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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처럼 책을 보고 책을 쓰다 - 차별화된 기획을 위한 편집자들의 책 관찰법
박보영.김효선 지음 / 예미 / 2020년 3월
평점 :
엄마는 당신의 인생 얘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당신은 글을 몰랐다. 옆에 있는 자식들은 어떻게 하는 줄을 몰랐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던 시기가 아니라서 출판이나 책을 쓴다는 것은 소위 전문가적 자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라는 겁을 먹고 있어서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지금도 유효하다면 지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풍수지탄이 되었다. 이런 연유에서 시간은 흘렀어도 글을 쓴다는 것은 소원 아닌 소원이 되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신의 능력을 향한 새로운 창조행위로서 글쓰기는 매우 매력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을 작업에 점 하나를 찍어 보기 위해서 글쓰기에 관한 책 한 권을 든다.

표절이 아닌 이상 창조적인 행위인 글쓰기에는 여러 목적이 있지만 일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경우에는 읽힘을 전제로 한다. 즉 내 안의 도끼가 되어 줄 책을 찾아서 헤매는 상대방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에 포인트를 맞추기는 하지만 상업적 매개체인 출판사가 있어야 하고, 그걸 사서 읽으려는 독자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듣고 싶은 애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글쓰기의 여러 기술이 나오고 섬세하고 치밀한 경로가 나오고 나만의 원고 쓰기 전략이 나오게 된다.
예비 작가와 독자들을 향한 두 현직 편집자의 경험이 담겨 있다. 자신들의 ‘책보기’ 경험에 비추어서, 최근에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섰던 책들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그 특징을 종합하여 글쓰기의 매 단계에서 예비 작가들이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들이다. 잘 팔리는 책, 독자들의 눈높이, 독자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편집자와 독자의 관점을 동시에 주목하면서, 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들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순수한 예시들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 책을 쓰고 읽고 사용에 대한 설명은 저자들만의 전문성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좋은 책은 어떤 책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대답을 찾아가게 만든다.

책 쓰기 기술은 모두에게 필요하다(120페이지). 자아개발과 자신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책 쓰기만한 일은 없다. 글쓰기라는 창조적 행위를 통해서 한 인간의 몸과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책이라는 포장물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토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나의 콘텐츠를 보여 주는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창조성의 배양이 생존의 필수 요소가 된 시대에 글 쓰기 능력은 최소한의 능력이 되고 있다. 이 작업은 무에서 무를 찾는 것이 아니기에 기존의 것을 얼마든지 참고할 수 있다. 자신의 세상을 밖으로 보여 주는 데에는 책 관찰, 시장 관찰이라는 행위를 하면서 시작된다. 이미 출간된 책들을 참고하여 장단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차별성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나오는 데에는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한다. 표지, 제목, 카피, 추천사, 저자 소개, 머리말을 미로를 지나서 경험에 바탕을 둔 창조성에서 주제를 찾고 목차를 만들고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정립되는 나를 본다.
첫 눈에 반하게 하려면
- 대중적 이슈를 제시하기
- 대화체를 구사하기
- 이야깃거리 제시하기
참신하고 차별화된 콘셉트, 어떻게 찾을까?(127페이지) 인문학이나 순수학문이 아닌 이 책처럼 실용서적을 읽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원리보다는 내 자신의 현실의 문제의 해법을 찾아서 가려운 등을 긁어보려는 심산이 제일 큰 목적이다. 이들의 근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작은 기본적 내용을 참신하고 차별화되게 배치하고 저자 자신만의 경험과 연륜을 필살기로 하는 데에 있다. 거대한 학문적 배경보다는 주제와 관련된 소소한 경험, 그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지혜는 식상함을 뒤로 하고 읽는 이의 마음을 관통하여 ‘책을 잘 샀구나’하는 대만족의 길에 접어들게 할 수 있다. 쉽게 지나쳐 버리고 흐지부지하게 생각하였던 우리네 일상을 늘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잠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업그레이드 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서 자신만의 참신한 매력은 발사하게 된다.
매력과 참신함은 저자가 제시하는 거대한 학문적 배경이나 메시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 주제와 관련된 저자의 경험, 그 경험 속에 들어 있는 소소한 솔루션에 있다.(112페이지)
나에게 알맞은 독서법을 찾아라(198페이지). 정답이 없는 독서 방법의 공간에 책 쓰기를 넘어서 독자를 향한 배려도 빼놓지 않고 있다. 특히 에필로그 바로 앞에 붙여 놓은 서평에 관한 업급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최고의 방점이었다. 책 읽기를 통해서 한 층 더 발전하는 독자를 향한 두 페이지의 정보에는, 읽고 난 후에 하는 서평과 독후감을 구분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수백 권의 서평을 쓰면서 고민 고민 속에서 파묻혀 있는 감정을 건져 내고 있다. 발췌하기, 메모하기, 구성하기, 초고 쓰기, 퇴고하기의 단계로 구분되는 서평은 확실히 독후감하고는 다른 것임을 밝히고 있다. 단순히 ‘좋았다’거나 ‘그렇지 않다’의 일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기는 깊이 있는 생각 속에서 걸러지면서 쓰기 과정을 통해서 최대한 나의 것으로 흡입되어 나만의 글로 재탄생할 수 있게 하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하나의 책이 만들어져서 우리의 세상에서 빛을 보는 과정에는 작가와 편집자와 독자가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작가와 편집자는 서로가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신의 역할을 적절하게 조우하면서 한 권의 책은 독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와서 감동과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런데 이런 책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고 한다. 근근이 일정 권수를 유지하는 것도 소수의 마니아들에게 집중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책은 해년 마다 수 만권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에너지 낭비, 환경오염이라는 극단적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때는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고, 한 때는 지식인들에게만 주어지는 호사스러운 것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마치 하나의 인생사처럼 책에도 흥망성쇠를 거치고 있고 지금은 하락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그 원인은 이 세 역할들에게 있을 것이다.
최근에 모방송사에서 ‘(종이)책의 미래’라는 것을 본 것이 기억이 난다. 4차 산업혁명의 과정은 책의 모습을 비껴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책의 형태만 변하는 것이지 지식을 창조하고 전달하는 본질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책의 본질에 집중하며, 쓰고 읽으면서 책으로부터 인생을 배워가는 과정은 계속된다. 다만 정보화시대에 정보는 어디에나 굴러다녀도, 어떤 정보가 유익한 것인지는 정작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이 정보들을 취합한다고 해서 바로 나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창조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여타의 다른 창조적인 행위가 그랬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이를 바탕으로 몸소 실천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 기술이 발달하여도 시대의 발전의 혜택은 항상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은 절대불변의 진리인 것 같다. 그 때 최소한의 용기만 있었으면 가능했을 일을, 무지 때문에 엄마의 소원을 못 풀어준 것은 영원한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