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생리야 - 생리를 시작하는 친구들을 위한 생리 지식, 생리 관리, 생리 긍정 설명서 파스텔 읽기책 2
첼라 퀸트 지음, 조바나 메데이로스 그림, 김정은 옮김, 정선화 감수 / 파스텔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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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트에 가면 꼭 들여다보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생리대 판대대이다. 딸아이 둘에 나까지 셋 다 생리를 하다보니 생리대 구입비도 만만치 않다. 그러하기에 1+1 행사를 하거나, 할인행사를 할 때면 넉넉히 사두어서 비축해두어야 안심이 된다. 그 바람에 이젠 남편도 마트에 가면 그 코너로 자연스레 갈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생리통이 심해서 학창시절 때부터 고생했던 나를 닮았는지 큰아이도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생리통 전용 진통제도 늘 상비약으로 구입해둔다. 생리 기간이 서로 겹치기라도 하면 다소 까칠해진 모녀로 인해 일촉즉발의 집안 분위기가 종종 형성되다 보니 남편은 늘상 나와 딸아이 눈치를 보며 어서 이 마법기간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우리 가족들과 '생리'는 상시 생리대구입부터 집안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데 반해 정작 나도 아이들도 생리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상식만 가지고 있을 뿐 깊이 있게 얘기나눠본 적이 없던 터라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한 둘째딸을 위해서라도 내가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 이 책 <안녕, 생리야>를 보게 되었다.



     저자인 첼라 퀸트는 어린 시절 사람들이 생리에 대해 얘기하는 걸 꺼려하는 걸 보고, 누구도 꺼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학생이 되어서 직접 생리에 대해 공부하고 사람들이 생리에 대해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까지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어체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어서,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한 어린 소녀들이 부담없이 읽기에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중학생인 둘째 아이에게 이 책을 주었더니 처음엔 생리에 관한 책임을 알고 선뜻 펼치질 못하더니, 막상 읽기 시작하고서는 가볍게 읽어내는 것이다. ( 거부감은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책은 '생리 기초 배우기', '생리 관리하기', '생리 긍정하기' 이렇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성교육 책들에서 다루는 단순 이론적인 생물학적 내용 뿐만 아니라 제법 상세한 그림과 함께 구체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계로 본 생리', '여러 종류의 분비물', '다양한 생리용품' 등 우리가 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내용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특히 '생리 주기표 만들기'는 성인 여성들에게도 도움이 될 정도로 아주 유용해서 나도 당장 활용해보았다. 생리 주기의 변화는 여성 건강의 중요한 척도이기에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기에 두 딸아이에게도 이 부분을 설명해주고 당장 실천하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동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생리에 대해 창피해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자는 독자들에게 '생리 긍정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나의 이야기'라는 코너를 통해 저자 자신의 경험을 유쾌하게 소개함으로써 어린 독자들이 흥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좋았다.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하게 되었거나, 이제 곧 생리를 할 아이들에게 생리지식, 생리 관리법을 비롯해서 긍정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물로 제격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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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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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워서인지 클래식은 나에게 고향같은 음악이다. 체르니, 모차르트, 바흐 등의 음악가들 이름이 피아노 교재 제목이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거장들의 이름을 막 부르곤 하던 어릴 때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사교육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교육열 덕분에 나는 그렇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클래식 음악은 나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집안에 있던 클래식 음반을 전축에 넣고 하나 둘 듣다가 자연스럽게 음악에 일찍 귀가 트였고 전공까지 하게 되었단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음대 나온 신문 기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는 저자의 행보가 신선하고 독특하다. 저자는 기자답게 '정치 기사처럼 쉽게 읽히고, 경제 기사처럼 중요한 정보만 추려낸 클래식 이야기'를 쓰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말이 딱 맞다 싶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자칫 따분하고 어렵게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저자는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각 음악가에 어울리는 별명(?)을 붙여줌과 동시에, 유명한 음악가이긴 하나 우리가 잘 몰랐던 그들만의 이야기들을 편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음악을 소개함과 동시에 책의 한 코너에 qr코드까지 함께 준비해둠으로써 음악검색을 따로 할 필요없이 쉽게 바로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뿐만 아니라 각 음악가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클래식 노트'라는 페이지에 음악가에 대한 마무리 설명과 함께 주요 작품들에 관해 정리를 해두었는데 여기에도 역시 qr코드가 있어서 주요작품들을 모두 다 들어볼 수 있다. 

