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억 - 한국의 자본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이태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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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유(IU) 노래를 좋아한다. 요즘 자주 듣는 그녀의 노래는 '블루밍(Blueming)'above the time(시간의 바깥)'이라는 노래다. 특히 후자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매우 철학적으로 보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세월의 밖에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어서 많은 매력 속으로 빠지게 한다. “과거를 밟지 않고 선다면 숨이 차게 춤을 추겠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연속선이 삶 속에서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버무려짐 없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짐작하게 한다. 현재는 과거를 밟고 미래 바라보며 채워가는 존재에게 과거의 기억은 기나긴 경험의 자산이 되어 오늘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기에 과거를 그저 흘러간 시간으로만 내버려 둘 수가 없다. 시간의 밖에서 과거를 보면서 갈수록 버겁게만 느껴지는 시장의 기억에 나의 기억을 덮어 씌워 본다.

 

기차가 안다니는 시골 고향은 겨울 방학 때 처음 서울에 왔을 때에 고속버스가 없고 직행버스만이 다녔다. 그 당시에 용산에 직행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오면 만남으로 눈을 휘둥그리게 하는 건물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국제빌딩이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서울역 앞에 있는 자주색의 대우빌딩을 보게 된다. 지금도 건물은 그 자리에 있지만 본래의 회사[대우]는 없어지고 회장은 얼마 전에 17조원 대의 추징금을 남기고 타계했다. 그 건물을 보기만 해도 20여 년 전의 IMF가 생각난다. 국제 구제 금융은 우리의 경제를 아주 많이 바꾸어 놓았고, 그 때 만들어진 구조와 질서 속에서 아직도 우리는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가고 없지만 남아 있는 흔적들은 여기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기억도 남기고 있다. 아는 기억과 모르는 남의 기억을 따라서 우리 자본 시장이 남겨 놓은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한국 경제의 타임 라인을 새롭게 펼쳐 보이고 싶다.(4페이지) 소망에 발을 담근다.

 

1921년 인천 미두(米豆) 취인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2020년 제로금리까지 한국 거시경제 100년이 담겨져 있다. 끊임없이 사건만이 나열되기에 경제 이력서를 건조하게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속에는 한국의 증권과 채권의 자본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어 파고를 일으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지가 훤하게 보인다. 거친 파동의 주기적으로 반복적인 현상을 보여 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탐욕과 정부 정책의 힘 사이에서 만들어졌다가 사라졌다. 거센 광풍과 항상 버블버블거리는 거품 속에 셀 수 없이 이름 모를 개미들의 슬픔과 환희가 쌓이고 허물어지고 쌓이기를 반복했을 존재가 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도 다른 나의 역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미로의 정글 같은 난삽한 경제 흐름을 살펴보면서 한국 경제의 DNA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면서 미래 자신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암묵적 지식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다만 사건의 서술만 있을 뿐 배움의 미학은 독자의 몫으로만 남겨 놓았다는 데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없이 반복하는 폭풍우 속에서 역시나 IMF의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주 인상 깊게 다가온다. 아니 빼놓을 수가 없다. 지금도 왜 그런 사태가 왔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IMF 직전의 상황은 정책 담당자나 기업가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들을 비롯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계 경제 흐름에 무감각했는지를 보여 준다. 경제는 굴곡진 흐름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항상 일직선으로만 흐른다는 오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판의 반복은 알면서도 모르는 듯한 흐름을 대략 10년 단위로 바뀌고 있었다. 1970년 석유 파동과 정부 실패, 1985년의 5G(, , , , )의 플라자협의로 3저 호황(저금리, 저유가, 저달러)1995년까지 유지되다가 1995년에 정반대의 3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우리의 기업과 경제 당국과 국민들은 경제 활동을 그대로 유지했다. OECD 가입과 국민소득 만 달러의 장밋빛으로 무리한 원화절상과 무리한 대출에 의존하는 종금사의 위험천만한 도박이라는 내부 환경은 멕시코와 태국에서 불기 시작하는 태풍과 태국 똠얌꿍의 위기’, 일본 투자 자금의 회수라는 외부 바람에 경제를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했다. 그렇게 20세기 꽁지에 모든 삶의 방향에 대반전을 만들게 불어 닥친 바람은 모든 전조를 부정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간 모든 이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2000년 이후 10년은 가히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두 개의 막장이 열리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IMF가 남긴 거대한 대우라는 거대한 시신 처리가 한창이었지만 한쪽에서는 1999년 현대증권의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을 비롯하여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유행어를 타며 대박의 꿈이 자라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닷컴 버블, 신용카드 사태, 펀드 열풍, 부동산 광풍 등 거푼 위를 걷는 사람들의 행진은 계속되었다. 그 속에서 중산층 몰락의 속도는 악셀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대박의 열풍은 200년 전 유럽에서 자본시장이 시작되면서부터 있었던 현상이라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쪽박을 보는 쪽도 항상 정해져 있는 것이기에 광풍의 후폭풍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그 꿈의 움직임은 2020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시장의 기억이 알려 주는 경험은 지식과 상식을 쫒는 제3자에게 그저 몇 시간의 옛날 얘기로만 다가온다는 생각이다.

