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문장들 - 퇴짜 맞은 문서를 쌈박하게 살리는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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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기안문을 작성한다던지 보고서를 써야할 경우 '나의 문장실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 특히나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잘 갖추어서 써야하는 보고서의 경우에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사실 지금 이 순간 서평을 쓰는 동안에도 어떤 방향으로 이 글을 풀어나가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한 게 사실이다.) 마치 초등학생시절, 글짓기 숙제를 해가야 하는 부담감으로 책상 앞에 앉아 머리 싸매고 고민고민하던 그 때처럼 말이다. 무슨 내용의 덩어리들을 어떤 순서로 전개시켜나가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맞춤법은 맞는 건지, 글의 양은 적당한 건지 챙겨야 할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선 크게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두괄식으로 작성하라.

       둘째, 독자의 입장에서 작성하라.

      보고서를 두괄식으로 작성하는 것은 어찌 보면 센스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의 문서가 지켜야 할 TPO에서 T는 대상(Target)이어야 한다. 직장인은 보고받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그 사람이 읽고 활용하는 상황에 맞춰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두괄식, 논리, 어법, 간결함, 도표, 스타일에 신경을 쓰라는 이유는 '대상'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일 잘 하는 보고서'는 보고받는 사람의 자리에서 작성된 '역지사지의 보고서'다.

                            - 본문 7쪽 인용 -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두괄식의 글은 읽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주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을 먼저 던져놓고 나면 결론과 관련이 덜한 얘기를 너저분하게 늘어놓지 않게 된단다. 그러면 깔끔한 글이 작성되는 건 불 보듯 뻔한일이리라 본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원인과 결과 순서로 나열되는 우리말의 어법상 장황한 원인 설명이 먼저 나오고 마지막으로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깔끔하게 결론부터 제시한다면 집중 또한 잘될 뿐 아니라 글의 내용이 상당히 깔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다. 서두만 읽었는데도 마치 책 한 권을 다 읽은 느낌이니, 저자는 이미 이 책을 두괄식으로 써내려가는 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와 함께 글을 쓰는 여러 가지 팁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제목부터 남다르다.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충분히 짐작이 되며 세부목차들 또한 깔끔하게 소개하고 있다. 큰 목차를 살펴보면........       

       1. 구조부터 세웁시다, 튼튼하게

       2. 논리로 승부합시다, 날카롭게

       3. 규칙을 지킵시다, 깔끔하게

       4. 줄입시다, 간결하게

       5. 맞춤법 또 배웁시다, 꼼꼼하게

       6. 숫자를 장악합시다, 정확하게

       7. 표에서 내공을 보여줍시다, 근사하게

       8. 스타일로 완성합시다, 세련되게

 

 

      저자의 재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확실히 두괄식을 찬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니 목차만 봐도 절반의 팁은 배운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의 글쓰기 팁들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친절하게 제시되고 있어서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글쓰는 기법들을 익힐 수 있다. 그리고 평소 쓰던 고쳐야 할 습관들을 발견하고 "아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나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평소 틀리 줄도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맞춤법도 교정받을 수 있었고, 이왕 작성하는 글 좀 더 뽀대(?)나게 쓸 수 있는 다양한 팁들을 배우게 되어 향후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저자의 내공에 감탄한 것은 에필로그에서였다.

      글에는 바람직한 틀이 있다. 우선 수만 년 동안 다듬어진 말의 틀이 있다. 여기에 더해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발달한 문자의 틀이 있다. 문서에 비교적 최근에 더해진 요소가 도표와 그래프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결국 말, 글, 그래픽을 다루는 틀을 익히는 것이다. 즉, 어법과 맞춤법, 그래픽 형식을 내용에 맞춰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를 걸러내는 체를 갖추는 것이다.