       귀족에게 고용되어 쉴 새 없이 곡을 써야 했던 '음악 노예' 하이든, 어른 아이 모차르트, 60번 넘게 이사를 다닌 베토벤, 매독에 걸려 고생한 슈베르트, 과로로 일찍 늙어버린 금수저 멘델스존 등 파격적인 별명을 붙여 준 저자의 위트와 센스에 걸맞게 저자가 소개하는 음악가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쏙쏙 기억에 남는다. 천재 음악가들이 하나같이 단명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고,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들이 측은하고 가여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일반적이고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그런 주옥같은 음악들을 남긴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일상의 평범함과 바꾼 천재음악가들의 음악과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온 가족들이 돌려읽기에 참 좋은 책인 것 같아 깊어가는 이 가을에 어울리는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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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일기 - 비행 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
김연실 지음 / 언제나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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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속상한 일이 있거나 한없이 울적할 때면 나는 공항으로 가곤 한다. 지하철과 전철을 교대로 타고 거의 종착역까지 가면 만날 수 있는 공항.  'air port'라는 글자만 봐도 여행가는 듯한 느낌에 기분이 금방 좋아지는 신기한 장소 공항. 그곳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나도 그들과 함께 여행하는 듯한 공감도 하다보면 어느새 울적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공항은 나에게 또 하나의 기분전환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공항을 좋아하는 나는 승무원들을 볼 때면 한없는 부러움에 넋을 놓고 그들을 쳐다볼 때가 많다.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한 유니폼을 입고 캐리어를 끌고 가는 그들을 볼때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해본다. 나의 선망의 대상인 승무원. 그러하기에 비행기 안에 커튼으로 가려진 갤리 내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늘 궁금했다. 그랬기에 전직 승무원 경력 5년의 저자가 쓴 '승무원 일기'는 그런 나의 호기심을 해소시키기에 최적이었다.



      수능점수에 맞춰 원하지도 않는 전공으로 대학에 간 저자는 결국 '내 인생은 망했다'라고 생각하고 그럴바에 돈이나 벌자는 마음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서비스업에 특화된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한 그녀는 매니저가 되고 더 큰 지점으로 옮기며 서비스업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볼까 하던 찰나에 언니의 권유로 승무원학과로 진학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티웨이 항공사에서의 승무원 생활 5년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 것이다.

      승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혹독한(?) 스파르타 훈련을 통과한 에피소드, 선후배간의 끈끈한 동료애가 넘치는 다양한 에피소드, 승객들을 가족처럼 대해 사무장님이 안 계실 때는 반말이 반쯤 섞인 친근한 대화로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저자의 재미난 에피소드 등 입담 좋은 저자는 글도 역시 재미나게 풀어나간다. 

      승무원 준비를 하는 취준생들에게 필요한 승무원교육도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승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찾고 열정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나처럼 평소 승무원 생활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비행 중 기내 상황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다 줄 책일 것 같아 추천한다.

      그나저나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쓰는 저자가 후속편도 써주면 좋겠다. 승객들을 사로잡은 그녀의 입담과 센스이기에 '승무원 일기' 1권으로는 부족하다. 

     

      "연티리쌤~   2편 기다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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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 정신과 의사가 권하는 인생이 편해지는 유연함의 기술
정두영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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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한 와중에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문제의 진짜 원인은

낮은 심리적 유연성일 수 있습니다.

- 책날개 中 -


    '심리적 유연성'이라는 말에 확 끌렸다. 예전에 한창 이슈였던 '회복 탄력성'이라는 말이 한동안 나의 키워드였는데 '심리적 유연성'이라는 말 또한 나에게 제법 울림있게 다가왔다. 저자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도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심리적 유연성'에 대해 자가분석도 해보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이자 헬스케어센터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전체 인원의 10분의 1이 저자인 정두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헬스케어센터를 찾아 진로 고민과 업무 수행에서 생기는 불안, 우울, 무기력, 대인 관계 문제 등의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부러우면 진다는데 정말 부럽고 또 부럽다. 저자는 모든 문제의 시작점에는 '심리적 유연성'의 결핍이 있음을 알고 내담자들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마치 아픈 환자들에게 대증치료 효과가 있는 약을 바로 처방해주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면역을 키워주기 위해 운동과 식이요법 처방을 해주듯이 말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이 중 2장과 3장이 와닿았다. 