 

100년이라는 시장의 기억이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 시장은 폭등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폭락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자기 편향적 기억은 항상 극과 극을 만들어주는 끈이 되었다. 정부 정책은 이런 시장을 절대로 꺾지 못하였다. 또한 정책이 시장의 파동과 같은 방향이라면 시장이 일으키는 거품의 크기는 훨씬 커졌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뉴타운 사업으로 부동산은 폭등을 향해 내달렸고 노무현 정부의 판교신도시 공급 카드는 역부족이었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은 수많은 조치를 쏟아냈지만 시장을 따라 가기에만 바빴다. 정책 권력은 유한하였지만 시장은 계속된다는 아주 단순한 자연적 명제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권력은 새로운 권력으로 채워졌지만 깨진 대박의 흔적은 여전히 악몽으로 남아 있다.

 

지난 100 년간에 매우 빠른 성장이 있었다. 하지만 약소국의 경제는 한 위기가 끝나면 다른 위기가 왔다.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때로는 시장이 이성을 잃어 지옥의 공간이 더 크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자기 시스템에 빈틈, 기업인의 모럴 해저드가 움틀 때에는 더욱 쉽게 무너졌다. 그런 시류에 휩쓸리는 개인들에게는 항상 폭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열풍은 대부분의 경우에 반복적인 거품이 터지기 전에는 모든 이에게 희망의 불꽃이 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터진 거품은 많은 이를 절망의 늪으로 인도하였다. 장밋빛을 보여 줄 것 같지만 1년을 가지 못하고 여지없이 바닥을 보여 주었다. 대박의 꿈은 잠깐이었고, 깨진 꿈의 고통은 오래되고 있다. 한바탕의 희생양이 가고 나면 또 한바탕의 희생양은 어디에선가 등장한다.

 

다시 100년을 맞이한다. 그런데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 정경유착과 버블 경제 속에 움튼 개인의 탐욕은 근본적인 모순의 그림자를 앉고 있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현재 우리 경제의 커다란 최악의 난제 중의 하나이다. 계열사들끼리 순환 출자로 이루어진 기업들 간의 그물망 구조는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어렵게 하며 기업 성장의 사다리가 만들어지는 먹고 있다. 700조 원대의 가계부채도 또 하나의 국가 경제의 아픈 발목으로 남아 있다. 폭등하는 부동산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 인상은 엄두도 못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그대로이고 지니계수는 작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코로나19가 불러온 불황은 재로금리 시대를 불러왔다. 그 다음의 새로운 막장이 열릴 준비가 되고 있다는 생각은 눈뜬 봉사도 할 것 같다. 기억이 그랬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어떤 거품이 도사리고 있을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엉키었던 시간을 견디어 미래를 쫓지 않을 두 발로 숨이 차게 달려가겠어노래가사는 무심하게도 귓가를 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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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워크 투자수업 - 전문가 부럽지 않은 투자 감각을 길러주는 위대한 투자서
버턴 말킬 지음, 박세연 옮김 / 골든어페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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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0년의 실물 경제가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이 추락은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말도 들린다반면에 자본시장은 지옥을 맛보았다가 다시 콧노래가 나오는 경지로 올라오고 있다시장에서는 롤러코스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과 기회의 공간을 동시에 주고 있다코로나19가 불러온 풍경이다연말연초에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광경을 예상했을까아마 아무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경제 시장에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이런 위험은 시장 주체의 활동을 어렵게 한다예상을 항상 빗나가게 하는 변덕쟁이 같은 시장특히 자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어느 누구나 궁금해 하는 방법이다그것은 최소한의 생존방법이며 최대한의 방법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는 2020년 증시가 의외의 반등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여 주었다. 2019. 11. 18. 매일경제>

