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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 제주 하늘 아래 무심코 행복함을 느낄 때
조연주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11월
평점 :
'제주도'......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져온다. 태어난 곳도 아니요, 자란 곳도 아닌 그곳이 마치 내겐 마음의 고향인 것처럼 말만 들어도 푸근해진다. 힘이
들거나 세상살이에 지칠 때면 친정집이 그리운 게 아니라, 아는 이 하나 없는 제주도가 그리울 정도이니 말이다.
20대 중반, 처음으로 가본 제주도. 젊은 혈기로 똘똘 뭉쳐 있떤 20대 시절, 한 번 쯤 혼자서 다녀왔더라면 좋았을 제주를
결혼하고 처음으로 가본 제주도....... 처음으로 내게 그 민낯을 공개해 준 제주의 모습은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내
기억속에 오롯이 남아 있다. 아직 손때가 덜 묻고,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던 새초롬한 모습의 제주의 모습이었던 터라 더더욱 첫사랑처럼
아련히 기억에 남아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와 공감되는 부분이 한 두군데 가 아님을 느끼며 얼굴도 모르는 저자와 무척이나 오래 알고 지낸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나와 너무나도 비슷한 성격과 취향, 거기다 제주에서 힐링을 하고 기운을 되찾는 모습에 마치 나의 분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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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집에 박혀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게 좋다. 회사와 집만 오가는, 답답할 정도의 바른생활만 하고 살았다. 그런 내가 제주에 빠져 혼자 다니기 시작하니 걱정의 소리도 컸다. 그렇게
걱정하는 소리가 아니라도 솔직히 겁났다. 조금씩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 모든 것이 후회투성이다. 솔직하지 못한 것, 가슴이 이끄는
대로 발을 내딛지 못한 것, 자존심에 용기내지 못한 것들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에필로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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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다. 밖에서 활보하며 여기저기 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조용히 책을 보거나 서평을 쓰는 일을 더 좋아한다. 햇볕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거실 쇼파에 반쯤 기대어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온몸이 노곤해지면 스르르 잠이 드는 경험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정도로 내겐
소중하다. 그래서 자칭 '집순이'라고도 칭하곤 하는데, 저자 역시 나와 비슷한 생활을 좋아한다기에 묘한 동질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살면서 힘이 들때면 보통의 기혼 여성들은 친정집을 찾게 되는 게 다반사이다. 그런데 난 친정집보다는 제주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몇 번 가보지 못한 제주이지만, 마음의 고향같은 제주에 가면 다 해결될 것 같은 기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만 같은
기분....... 저자 역시 그런 기분을 맛보았기에 혼자서 꾸준히 제주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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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면 좋은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제주에서는 가능했다. 그렇게 자꾸 내
감정을 밖으로 꺼내다 보면 나와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제주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 나자신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하게 됐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대화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내겐 천국이다. 그래서 나는 자꾸 그곳을 향해 목적도 없이 떠났다 보다.
- 본문 21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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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곳' 제주........ 저자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점점 나만의 시간이 줄어듦에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혼자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샘솟는다. 나를 아는 이가 없는 곳에 가서 1시간이라도 좋으니 혼자서 조용히 사색하며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많은데, 제주야말로 그러기에
딱 좋은 장소이다. 저자의 말대로 '나와의 대화'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다보면 마음의 힘듦이, 삶의 찌듦이 눈녹듯 사라질 것만 같은
기대감이 한없이 든다.
그리고 저자와 나의 공통점을 또 하나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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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소심하게 겁먹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내 앞에 수많은
이정표가 나타났었지만 늘 고민만 하다가 결국 익숙한 길로만 갔다. 가보기도 전에 너무 많은 걱정과 생각으로 항상 같은 곳에만 머물러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더 큰 세상을 여행해보지는 못했지만 이곳 제주에서 조금씩 나의 틀을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새로움과 익숙함을 모두
받아들이고 직접 행동해보는 것은 분명히 나를 성장시켰다.
- 본문 2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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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역시 그렇다. 소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쉽게 도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그 일을 끝낼 때까지 너무나도 부담을 가지고 많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 일도, 일을 맡게 되면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혼자서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며 힘들어하는 편이다. 저자 역시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제주여행을 통해 점점 새롭게 태어날 뿐 아니라 소극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모되어 감을 느낀다는 말에 더욱 제주에 끌렸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에서 저자처럼 이렇게 시간을 가진다면 나도 점점
변화되어 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도전의식이 살포시 든다.
제주여행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깨달아가는 저자는 나를 자꾸 자극시킨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라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보라고...... 이왕이면 제주에서 말이다. 그래서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를 추가해본다. '혼자
제주여행 다녀오기'........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하며 맘 불편하게 지내면서 그간 쌓였던 마음의 찌꺼기와 상처 조각들이
'혼자만의 제주여행'을 통해 다 치워지고 치유될 것 같은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다. 나도 저자처럼 한 번 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과
마주하는 내가 되어보고 싶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제주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