                            (중간생략)

       모쪼록 이 책이 효과적으로 구사할 '틀'과, 틀리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걸러내는 '체'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 본문 282~283쪽 인용 -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를 걸러내는 체를 갖추어라!'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서평을 쓰는 내내 평소 때와는 달리 더욱 신중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군더더기의 표현은 없는지, 잘라내야 할 부분은 없는지, 틀린 표현 및 단어는 없는지 보고 또 보는 내 모습을 보며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하다. 앞으로 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고 '걸러내야 할' 때 마다 요긴한 체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이 아니 든든하겠는가. 든든한 아이템을 얻은 이 기분..........   마음이 부자가 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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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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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마치 한 때 '웰빙'이라는 말이 안 붙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사용되던 것처럼, 요즘은 '자존감'이 대세인 시대인 듯 하다. '자존감 수업', '내 아이의 자존감 수업', '자존감을 높이는 10가지 방법' 등등 어디를 가도 '자존감'이 빠지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엄마의 자존감'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늘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만 관심을 가졌었지, 정작 엄마인 나의 자존감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자존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스스로를 죽음에서 탄생으로 이끌어낸 엄청난 힘, 사는 내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알려줄 그것.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첫번 째 마음이 바로 '자존감'이다.

          - 본문 23쪽 인용 -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와도 같은 '자존감'........  과연 나는 나의 자존감을 비롯해서 내 아이들의 자존감은 잘 키웠는지, 지금 현재도 잘 키워주고 있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봤다. 사실 요즘 한창 사춘기에 접어 든 큰딸 아이와 날마다 전쟁을 치르는 통에 내 자존감이고 네 자존감이고 할 것 없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게 사실이다. 아이가 중학교 1학년 신입생이 되다보니 엄마인 나역시 1학년 엄마인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이도 나도 낯설기만 한 중간고사, 기말고사에 아이와 함께 긴장하며 준비하는 과정속에서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 처음 치르는 시험이니 준비를 확실히 해서 잘 쳐보자고 하는 나의 주장에 반해, 딸아이는 무슨 시험 공부를 그렇게 힘들게 해야 하는 거냐며 자기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만큼만 해도 된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공부를 봐주는 게 힘든게 아니라 아이와의 다툼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예상대로 시험 결과는 참담했고, 난 아이에게 모진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엄친아'라는 말을 나역시 꺼낼 수밖에 없었다. 내 친구 딸아이도 역시 중학교 1학년인데 중간고사 시험을 잘 봐서 반에서 1등을 한 것이다. 기말고사 역시 잘 봤으나 2등으로 밀렸다며 무척이나 아쉬워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는 나의 자존감은 그야말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나의 원망은 아이에게 향했고, 결국 아이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엄친아'와의 비교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쭈욱...........   책을 읽다보니  나의 자존감도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내 아이의 자존감도 얼마나 떨어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저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엄마라면 한 번쯤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머리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다 정작 키워야 할 마음은 쪼그라들게 만든 것은 아닌가.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상처 내고 있는 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이의 자존감을 제대로 키워주고 있나. 자녀의 마음에 귀를 대고 정직하게 물어봐야 한다.

                - 본문 33쪽 인용 -

 

 

     저자는 강조에 강조를 한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양분은 부모만이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없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자존감을 줄 수 없기 때문이란다. 뒷통수를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었었는데, 저자의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부모의 자존감이 우선 확보되어야 아이도 자존감이 뒤따라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왜 나는 당연한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걸까 싶은 생각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지진으로 전국이  들썩들썩했다. 사상 초유로 수능이 연기되는 일까지 생겼다. 그래도 내진 설계가 잘 된 포항공대는 끄떡없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난 신문을 보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떤 지진에도 흔들림 없는 내진설계가 된 집이 든든한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다 이런저런 연유로 흔들리게 될 때 '자존감'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다면 삶의 풍파에 흔들릴 걱정따위는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아이도 엄마도 말이다. 

       다행이다 싶다. 아이도 나도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이 때, 이 책을 만나서 '나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는 그 믿음이 다시 조금씩 충전되는 기분이니 말이다. 우선 내가 100% 충전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눠줘야겠지? 나를 충전시켜 준  '센 언니' 김미경 강사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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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아틀라스 - 세계가 궁금한 어린 여행자에게 모험 아틀라스 1
레이첼 윌리엄스 지음, 루시 레더랜드 그림, 김현희 옮김 / 조선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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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에 간 아이가 요즘 한창  초등학교 때 보던 '사회과부도'를 재미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사회시간에 여러 다른 나라에 대해 배우고 나더니 세계지리 및 역사, 문화들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읽던 세계 관련 전집 책들이 있어서 아쉬운대로 그 책을 다시 보곤 하던 찰나, '모험 아틀라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 역시 세게 여러 나라에 관해 흥미가 많은 터라 아이와 함께 읽기에 참 좋았다.