철저하게 제로섬 게임의 공간인 자본시장에서 살아남아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이 시장에는 이익을 보는 자가 있으려면반드시 손해를 보는 자가 있어야 한다대부분의 경우에 그 시장에서는 손해 보는 사람이 거의 일방적으로 정해져 있다대부분이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다그들이 당하는 이유는 진짜 궁금하게 한다매번 당하기만 하는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존방법은 있을까매우 논리적이면서 정교하고 학문적이고 실증적인 이론서 속에서 그 길을 찾아 나선다그것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법(34페이지)에서 기본 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빨리 부자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그럼에도 최소한의 위험과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길에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이론을 토대로 행동경제학을 동시에 융합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이 중심에 있다기존의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법의 모순점을 설명하는 것을 빼 먹어서는 결코 안 된다.

 

모두를 위한 투자 매뉴얼 ----- (365~414)

필요한 자원을 끌어 모으자

빈털터리가 되지 말자

인플레이션을 따라잡는 경쟁력 있는 현금성 자산에 대해 알아 두자

세금 피하는 방법을 배우자

투자 목적을 이해하자

임대료는 투자 목적을 키워주지 못하니 내 집부터 마련하자

채권 세상을 둘러보자 금융 억압 시기에 전체 채권 포트폴리오 일부를 대체 증권으로 전환하자

금과 수집품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대상에는 신중하게 접근하자

함정과 장애물을 피하자

 

개미들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랜덤워크는 월스트리트를 씹어버릴 수 있을까이미 아주 다양한 방법이 시도한다기본에 기본을 쌓는다마음가짐도 다져본다출판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 관련 서적을 보면빠지지 않고 소위 기본적 분석[견고한 토대이론]’과 기술적 분석[공중누각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좀 고민했다 싶으면이 둘을 혼용하는 것이다그런데 이 둘의 방법이 많은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라는 것에서 배우는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짝이 없다투자예측이나 기술분석은 모두 쓸모없다는 아주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기본적 분석은 분석 자체의 결함분석가의 가치 평가에 대한 오류실제 가격이 예상 가경으로 수렴하지 않을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다기술적 분석은 시장의 급격한 반등에 취약하다는 것이 제일 문제이다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시장에서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역사적 경로를 통해서는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특히나 미시적인 단기변화를 예측해야만 하는 주식시장에서는 기존의 수익 예측이나 도표분석이 좋은 방법이 아니며 쓸모없다는 이야기까지 나가는 것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결국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정확하게 인증해주는 방법을 차지가 쉽지 않다시장의 규칙성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그렇다고 관성이 존재한 시장이 과거와 현재가 완전히 독립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시장은 랜덤워크 모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곳일까시장과 종목의 모멘텀이 없는 것일까똑똑한 투자자들은 비합리적 거래에서 예측 가능한 시장 패턴을 읽음으로서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학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행동경제학[행동재무학]도 하나가 될 수 있다개인 투자가들은 항상 자신들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거나 기업의 미래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지나친 확신스스로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판단 편향군중의 틀린 주장을 정확한 것이라고 서로 믿도록 자극하는 군중 심리이득을 원하는 것보다 손실을 더 싫어하는 손실회피 성향보유 주식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속 보유하려는 자부심과 후회의 감정 때문에 언제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이런 연유로 개미들은 시장 수익률보다 더 적은 수익률을 적게 낸다고 한다이런 비합리적 행동을 극복하고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시장은 정보에 민첩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누구도 미래 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론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이는 시장은 대혈투의 공간이다.

