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 정신과 의사가 권하는 인생이 편해지는 유연함의 기술
정두영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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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한 와중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문제의 진짜 원인은

낮은 심리적 유연성일 수 있습니다.

- 책날개 中 -


    '심리적 유연성'이라는 말에 확 끌렸다. 예전에 한창 이슈였던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이 한동안 나의 키워드였는데 '심리적 유연성'이라는 말 또한 나에게 제법 울림있게 다가왔다. 저자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도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심리적 유연성'에 대해 자가분석도 해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이자 헬스케어센터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전체 인원의 10분의 1이 저자인 정두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헬스케어센터를 찾아 진로 고민과 업무 수행에서 생기는 불안, 우울, 무기력, 대인 관계 문제 등의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부러우면 진다는데 정말 부럽고 또 부럽다. 저자는 모든 문제의 시작점에는 '심리적 유연성'의 결핍이 있음을 알고 내담자들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마치 아픈 환자들에게 대증치료 효과가 있는 약을 바로 처방해주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면역을 키워주기 위해 운동과 식이요법 처방을 해주듯이 말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이 중 2장과 3장이 와닿았다. 

    2장 '나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면 인생이 편해진다'를 읽는데 최근에 인기리에 종영한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가 떠올랐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이라는 단어들을 줄줄 읊어대며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던 그 귀여운 변호사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면 손가락을 접으며 수를 센 후 들어간다. 그렇게 해야만 긴장감과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바쁜 상황이어도 항상 그렇게 자기만의 의식을 치른 후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내가 힘든 장면이나 불편한 상황을 접해야 할 일들이 생길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며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해결해나가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해야 내가 편안해진다'라고 당당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만의 해소법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우리가 예민해는 상황이 오는 것은 내가 못난 사람이 아니라 그 예민함이 나의 또 다른 장점일 수 있다고 얘기하며 마치 드라마 속 변호사처럼 해보라고 권유하는 것 같아서 평소 예민한 나에게 큰 동기유발이 되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내게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내가 열등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히려 예민함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인생이 더 풍성해질 수도 있습니다.

맛에 특히 예민한 사람이 맛없는 음식을 먹지 못해 

직접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처럼

인간에 대한 예민함을 장점으로 발전시켜 

상대를 더 배려하는 부모, 선배, 동료, 친구, 연인, 배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예민해지는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나의 장점일 수 있습니다.

- p. 114~115中 -

  

    그리고 3장 '마음은 유연함을 연습할수록 단단해진다'에서 중요한 해결방법 세 가지를 배웠다. '비난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세 가지 방법'인데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은 원래 남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2)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하기

  3)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것


     저자는 근거 없는 비난에 신경 쓰는 대신 내 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멀리서 나를 비난 하는 이름 모를 누군가를 찾기 위해 애쓸 게 아니라, 나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이들과 함께 하며 에너지를 받는 것. 이것만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다양한 변수를 만날 때마다 일일이 맞대응하며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저자의 조언대로 그 변수들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유연함을 갖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여행'의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내 인생의 후반전은 좀 더 유연한 삶의 태도로 이 여행을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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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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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말 이어령 교수님이 별세하셨다는 뉴스를 보는데 마음 한 구석이 털썩 주저앉는 기분이었다. 간암 판정 후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치료약 조차 일절 복용하지 않으신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따뜻한 봄이 오기도 전에 교수님은 그렇게 따님인 이민아 목사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셨다. 기회가 된다면 교수님 강의도 들어보고 싶고, 육성도 한 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교수님은 그렇게 작별을 고하셨다.

    


오늘 나는 여러분과 함께 한 세상을 살아왔고 한 시대를 지내온 사람으로서

마지막, 여러분과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다 떠나죠.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남이 아닙니다.

(중간 생략)

그 이야기들이 여러분과 헤어지는 인사말이 되고,

내가 없는 이 땅에 태어날 미래의 생명들에게 전하는 그런 말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미래를 향한 작은, 나의 유언과도 같은 것이죠.

- p. 5~6 中 -


    

    일제 강점기 시기부터 지금까지 근현대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시대를 나타낼 수 있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 백두산을 뽑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노래에 나오는 그 단어들이 키워드가 되어 각각의 챕터에서 저자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독자들과 편하게 마주 앉아 대화하듯 구어체로 구성된 본문의 내용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스르륵 빨려 들어가게 할 정도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쉴 틈 없이 이어져 나간다.

     노래 가사 속에 등장하는 키워드들을 두고 하는 저자의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 개화기 때 만난, 우리와 너무 다르게 생긴 외국 사람들 및 외국 문물들이 원숭이이다.

 - 개화기 때 들어온 과일들로서 개화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두 과일이 사과와 바나나이다. 

 - 기차 역시 개화기 및 모든 문명을 상징하며 이런 문명의 마지막 단계가 비행기이다. 

