --> 아빠 : "어휴, 이 시간에 나오니 차가 많네."

               자녀 : "아빠, 왜 저한테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빠 : "뭐? 내가 뭐라고 했다고 그러니?"

               자녀 : "지금 내가 데려다달라고 했다고 뭐라 하시는 거잖아요."

               아빠 : "나는 그럴 의도로 말할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하구나.

                            네가 그렇게 느끼라고 말할 의도는 전혀 아니었단다."

     

       3) 앵무새 대화법을 사용한다.

        --> 자녀 : "오늘 수행평가 하는데 완전 짜증나서 죽을 뻔했어."

                엄마 :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자녀 : "같이 준비하는 애들이 제대로 안 해와서

                              선생님한테 경고 먹었어."

                엄마 : "진짜 짜증났겠다."

                자녀 : "응. 그래서 화나서 애들이 부르는데 뒤도 안 보고 왔어."

                엄마 : "화날 만하네."

           이들 중 '앵무새 대화법'이 아주 효과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진작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책에서 읽으니 그래도 그동안 내가 사용했던 대화법이 아주 틀리진 않았구나 싶었다. 우리 큰애가 사춘기를 지내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유아기 아이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덩치만 컸지 오히려 초등학생인 동생보다 더 어리게 굴 때가 많은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릴 때처럼 아이가 했던 말을 그냥 되물어 주거나 똑같이 반복해서 긍정해주거나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기만 해도 충분히 감정이 조절되고 차분해지는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 저자의 말대로 조언을 하거나 아이를 비난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화를 불렀으면 불렀지 아니함만 못한 경험 역시 수차례 겪어봤기에 너무도 잘 안다. 그야말로 'VVIP 모시기'가 따로 없다. 오매불망 VVIP님 심기가 불편하시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온 가족이 VVIP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나 암담하기만 했는데, 저자의 한 마디에 위로가 되고 희망이 생긴다.

               어느 순간 부모를 가장 적대시했던 아이로 변했던 것처럼, 또 어느 순간 부모님이 그리워하던 예전의 태도로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누구나 거쳐 가야 하는 병에 잠깐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병이 나으면 아마 정신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더 나은 성인으로 커갈 것입니다.

                                         - 본문 160쪽 中 -

            아플 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면 두고두고 서운하지 않던가. 앞으로 큰아이를 볼 때마다 빨리 '나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더 지극정성으로 모셔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우리 VVIP님 서운하지 않고 어서 이 시기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더 잘 해드려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우리 VVIP님 좋아하시는 새우볶음밥 해드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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