 

시장을 이기는 방법이란 날카로운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239페이지)

 

위험이 곧 보상이다. 분산투자로 없앨 수 있는 위험은 보상에 기여하지 못한다현대 포트폴리오이론은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분산투자야말로 최소한의 위험과 지속적인 수익의 결합을 이루게 하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한다그런데 분산투자포트폴리오의 방법은 선험적 지수가 아니라 경험적인 것이기에 경험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그 제거할 수 없는 위험은 정량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것이기에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CAPM), 전통적 위험에 국민소득금리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하는 재정가격결정이기업 규모와장부 가치에 대비한 주식가격의 관계를 파악하는 파마-프렌치 3요인 모형이 있다또한 행동경제학까지 결합한 스마트베타위험 균등의 방법이 제시되고 여전히 완벽한 위험 지표는 우리의 머리 너머에 있다이를 보완하는 또 하나의 경험적 방법은 생애주기에 따른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위험과 보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주식과 채권의 위험은 투자 기간에 달렸다.

정액분할투자기법으로 주식과 채권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재조정(rebalancing)을 통해 위험은 낮추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위험에 대한 태도와 위험을 감당할 능력은 다른 것이다.

-------------(445 ~ 457)

 

많은 지식과 이론으로 무장하더라도 시장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급락의 상태를 불러오는 투자의 위험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역사적 사건이 보여 주는 네덜란드의 튤립 구근 열풍영국의 남해 거품 사건미국에서 촉발된 대공황 등의 집단 광기에서 비롯된 탐욕의 거품코로나19처럼 시장 외적인 위험은 다윗이 상대하기 쉽지 않은 골리앗이다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회사의 특허 출원의 거부 등의 기업 내의 문제는 외부인이 대응하기 어려운 통제 밖의 변수악재가 지뢰처럼 상존하고 있다위험이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공간에서 추천되는 최고의 방법은 모든 위험을 광범위한 주식 지수에 포함된 모든 종목을 매수해서 보유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변수들에게 적절한 반응을 하기 위한 방법을 복기해 본다.

 

분산투자를 통해서 위험을 줄이고 장기 수익률을 높임으로써 투자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414페이지다양한 종목으로 구성되는 포트폴리오가 하나의 비법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여유 자금은 개미에게는 한정된 것이지만 평소에 얼마나 함정을 준비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여유자금이 충분하다면 어떤 경우에라도 분할 매수를 통해서 위험을 우습게 극복할 수 있다최악의 경우에 기업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그렇다또한 아무리 시장 상황이 안 좋아 폭락하더라도 시장과 역행하여 움직이는 종목이 있다즉 공분산이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 종목과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알려 준다는 측면에서는 아주 유익하다이번 코로나19의 불황 사태에서도 치료제마스크진단 키트손 소독제온라인 수업에 대한 교육 관련주들은 대흥행을 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뜻 깊은 또 하나의 경험이었다그 경험이 그 이후의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게 한다.

    

<코스피 10년 차트> 

 

 

                                                   <나스닥 10년 차트>

 

장기보유전략을 선택함으로써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그 전략을 고수함으로써 투자자는 주식 투자에 따른 위험의 전부는 아니더라고 해도 상당 부분을 제거할 수 있다.(447페이지수많은 돌출 위험에도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시간이다장기보유전략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지만 누구나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우리의 삼성 그룹 계열의 몇몇 종목이나 미국의 다우지수나 나스닥처럼 꾸준한 상승을 보여주는 시장에서는 25년 이상의 장기 보유가 단타 매매보다 훨씬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하지만 우리의 증시처럼 지수가 옆으로 횡보하는 공간에서 장기 보유는 도움이 전혀 안 될 수도 있다어렵사리 얻은 이익조차도 다 반납할 수도 있다결국 우리의 경우처럼 하나의 변수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시장은 개미들을 머리 아프게 한다.