    책의 부제목  역시 '세계가 궁금한 어린 여행자들에게'이다. 여느 책들보다 월등히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책이다보니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넘겨보기에 딱인 이 책은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남극대륙에 관해 소개하고 있는데 각 대륙을 소개하는 첫 장에는 제법 상세한 지도가 제시되고 있어서 내용을 알기에 앞서 지리적 상식을 얻기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외우다시피 배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지도에서 찾아보면서 "아~!  이 나라가 여기 있었구나!"하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곱씹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나라와 도시를 소개하면서 그 나라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를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제목만 봐도 세계 지리 및 문화에 관한 상식을 쌓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흥겨운 삼바 리듬에 몸을 맡겨요'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고, 대한민국 강릉은 '하늘 높이 그네를 뛰어요', 뉴질랜드 와이탕이는 '마오리족과 하카를 추어요', 타이의 치앙마이는 '야생 코끼리를 돌보아요'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사이즈가 크다보니 페이지 페이지마다 곁들여져 있는 그림들이 실감나게 잘 그려져 있어서 이해를 높이는 데 상당히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서술하고 있는 문체가 구어체라 마치 책을 보는 화자에게 말하듯이, 읽어주듯이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 일본 나가노 >

   눈으로 뒤덮인 땅에서 부글부글 끓는 온천물이 솟아나고 희부연 수증기가 가득한 모습이 기이하게 보일 거예요. 그래서 이곳을 '지고쿠다니', 우리말로 '지옥 계곡'이라고 부르지요. 이 지역은 고도가 높아서 1년 중 4개월은 눈이 쌓여 있어요.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면서 하는 뜨거운 온천욕은 사람뿐 아니라 원숭이들에게도 인기가 좋지요.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눈 내린 경치를 즐겨 보세요. 운이 좋으면 온천욕을 하거나 눈싸움을 하는 일본원숭이들을 볼 수도 있어요.

                       - 본문 46쪽 인용 -

    내용과 함께 본문에 충실한 삽화까지 곁들여져 있으니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끝으로 책의 뒷쪽에 보면 두 가지 부록이 소개되고 있는데 제법 요긴하다.  하나는 '찾아보세요'라는 타이틀 아래 여러 종류의 사람 및 동물, 물건들을 찾을 수 있는 목록이다. 마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월리를 찾아라'처럼 말이다. '망원경을 보는 돌산양(미국 탈키트나)', '호기심 많은 펭귄(남극 대륙 스노힐섬)', '구원의 예수상9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구석구석 숨어있는 '그들' 및 '그것들'을 찾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부록은 194개의 세계국기 모음이다. 이 책으로 각 나라의 지리 및 지명, 문화 그리고 역사에 관해 차레로 공부한 후 마지막으로 그 나라 국기를 살펴보며 지구촌 5대양 7대륙의 공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한 권의 책으로 제법 많은 분량의 세계지리, 역사, 문화에 공부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알쓸신세(알고보면 쓸데 있는 신기한 세계공부)'이다. 국어사전을 가까이 두고 늘 어려운 낱말이 보일 때마다 찾아보는 게 나의 취미인데, 이젠 취미가 하나 더 늘었다. '모험 아틀라스'를 거실 한 켠에 두고 tv나 책을 보다가 잘 모르는 나라가 나오면 곧바로 찾아보는 취미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좀 더 자세히 읽어보며 많은 대화도 나누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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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 제주 하늘 아래 무심코 행복함을 느낄 때
조연주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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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져온다.  태어난 곳도 아니요, 자란 곳도 아닌 그곳이 마치 내겐 마음의 고향인 것처럼 말만 들어도 푸근해진다. 힘이 들거나 세상살이에 지칠 때면 친정집이 그리운 게 아니라, 아는 이 하나 없는 제주도가 그리울 정도이니 말이다.