 -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를 보며 남의 물건을 쫓아가고 그것을 배우던 역사가 한 바퀴 돌아 백두산에서 마무리된다.


    저자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쉼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치 제목인 '작별'을 위해 알고 있는 하나라도 더 독자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저자의 열정과 안타까움이 느껴져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오기도 했다. 



     

참 먼 길을 돌아왔네요.

내가 여러분들과 헤어지는 인사말 '잘 있어'라는 말, '잘 가'라고 하는 그 '잘'이라는 말.

영어로 웰 다잉, 웰 에이징 등 우리가 흔히 잘 쓰는 '웰'이라는 말,

그게 바로 잘 있어, 잘 가 할 때의 '잘'입니다.

그게 바로 어질 인이죠.

이게 있으면 잘 있고 잘 가게 되는 겁니다.

떠나도 그와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고,

잘 있으면 떠나간 사람을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잘 있어, 잘가입니다.


   '잘 있으면 떠나갈 사람을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저자의 이 말 한 마디에 콧등이 시큰해진다. 떠나보내드리기 아쉬운 교수님이지만 그래도 잘 보내드리고 잘 있어야함을 숙제로 명 받았기에 이제 그 분을 고이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


   " 이어령 교수님,

     잘 있을게요. 

     교수님도......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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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 - 후회, 자책, 걱정, 초조를 멈추는 심리학
김아라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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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넘기고 속표지를 넘기니 문구 하나가 보인다.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고

 편안하면 이 순간에 사는 것이다.

- 노자 -

 

   노자 선생님은 어쩜 이렇게 핵심을 잘 파악하셨을까 싶다. 혼자서 딴 생각을 하다보면 불쑥불쑥 불청객들이 나타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들, 학창 시절 힘들었던 기억들, 결혼 후 일생일대의 냉전이 찾아와서 남편과 한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난데없이 쑥 올라올 때면 나도 모르게 힘이 쭉쭉 빠진다. 그리고 올해 고3인 아이를 보면 대학입시 결과가 어떻게 될 건지, 내년에 이 아이는 어느 학교에 가 있게 될 건지, 마무리까지 잘 해낼 수 있을 지 등등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오던 잠도 도망가 버릴 때가 많다. 노자 선생님 말씀처럼 편안하게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싶은데 말이다.

   나만 이렇게 마음이 요동을 치나 걱정을 했는데 저자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누구나 쉽게 우울과 불안을 접한다고 한다. 이유는 바로 우울과 불안이 여러 감정이 합쳐진 복합 감정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쉽고 흔하게 느낀단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걱정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면 오히려 지극히 건강하다는 증거란다.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감정만 있을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어느 것 하나 쓸 데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하니까 느끼는 것이라니 그간 애써 감정을 무시하고, 내 자신을 초라하게 여겼는데 전혀 그럴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저자는 우울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함을 강조하며 16단계의 방법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16단계의 여러 가지 방법들 중 특히 와닿는 게 있었다.

   

    - 잠의 질을 높여야 삶의 질도 높아집니다.

    - 삶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의 합입니다.

    - 선택했다면 돌아보지 말아야 합니다.

    - 나는 나에게 가장 큰 위로를 받습니다.

    - 좋은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옵니다.

    -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중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게 있으니 바로 '좋은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옵니다'이다. 

      나를 보호하는 과정은 경계를 세우는 일로 시작합니다. 나를 해치는 관계를 잠시 멀리하는 단계부터 말이지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내가 경계를 세우고 관계를 멀리하면 관계가 끊어질까 봐 걱정합니다. 때로는 누군가를 거절하고 미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경계를 침범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애써 봐도 미워하는 마음이 깊이 남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충분히 미워해야 다시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를 보호하면서 내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마음에 여유를 찾아야 합니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경계를 허물어 상대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 p. 319~320 中 -


     최근에 나는 가까운 가족 중 한 명으로 인해 무척 상처를 받았다. 만날 때마다 의도치 않게 내게 상처를 주는 그 대상으로 인해 번번히 코피 터지는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쌍코피가 터진 기분이라고나 할까? 너무 힘들어 남편에게 울면서 얘기했더니 남편도 내게 조언한다. 거리를 두라고. 당분간 거리두기를 하라고. '마음의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 거리두기를 좀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주는 남편의 얘기처럼 저자 역시 거리두기를 권한다. 충분히 미워하고 나서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나면 마음의 울타리를 좀 더 보강해서 그 대상을 만나기. 저자가 권해주는 방법에 무척이나 신뢰가 간다.

     과거에 머물던 나의 시선을 현재로, 그리고 미래에 떠도는 시선을 현재로 옮기는 방법들을 소개해주는 이 책 덕분에 당분간 마음의 울타리 공사를 순조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든든하다. 

  

" 저처럼 마음의 울타리가 없거나, 있는데 보수해야 하시는 분들!! 