 

세세하고 꼼꼼한 분석에도 여러 궁금증이 쌓여 간다먼저 펀드를 통한 인덱스 펀드를 이용하는 데에 최고의 걸림돌은 대리인 문제이다과연 대리인을 신뢰할 수 있는 지이다아무리 훌륭한 분석가라도 실수하기 마련이며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수수료가 목적인 매니저에게는 얼마든지 회사와의 이해상충의 문제는 펀드에 다가가기 쉽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된다더구나 주식시장에서의 경험은 시간에 비례하여 실력 향상에 비례하지 않기에 나 홀로 하는 것도 매력이 있어 보인다또 하나의 의구심이 있다공매도나 신용거래를 전제로 하고 있다위험을 극대화하는 방법들이다기관 전문가가 아닌 이상은 쉽게 하기 어려운 방법이다또한 공매도는 많은 자본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개미는 할 수 없는 방법이다또한 신용거래는 코로나19처럼 알 수 없는 위험으로 폭락장에서는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반대매매로 깡통계좌가 될 우려가 가장 큰 방법이기에 함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적지 않은 부분에서 제약을 두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부분들이 생긴다하지만 이런 껄끄러운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점이 있고 유익한 논점들이 담겨져 있다펀드가 아니라도 나 홀로 시장과 싸울 준비가 된 개미들에게도 아주 훌륭한 무기로 다가오게 한다.

 

중지를 모으면 지혜가 나오는 법이니라(414페이지). 아주 오래된 성경의 구절로 배움의 노력으로 날마다 외줄타기를 하는 광경을 위안 삼으려고 한다잘 타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현란한 기술로 구경꾼들을 호린다반면에 그렇지 못한 줄타기 꾼에게는 그야말로 가슴 졸이며 아슬아슬하게 이동평균선과 음양봉의 막대를 쳐다보게 한다이런 마음 졸이는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배워야 한다그 방법이 명시적인 것이든 암묵적인 것이든 간에 여로 경로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는 것만이 제일 인 것 같다많이 알고마음을 다스릴 줄 알고기본에 충실하려는 초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군중행동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한다.

 

1997, 2008그리고 2020마치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황의 그림자 속에서 현란한 경제시장을 쳐다본다자본 시장에는 투기의 거품과 위험한 지뢰는 언제든지 무작위적으로 랜덤하게 발생할 수 있다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유익한 생존법이 될 수 있다자본시장에서의 생존법을 알려 주기 위한 비법서가 많이 있다실제로 여러 권 읽기도 했다소위 그 전문가들이 말하는 웬만한 기법을 알고 있다그런데 많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결국 시장에 떠도는 방법들은 비법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색할 정도이다이렇게 미지의 시장은 경제 주체의 혼란과는 아랑곳 않고 잘도 굴러가기만 한다제로섬 공간에서는 모든 사람이 돈을 버는 공간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 준다즉 어떤 공식이나 이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심지어는 요술램프의 지니가 나온다고 해도 모든 이에게 달콤함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완벽한 이론은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잡힐 듯 안 잡힐 듯하는 시장의 움직임에 방점을 찍으려는 노력에 코로나19가 두렵게 하는 봄날은 봄비를 뿌리며 꽃잎과 함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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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 차별화된 기획을 위한 편집자들의 책 관찰법
박보영.김효선 지음 / 예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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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당신의 인생 얘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당신은 글을 몰랐다. 옆에 있는 자식들은 어떻게 하는 줄을 몰랐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던 시기가 아니라서 출판이나 책을 쓴다는 것은 소위 전문가적 자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겁을 먹고 있어서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지금도 유효하다면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풍수지탄이 되었다. 이런 연유에서 시간은 흘렀어도 글을 쓴다는 것은 소원 아닌 소원이 되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신의 능력을 향한 새로운 창조행위로서 글쓰기는 매우 매력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을 작업에 점 하나를 찍어 보기 위해서 글쓰기에 관한 책 한 권을 든다.

 

표절이 아닌 이상 창조적인 행위인 글쓰기에는 여러 목적이 있지만 일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에는 읽힘을 전제로 한다. 즉 내 안의 도끼가 되어 줄 책을 찾아서 헤매는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에 포인트를 맞추기는 하지만 상업적 매개체인 출판사가 있어야 하고, 그걸 사서 읽으려는 독자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듣고 싶은 애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글쓰기의 여러 기술이 나오고 섬세하고 치밀한 경로가 나오고 나만의 원고 쓰기 전략이 나오게 된다.