 

   

     20대 중반, 처음으로 가본 제주도. 젊은 혈기로 똘똘 뭉쳐 있떤 20대 시절, 한 번 쯤 혼자서 다녀왔더라면 좋았을 제주를 결혼하고 처음으로 가본 제주도....... 처음으로 내게 그 민낯을 공개해 준 제주의 모습은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기억속에 오롯이 남아 있다. 아직 손때가 덜 묻고,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던 새초롬한 모습의 제주의 모습이었던 터라 더더욱 첫사랑처럼 아련히 기억에 남아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와 공감되는 부분이 한 두군데 가 아님을 느끼며 얼굴도 모르는 저자와 무척이나 오래 알고 지낸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나와 너무나도 비슷한 성격과 취향, 거기다 제주에서 힐링을 하고 기운을 되찾는 모습에 마치 나의 분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집에 박혀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게 좋다. 회사와 집만 오가는, 답답할 정도의 바른생활만 하고 살았다. 그런 내가 제주에 빠져 혼자 다니기 시작하니 걱정의 소리도 컸다. 그렇게 걱정하는 소리가 아니라도 솔직히 겁났다. 조금씩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 모든 것이 후회투성이다. 솔직하지 못한 것, 가슴이 이끄는 대로 발을 내딛지 못한 것, 자존심에 용기내지 못한 것들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에필로그 인용 -

      나도 그렇다. 밖에서 활보하며 여기저기 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보거나 서평을 쓰는 일을 더 좋아한다. 햇볕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거실 쇼파에 반쯤 기대어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온몸이 노곤해지면 스르르 잠이 드는 경험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정도로 내겐 소중하다. 그래서 자칭 '집순이'라고도 칭하곤 하는데,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생활을 좋아한다기에 묘한 동질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살면서 힘이 들때면 보통의 기혼 여성들은 친정집을 찾게 되는 게 다반사이다. 그런데 난 친정집보다는 제주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몇 번 가보지 못한 제주이지만, 마음의 고향같은 제주에 가면 다 해결될 것 같은 기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만 같은 기분....... 저자 역시 그런 기분을 맛보았기에 혼자서 꾸준히 제주를 찾는 것이다.

      좋으면 좋은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제주에서는 가능했다. 그렇게 자꾸 내 감정을 밖으로 꺼내다 보면 나와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제주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나자신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하게 됐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대화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내겐 천국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 그곳을 향해 목적도 없이 떠났다 보다.

                     - 본문 21쪽 인용 -

      '나와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곳'  제주........ 저자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점점 나만의 시간이 줄어듦에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혼자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샘솟는다. 나를 아는 이가 없는 곳에 가서 1시간이라도 좋으니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며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많은데, 제주야말로 그러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저자의 말대로 '나와의 대화'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다보면 마음의 힘듦이, 삶의 찌듦이 눈녹듯 사라질 것만 같은 기대감이 한없이 든다.

 

 

      그리고 저자와 나의 공통점을 또 하나 발견했다.

      나는 늘 소심하게 겁먹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내 앞에 수많은 이정표가 나타났었지만 늘 고민만 하다가 결국 익숙한 길로만 갔다. 가보기도 전에 너무 많은 걱정과 생각으로 항상 같은 곳에만 머물러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더 큰 세상을 여행해보지는 못했지만 이곳 제주에서 조금씩 나의 틀을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새로움과 익숙함을 모두 받아들이고 직접 행동해보는 것은 분명히 나를 성장시켰다.

               - 본문 25쪽 인용 -

      나역시 그렇다. 소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쉽게 도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그 일을 끝낼 때까지 너무나도 부담을 가지고 많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 일도, 일을 맡게 되면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혼자서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며 힘들어하는 편이다. 저자 역시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제주여행을 통해 점점 새롭게 태어날 뿐 아니라 소극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모되어 감을 느낀다는 말에 더욱 제주에 끌렸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에서 저자처럼 이렇게 시간을 가진다면 나도 점점 변화되어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도전의식이 살포시 든다.