 어서 이 책 읽고 울타리부터 세워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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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윤설 지음 / 달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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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잘한 것에 칭찬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


- 프롤로그 中-


 

   프롤로그를 읽다가 순간 가슴이 먹먹해왔다. 으레 들을 수 있는 말이고, 실제로도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한데 이 말이 글귀로서 내게 전해 오는 전달력은 상당히 강했다. 이제 막 펼친 책인데 이 글귀에 사로잡힌 나는 몇 번을 읽고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읽다가 결국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구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뚝뚝 떨어진다. 

   그랬다 정말.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이 나이까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진득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려서는 세 명의 동생들의 언니이자 누나였기에 늘 양보해야했고, 이른 사회생활과 결혼을 하면서는 직장동료들에게 남편에게 시댁 식구들에게 모든 주권을 내어맡길 정도로 늘 상대방에게 맞추며 살아왔다. 그래서였을까? 프롤로그의 그 글귀를 읽는데 나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내 자신에게......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여러 편의 시 형식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직접 이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아니면 그런 사람들과의 교감이 많아서인지 나처럼 스스로를 못 찾고 남들에게 맞추기 급급한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제목만 봐도 힐링이 될 정도인데 그 중 내 맘을 사로잡는 제목들 몇 개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

     - 당신이 가는 길이 곧 정답이다

     - 잘해 왔고 잘할 것이다

     - 화창한 날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

     - 나에게 먼저 친절할 것

     - 남의 답안지를 들여다보지 말 것

     - 밤이 되어야 비로소 빛난다


      그리고 저자가 해주는 말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를 숨기는 일은 남의 호감을 얻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내 마음을 지키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후회했다.

나에게 미안했다.

남들에게 분명 좋은 사람으로 불렸지만,

나 자신에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 p. 18 中 -

      바로 내 얘기였다. 늘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길 원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흠 잡히길 원치 않는 성격 탓에 늘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속이 좋지 않은 상황 가운데서도 친구가 튀김을 먹자고 하면 그러마 하고, 몸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은데 일을 부탁하는 동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수락하고 있고, 집에 하나 가득 반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지 못해 시어머니가 주시는 반찬을 주시는 족족 다 받아와서 처치하지 못해 어려워하던 나. 그러다보니 결국 마음에도 병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렇게 마음의 감기를 앓고 나서였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리는 게 없었다. 아직도 마음에 남은 상처에서 진물이 나고 있는 내게 저자의 얘기들은 '새살이 솔솔'이라는 광고문구 속의 상처치료연고였다.         

      저자의 말대로 마침표가 있어야 새로운 문장을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제 나는 인생 후반전을 새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전반전에서는 주인공이 내가 아니었는데, 이제 후반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내 자신을 잃지 않고,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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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말하는 네가 좋다 -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의 온도
김범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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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례 1 : 길을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시끌벅적하게 오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고,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이 넘게 가려진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다 예뻐보였다.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조차 싱그러워보여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학생들의 이야기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예쁜 학생들이 한 무더기의 욕을 하며 깔깔거리고 웃고 있었던 것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조사 빼고는 다 욕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마스크 너머 들려오는 단어들이 무척이나 불쾌할 정도였다. 얘네들은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이렇게 욕을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 사례 2 : 방학을 맞아 아파트 단지 내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신나게 노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한 아이가 화가 났는지 다른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내더니 급기야 욕설을 내뱉기 시작한다.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제법 수위가 높은 단어를 내뱉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 울려 퍼지는 욕설을 듣고 있기 또한 무척이나 힘들었다. 

     

      # 사례 3 : 우리 집에는 사춘기 딸아이가 두 명이나 있는데 가끔씩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말들에 나는 여러 번 상처를 받는다. 

      " 나 없을 때 내 방에 들어오지 말랬잖아요. 제발 깜빡깜빡 하지 말고 기억 좀 하세요."

      " (밥 먹으러 나오라고 몇 번을 불렀더니)  알았다고 했잖아요. 내가 뭐 1시간을 기다리게 했어요?"


       

     내가 겪은 사례들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려오는 말로 인해 상처받는 경우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이처럼 상대방에게 막 말하는 걸 두고 '못생긴 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의도치 않게 개인의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다보니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대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인데 이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기에 우리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강조한다. 그리고 말 하나만 예쁘게 잘해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우월적 특징 하나를 획득한 셈이라며 예쁜 말의 중요성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조심스럽고 배려 가득하며 따뜻한 예쁜 말 한 마디가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긍정적 사례를 보다보면 왜 말을 예쁘게 해야 하는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하는 이 시기에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각자의 말하기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멀어져 있던 사람들과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이 때, 예쁜 말을 통해 마음의 거리를 서서히 좁히려는 노력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의 표현대로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 '잘 말하는 사람'이 되어 예쁜 말을 여유 있게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말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말 하는 사람'이 되기!  코로나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기 위해 조금씩 전진하는 이 때 모두에게 필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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