 

예비 작가와 독자들을 향한 두 현직 편집자의 경험이 담겨 있다. 자신들의 책보기경험에 비추어서, 최근에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섰던 책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그 특징을 종합하여 글쓰기의 매 단계에서 예비 작가들이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들이다. 잘 팔리는 책, 독자들의 눈높이, 독자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와 독자의 관점을 동시에 주목하면서,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들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순수한 예시들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 책을 쓰고 읽고 사용에 대한 설명은 저자들만의 전문성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좋은 책은 어떤 책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대답을 찾아가게 만든다.

 

책 쓰기 기술은 모두에게 필요하다(120페이지). 자아개발과 자신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책 쓰기만한 일은 없다. 글쓰기라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서 한 인간의 몸과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책이라는 포장물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토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나의 콘텐츠를 보여 주는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창조성의 배양이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된 시대에 글 쓰기 능력은 최소한의 능력이 되고 있다. 이 작업은 무에서 무를 찾는 것이 아니기에 기존의 것을 얼마든지 참고할 수 있다. 자신의 세상을 밖으로 보여 주는 데에는 책 관찰, 시장 관찰이라는 행위를 하면서 시작된다. 이미 출간된 책들을 참고하여 장단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차별성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나오는 데에는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표지, 제목, 카피, 추천사, 저자 소개, 머리말을 미로를 지나서 경험에 바탕을 둔 창조성에서 주제를 찾고 목차를 만들고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정립되는 나를 본다.

 

첫 눈에 반하게 하려면

- 대중적 이슈를 제시하기

- 대화체를 구사하기

- 이야깃거리 제시하기

 

참신하고 차별화된 콘셉트, 어떻게 찾을까?(127페이지) 인문학이나 순수학문이 아닌 이 책처럼 실용서적을 읽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원리보다는 내 자신의 현실의 문제의 해법을 찾아서 가려운 등을 긁어보려는 심산이 제일 큰 목적이다. 이들의 근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작은 기본적 내용을 참신하고 차별화되게 배치하고 저자 자신만의 경험과 연륜을 필살기로 하는 데에 있다. 거대한 학문적 배경보다는 주제와 관련된 소소한 경험, 그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지혜는 식상함을 뒤로 하고 읽는 이의 마음을 관통하여 책을 잘 샀구나하는 대만족의 길에 접어들게 할 수 있다. 쉽게 지나쳐 버리고 흐지부지하게 생각하였던 우리네 일상을 늘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잠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업그레이드 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서 자신만의 참신한 매력은 발사하게 된다.

 

매력과 참신함은 저자가 제시하는 거대한 학문적 배경이나 메시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 주제와 관련된 저자의 경험, 그 경험 속에 들어 있는 소소한 솔루션에 있다.(112페이지)

 

나에게 알맞은 독서법을 찾아라(198페이지). 정답이 없는 독서 방법의 공간에 책 쓰기를 넘어서 독자를 향한 배려도 빼놓지 않고 있다. 특히 에필로그 바로 앞에 붙여 놓은 서평에 관한 업급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최고의 방점이었다. 책 읽기를 통해서 한 층 더 발전하는 독자를 향한 두 페이지의 정보에는, 읽고 난 후에 하는 서평과 독후감을 구분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수백 권의 서평을 쓰면서 고민 고민 속에서 파묻혀 있는 감정을 건져 내고 있다. 발췌하기, 메모하기, 구성하기, 초고 쓰기, 퇴고하기의 단계로 구분되는 서평은 확실히 독후감하고는 다른 것임을 밝히고 있다. 단순히 좋았다거나 그렇지 않다의 일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기는 깊이 있는 생각 속에서 걸러지면서 쓰기 과정을 통해서 최대한 나의 것으로 흡입되어 나만의 글로 재탄생할 수 있게 하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하나의 책이 만들어져서 우리의 세상에서 빛을 보는 과정에는 작가와 편집자와 독자가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작가와 편집자는 서로가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신의 역할을 적절하게 조우하면서 한 권의 책은 독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와서 감동과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런데 이런 책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고 한다. 근근이 일정 권수를 유지하는 것도 소수의 마니아들에게 집중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은 해년 마다 수 만권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에너지 낭비, 환경오염이라는 극단적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때는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고, 한 때는 지식인들에게만 주어지는 호사스러운 것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마치 하나의 인생사처럼 책에도 흥망성쇠를 거치고 있고 지금은 하락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그 원인은 이 세 역할들에게 있을 것이다.