 

 

       제주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깨달아가는 저자는 나를 자꾸 자극시킨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라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보라고...... 이왕이면 제주에서 말이다. 그래서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를 추가해본다. '혼자 제주여행 다녀오기'........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하며 맘 불편하게 지내면서 그간 쌓였던 마음의 찌꺼기와 상처 조각들이 '혼자만의 제주여행'을 통해 다 치워지고 치유될 것 같은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나도 저자처럼 한 번 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과 마주하는 내가 되어보고 싶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제주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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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부 천재들 - 창의력과 집중력, 천재들의 공부 비결 이야기
유한준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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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기를 끝내고 중학교에서의 첫 여름방학을 맞이한 딸아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엄마! 중학생이 되니까 공부할 것도 너무 많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중학생 시절을 미리 겪어본 선배로서 그 답답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어떤건지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나역시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배우게 된 여러 과목들의 생소함에 도대체 이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건지, 뭐가 중요하고 뭐가 핵심인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시험공부를 하면서 무작정 외우고 또 외웠던 기억이 난다. 딸아이 역시 그런 혼란스러움을 겪는 것 같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해 조언을 해주고 공부하는 팁을 소개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 외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자극제같은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었으나 나의 경험담 외에는 얘기해 줄 게 없으니 무척 아쉬웠다. (그 때 이 책을 아이에게 읽게 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다 ^^)

 

 

      이 책은 창의력과 집중력으로 똘똘 뭉친 천재들, 일명 '공부의 달인'이라고 일컫어지는 20명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더욱 눈길이 가기도 한다. 우선 책 표지에 사진으로 소개되고 있는 하버드 박사 미스코리아 진 금나나, 고시 3관왕인 고승덕 그리고 박찬종, 현재 엔씨소프트 사장인 '천재소녀' 윤송이, 수석 3관왕의 영예를 얻은 원희룡, 수학 천재 연예인 김정훈...... 책을 읽다 보니 그들이 그냥 유명해진 사람들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존경심마저 들었다.

 

 

      저자를 비롯해서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천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입을 모아 한 가지를 강조한다. 바로 '독서'이다.

     영,유아기 뿐 아니라 모든 연령에 걸쳐 독서는 중요하지만, 특히 뇌의 외형적 발달이 거의 완성돼 성인과 같은 수준이 되는 만 12세 무렵까지는 독서 습관을 꼭 들여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 나이는 초등학교 5~6학년에 해당한다.

                   (중간생략)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마저 커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독서와 같은 학습 과정을 통해 인간 고유의 딥 러닝(Deep

  Learning)을 해야 미래에 살아남을 기초 지력과 체력을 다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 본문 42쪽 인용 -

  

    윤송이, 금나나, 이정희, 천정배 등 각 분야별 공부의 신들이 보여준 공부법 핵심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다독과 꼼꼼한 학습 습관에 있다. 꾸준히 노력하고 복습을 통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 본문 60쪽 인용 -

      독서를 통해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사고와 논리력을 발달시켜 깊이있는 사고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이 몸에 배이면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습관 또한 저절로 갖추어지며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에 몰입할 수 있게 되어 결국에는 공부의 달인까지 될 수 있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참 기특(?)했다.

 

 

       20명의 공부의 달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파킨슨병 진단의 길을 연 이진형 씨였다. 그녀는 파킨슨병 진단과 치료에 전기회로 개념을 도입해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어낸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이다. 원래 그녀는 의대진학이 꿈이었으나 2005년 할머니께서 뇌중풍으로 쓰러져 반신불수로 고생하신 걸 보고 뇌과학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공과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병에 걸리신 할머니를 안타까운 여긴 나머지 결국 그 분야를 전공하게 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치료의 길을 열어 준 그녀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착한 천재'인 것이다.

 

 

       공부하다가 지친 학생들, 꿈이 뭔지 갈피를 잘 잡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천재라 하더라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천재'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 꼭 권해주고 싶다. 당장 우리 아이부터 읽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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