    2장 '나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면 인생이 편해진다'를 읽는데 최근에 인기리에 종영한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가 떠올랐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이라는 단어들을 줄줄 읊어대며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던 그 귀여운 변호사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면 손가락을 접으며 수를 센 후 들어간다. 그렇게 해야만 긴장감과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바쁜 상황이어도 항상 그렇게 자기만의 의식을 치른 후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내가 힘든 장면이나 불편한 상황을 접해야 할 일들이 생길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며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해결해나가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해야 내가 편안해진다'라고 당당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만의 해소법을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우리가 예민해는 상황이 오는 것은 내가 못난 사람이 아니라 그 예민함이 나의 또 다른 장점일 수 있다고 얘기하며 마치 드라마 속 변호사처럼 해보라고 권유하는 것 같아서 평소 예민한 나에게 큰 동기유발이 되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내게 예민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내가 열등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히려 예민함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인생이 더 풍성해질 수도 있습니다.

맛에 특히 예민한 사람이 맛없는 음식을 먹지 못해 

직접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처럼

인간에 대한 예민함을 장점으로 발전시켜 

상대를 더 배려하는 부모, 선배, 동료, 친구, 연인, 배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예민해지는 부분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나의 장점일 수 있습니다.

- p. 114~115中 -

  

    그리고 3장 '마음은 유연함을 연습할수록 단단해진다'에서 중요한 해결방법 세 가지를 배웠다. '비난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세 가지 방법'인데 다음과 같다.


  1) 사람들은 원래 남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2)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하기

  3)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것


     저자는 근거 없는 비난에 신경 쓰는 대신 내 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멀리서 나를 비난 하는 이름 모를 누군가를 찾기 위해 애쓸 게 아니라, 나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이들과 함께 하며 에너지를 받는 것. 이것만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다양한 변수를 만날 때마다 일일이 맞대응하며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저자의 조언대로 그 변수들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유연함을 갖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여행'의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내 인생의 후반전은 좀 더 유연한 삶의 태도로 이 여행을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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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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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말 이어령 교수님이 별세하셨다는 뉴스를 보는데 마음 한 구석이 털썩 주저앉는 기분이었다. 간암 판정 후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치료약 조차 일절 복용하지 않으신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따뜻한 봄이 오기도 전에 교수님은 그렇게 따님인 이민아 목사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셨다. 기회가 된다면 교수님 강의도 들어보고 싶고, 육성도 한 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교수님은 그렇게 작별을 고하셨다.

    


오늘 나는 여러분과 함께 한 세상을 살아왔고 한 시대를 지내온 사람으로서

마지막, 여러분과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다 떠나죠.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남이 아닙니다.

(중간 생략)

그 이야기들이 여러분과 헤어지는 인사말이 되고,

내가 없는 이 땅에 태어날 미래의 생명들에게 전하는 그런 말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미래를 향한 작은, 나의 유언과도 같은 것이죠.

- p. 5~6 中 -


    

    일제 강점기 시기부터 지금까지 근현대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시대를 나타낼 수 있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 백두산을 뽑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노래에 나오는 그 단어들이 키워드가 되어 각각의 챕터에서 저자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독자들과 편하게 마주 앉아 대화하듯 구어체로 구성된 본문의 내용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스르륵 빨려 들어가게 할 정도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쉴 틈 없이 이어져 나간다.

     노래 가사 속에 등장하는 키워드들을 두고 하는 저자의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 개화기 때 만난, 우리와 너무 다르게 생긴 외국 사람들 및 외국 문물들이 원숭이이다.

 - 개화기 때 들어온 과일들로서 개화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두 과일이 사과와 바나나이다. 

 - 기차 역시 개화기 및 모든 문명을 상징하며 이런 문명의 마지막 단계가 비행기이다. 

 -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를 보며 남의 물건을 쫓아가고 그것을 배우던 역사가 한 바퀴 돌아 백두산에서 마무리된다.


    저자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쉼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치 제목인 '작별'을 위해 알고 있는 하나라도 더 독자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저자의 열정과 안타까움이 느껴져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오기도 했다. 



     

참 먼 길을 돌아왔네요.

내가 여러분들과 헤어지는 인사말 '잘 있어'라는 말, '잘 가'라고 하는 그 '잘'이라는 말.

영어로 웰 다잉, 웰 에이징 등 우리가 흔히 잘 쓰는 '웰'이라는 말,

그게 바로 잘 있어, 잘 가 할 때의 '잘'입니다.

그게 바로 어질 인이죠.

이게 있으면 잘 있고 잘 가게 되는 겁니다.

떠나도 그와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고,

잘 있으면 떠나간 사람을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잘 있어, 잘가입니다.


   '잘 있으면 떠나갈 사람을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다'는 저자의 이 말 한 마디에 콧등이 시큰해진다. 떠나보내드리기 아쉬운 교수님이지만 그래도 잘 보내드리고 잘 있어야함을 숙제로 명 받았기에 이제 그 분을 고이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


   " 이어령 교수님,

     잘 있을게요. 

     교수님도......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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