 


최근에 모방송사에서 ‘(종이)책의 미래라는 것을 본 것이 기억이 난다. 4차 산업혁명의 과정은 책의 모습을 비껴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책의 형태만 변하는 것이지 지식을 창조하고 전달하는 본질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책의 본질에 집중하며, 쓰고 읽으면서 책으로부터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은 계속된다. 다만 정보화시대에 정보는 어디에나 굴러다녀도, 어떤 정보가 유익한 것인지는 정작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이 정보들을 취합한다고 해서 바로 나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창조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여타의 다른 창조적인 행위가 그랬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이를 바탕으로 몸소 실천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도 시대의 발전의 혜택은 항상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은 절대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그 때 최소한의 용기만 있었으면 가능했을 일을, 무지 때문에 엄마의 소원을 못 풀어준 것은 영원한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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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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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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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삶(P323)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는 게 거의 없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있어도 잘하는 것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욕망 충천은 여전한데 사기는 세월의 잔인함에 무디어지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은 나에게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 수없이 묻기만 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작정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버거운 삶이 끈덕지게 붙잡고 있을 뿐이다. 죽지 못해 사는 나머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등바등하며 살 궁리를 해 본다. 그 와중에 평소에 좋아해서 주문은 했지만 오랫동안 묻어두었다가 이제 읽는다. 자기계발서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인생이라는 것은 암묵적 지식으로 가득찬 시공간이기 때문에 활자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막힌 골목길에 들어선 기분이라 익히 검증이 된 경우에는 한 번 쯤은 기웃거려도 괜찮다고 본다. 또한 이러다가 그냥 죽는 건 아닐까?’라는 시간의 불확실성에 목이 마르기 때문에 샘을 파야 할 입장이라는 게 한몫 했다.

 

이 책은 플로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줄기차게 훌륭한 삶, 품격 있는 인생에 관하여 청년과 불혹(不惑)들에게 고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자신과 그들에게 질문한다. 비록 디테일하지는 않아도 작가의 인생사를 두서없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두서없이 썼다는 것은 진정성 있으며 가식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매우 다양한 신변잡기적이면서도 중후한 애기를 담고 있다. 때로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등장시켜 삶과 죽음의 철학적 의미와 생물학적 의미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보편적 진리는 아닐지라도 지남차가 될 수 있는 자신만의 인생 비법은 담고 있어서 매우 좋았다. 말미에 숱한 고비를 넘기며 이어져온 가족사의 굴곡에선 나 자신의 가족사를 투영하며 가슴 뭉클하게 한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넬슨만델라처럼 나이가 든 후에도 철학적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켜 품위 있게 나이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대화하려고 한다(P76 참고). 그의 인생철학을 듣고 있노라면, 그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마치 또 하나의 꼰대를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그러지 않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성찰하려고도 한다. 아웃사이더같지만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 경계에서 신자유주의를 타파하고 민주국가의 공동체주를 통한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려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현실 정치에서도 끊임없이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마음적으로는 지지하는 자칭 어용지식인이다

 

작금에 쉰다섯에 이르기까지 그를 키운 것은 '행운(P299)'이라기보다는 8할이 호기심과 의심, 그리고 거리감이다.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론이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p89). 삶뿐만 아니라 늙어감,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다. 거리감은 때로는 냉소적이거나 회의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신과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개인적으로 생활 사건이 주는 스트레스를 거리감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스스로 의미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견고한 성을 쌓고 시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는 기존의 보편적 지식에 대해도 호기심으로 대면하고 끊임없이 회의하고 비판하면서도 결국에는 그리로, 왔던 자리로 간다. 하지만 본래의 그가 아니라 더욱 단단한 지식의 둑을 쌓은 상태다. 그는 주체사상을 읽었어도 주사파는 아니고 반민주 시대에 자유주의 교육을 받았어도 자유주의자는 아니라 민주주의자이고 진보주의의 삶을 추구한다. 찬 이성 더운 가슴의 소유자(p91)!

