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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윤설 지음 / 달콤북스 / 2022년 8월
평점 :
"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잘한 것에 칭찬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
- 프롤로그 中-
프롤로그를 읽다가 순간 가슴이 먹먹해왔다. 으레 들을 수 있는 말이고, 실제로도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한데 이 말이 글귀로서 내게 전해 오는 전달력은 상당히 강했다. 이제 막 펼친 책인데 이 글귀에 사로잡힌 나는 몇 번을 읽고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한참을 읽다가 결국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구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뚝뚝 떨어진다.
그랬다 정말.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이 나이까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진득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려서는 세 명의 동생들의 언니이자 누나였기에 늘 양보해야했고, 이른 사회생활과 결혼을 하면서는 직장동료들에게 남편에게 시댁 식구들에게 모든 주권을 내어맡길 정도로 늘 상대방에게 맞추며 살아왔다. 그래서였을까? 프롤로그의 그 글귀를 읽는데 나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내 자신에게......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여러 편의 시 형식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직접 이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아니면 그런 사람들과의 교감이 많아서인지 나처럼 스스로를 못 찾고 남들에게 맞추기 급급한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제목만 봐도 힐링이 될 정도인데 그 중 내 맘을 사로잡는 제목들 몇 개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
- 당신이 가는 길이 곧 정답이다
- 잘해 왔고 잘할 것이다
- 화창한 날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
- 나에게 먼저 친절할 것
- 남의 답안지를 들여다보지 말 것
- 밤이 되어야 비로소 빛난다
그리고 저자가 해주는 말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를 숨기는 일은 남의 호감을 얻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내 마음을 지키는 데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후회했다.
나에게 미안했다.
남들에게 분명 좋은 사람으로 불렸지만,
나 자신에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 p. 18 中 -
바로 내 얘기였다. 늘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길 원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흠 잡히길 원치 않는 성격 탓에 늘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속이 좋지 않은 상황 가운데서도 친구가 튀김을 먹자고 하면 그러마 하고, 몸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은데 일을 부탁하는 동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수락하고 있고, 집에 하나 가득 반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지 못해 시어머니가 주시는 반찬을 주시는 족족 다 받아와서 처치하지 못해 어려워하던 나. 그러다보니 결국 마음에도 병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렇게 마음의 감기를 앓고 나서였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리는 게 없었다. 아직도 마음에 남은 상처에서 진물이 나고 있는 내게 저자의 얘기들은 '새살이 솔솔'이라는 광고문구 속의 상처치료연고였다.
저자의 말대로 마침표가 있어야 새로운 문장을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제 나는 인생 후반전을 새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전반전에서는 주인공이 내가 아니었는데, 이제 후반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내 자신을 잃지 않고,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