 

그가 거리감을 드러내는 초절정은 결과보다 과정에 이르는 방법론이다. 그는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나도 정답은 모른다.. 내 나름이 방법이 있을 뿐(276)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독자뿐만 아니라 모든 대상과 모든 가치에 대해서 거리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더 보여 주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진보주의를 포함하여 어떤 가치도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자신의 말이 옳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절대가치의 상대성, 오류의 상존성을 항상 염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을 경계해야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어떤 훌륭한 가치도 과정 속에서 사람을 더 훌륭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런 가치는 사람을 단지 수단으로 전락시킬 뿐이다. 멀게는 제너바를 죽은 도시로 만든 기독교 개혁가 장 칼뱅, 캄보디아 혁명가 폴포트가 그랬고 가깝게는 통진당의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정이 그랬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에게서 소크라테스와 헤겔의 방법론이 보인다.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 놀이이다(p61).더 나아가 연대(連帶)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삶의 의미에 대한 확신! 늙어서도 품격 있게 나이를 먹는 비결이다. 특히 연대는 기쁜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연대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친우, 가정 내에서도 필요하다. 혼인한 후에도 구애는 계속되어야 한다. 자녀가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지닐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 없이는 삶을 완성할 수도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도 없다(p62). 앞의 세 가지는 나 홀로나 소규모 관계에서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지만 나머지 하나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앞의 세 가지는 본능에 충실하면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개인적 가치이지만 마지막 것은 최고의 이성적인 이타적, 집단적 가치이다. 앞의 세 가지가 진화하는 것이 연대이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P264)

 

  그의 삶을 관통하는 일관된 가치는 연대이다. 사회적 연대의 가장 차원 높은 형식은 정치이다(p189). 연대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 진보주의이다. 나눔, 봉사, 평등, 생태보호를 추구하는 정파가 진보정당이다. 진보주의에 대한 개념정의는 여러 갈래지만 그가 믿는 진보성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인 자원이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p251)을 의미한다. 유전적으로 근친성이 없는 타인의 고통에서 함께 느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것으로 진보적인 것이다.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새롭게 나타난 행동방식이다. 진보주의는 사회문제를 주체의 계급 문제가 아니라 행위의 문제라는 것이다. 가령, 사형제 대하여 살인은 응징이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찬성하는 것은 보수라는 논리이다.  

 

보수주의가 엄연한 정치공간에서 (진보)정치를 잘하려면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비루함과 야수성을 인애하고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정치인 시절 분열과 갈등의 화신이라는 비난만 받았을 뿐이다(p92). 마흔에 박사학위 논문 집필을 그만두고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로 인생대전환을 하였지만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 지금은 글도 쓰고 TV 연예프로에 나와서 많은 젊은이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지만 한때 그는 정치권에 몸담았다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이라는 너무 짧은 여행에 그리 길게 남지 않아서 더 절실한 마음으로 자문하면서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글 쓰는 일로 돌아왔다. 1980년 초여름에 계엄사 합수부 조사실에서 맞지 않으려고 맹렬하게 글을 쓰다가 자신이 글 쓰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고서 태어난 글쟁이, 지금은 글로 먹고 산다

 

버나드 쇼처럼 지성적 자아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을 가진 마지막 시간까지 무슨 글이든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p228).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고 품격 있게 나이를 먹자. 이것에 비추어 보아, 내 인생의 가장 큰 잘못은 무엇인가? 그는 스무 살 무렵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p62). 그래도 그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실 고딩시절에 구체적으로 무얼 하면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가 세상에 온 데에는 무슨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가 있는 걸까?(P68)’ 남은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P72) 나는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의 나이 쉰다섯이 되었을 때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또다시 돌고 돌아 많은 인생 질문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p171)는 그의 말에 용기를 얻는다. 유독 잔인했던 무더위 등쌀에 더욱 성가셨던 여름을 벗어버리려는 즈음에 삶의 버거움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며 하루하루를 넘긴다. 질문이 싸일수록 날마다 대면하는 라는 존재는 여전히 수캐마냥 헐떡이는 존재지만 복날은 무사히 피해 동장군이 설칠 때 쯤 이맘때를 얘기해 보고 싶다. 그 때가서 인생을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헬렌 켈러와 설리반의 관계처럼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한 내 마음의 바이블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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