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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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우 작가님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었더랬다. 어쩌면 잔잔한 사랑이야기가 그리도 좋았던지... '잠옷을 입으렴'은 사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보다 더 먼저 씌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출판은 더 늦었지만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은 '잠옷을 입으렴'이라고 하니 그 느낌이 좀 더 깊게 느껴진다. 게다가 작가의 말을 싣지 않았다가 이번에 출간하면서 작가의 말을 넣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더 절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어릴적 경험이 살아있는 이 책은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가슴뭉클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어릴 적 들었던 노래 중에 '다락방'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가사가 대충 이랬던듯 하다.

우리집에 제일 높은 곳, 조그만 다락방. 넓고 큰 방도 있지만 난 그곳이 좋아요. 달무리 진 여름밤 꼬깔씌운 등불켜고 턱괴고 하늘 보며 우정의 나래펴던~ 친구는 갔어도 우정은 남아있는 이제는 장미꽃 핀 그리움 숨기는 곳~

읽는 내내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 것은 아마도 이종사촌간인 수안과 둘녕의 관계가 다락방 노랫 속 그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서일 것이다.


어느날 사라진 어머니, 둘녕을 외갓집에 맡기고 떠나간 아버지, 시골 한쪽의 집에서 외할머니와 이모내외, 외삼촌, 이모와 살게 된 둘녕. 그녀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누구보다 순하고 착하면서 생각이 깊은 소녀로 성장한다. 둘녕의 옆에는 항상 수안이 있지만, 수안은 자라면서 첫사랑 승모를 떠나보내고 더욱 심한 불면증과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는 서른 후반의 나이에 옷 수선을 하며 사는 둘녕. 그녀가 사는 산동네 마을 버스 운전기사와 대화를 시작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다시 기억하게 된다. 과거로 보내는 편지와 함께 현재와 과거가 오버랩되면서 소설은 더욱 특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따뜻하고 즐거운 추억이어야 하는 과거가 가슴아픈 과거와 섞이면서 둘녕은 과거를 어쩌면 접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재개발되는 산동네를 떠나야 하기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하는 둘녕은 고향을 돌아보러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모든 추억을 알고 있는 친구 미주와 아름다운 기억의 한끝자락의 충하를 만나면서 열린 마무리로 끝나게 된다.


책을 덮는 순간, 내 또래의 이야기이기에 맘이 더 갔던 나는 이 동네를 찾아가면 둘녕이 읍내 어느 뜨개질 상점을 열고 웃으며 반겨줄 것만같은 느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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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 다시 일어서려는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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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해가 김난도 교수님 가족분들께는 힘든 시간이었다고 한다.

나는 2012년이 그러했고, 그래서 3년간을 웅크린 시간으로 보냈다.

이젠 슬슬 기지개를 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김난도 교수님의 신간을 만났다.

이전의 책보다도 더 내게는 와 닿는 글귀가 많다.

 

이 '스마트'한 시대에 SNS와 아예 담을 쌓고 살 수는 없다. 문제는 이를 현명하게 사용해 우리 인생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 속에서 진저으로 인정받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대가 인생에서 얻어야 할 참된 인정은 스마트폰 속에 있지 않다. 제주시의 맛집을 알려줄 온라인 속 친구는 1만명이 넘는데, 현실에서 어깨를 내어주며 당신의 고민을 밤새 들어줄 이가 한명도 없다면 그 '좋아요'의 의미는 얼마나 무색한 것인다.

 

그대의 소원은 무엇인가? 10초 안에 세 가지를 말하라. 그리고 그걸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10초 안에 말하라. 아무리 간절하게 기원하더라도 새로운 실천을 동반하지 않는 간절함은 미친짓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서는 교수님의 일상에서 묻어나온 유머있는 깨달음이 '그 남편의 속사정, 그 아내의 속사정, 그 아이의 속사정'으로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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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영어 한 줄 (스프링)
유서영 그림, 김진경 캘리그라피, 이영욱 옮김 / 소라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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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되면 계절을 타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나는 스마트폰시대 이전에는 서점에 가서 시짐을 한권씩 사곤 했다. 헤어나오지 못 할 바에야 아예 푹 빠져보자는 심산이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내 폰에는 그날그날 영어명언을 알려주는 앱도 깔리고, 유명 스님들의 즉문즉설이나 한마디 같은 앱도 깔리면서 일년내내 내 맘을 바로잡으려 노력중이다.

그런데, 이 책 '긍정의 영어 한 줄'은 영어공부를 원하고 마음을 다잡기를 원한다면 딱 좋은 책이다. 책이라고 손에 들고 다닐 정도도 아니고, 탁상용 달력처럼 길게 생긴 책이 한장한장 넘기는 재미가 있다.

책상위에 두고 보는데 액자처럼 예쁘고 좋은 글귀가 영어로 써 있으니 그날그날 영어공부에도 딱이다. 게다가 친절하게 한글로 번역된 문장까지 써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한동안 컬러링 북이 유행이었다. 나또한 지난 휴가기간 명상대신 선택한 컬러링 북이 있으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컬러링을 하면서 힐링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또 명언과 함께 컬러링을 할 수 있는 그림이 함께 있다. 간단하게 싸인펜이나 색연필로 몇 군데만 색칠해도 그림이 확~ 살아나는 간단하면서도 색칠하기 쉬운 그림이다. 뒷면은 물감번짐 효과처럼 둥글게 모양이 들어가 있어서 긴 사연의 편지는 곤란하지만, 간단한 메모 수준의 내용의 편지를 쓸 수 있다. 뜯으면 약 14cm정도 되는 정사각형의 편지지가 된다.

가을 선물하고 싶은 친구에게 살짝 색칠해서 가을 감성을 풍부하게 담은 사연의 편지를 써서 보냈더니 효과 만점이다.


영어공부, 색칠하면서 힐링, 친구에게 편지쓰기, 명언으로 마음 공부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많은 효과를 주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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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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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다. 멋진 남자 선생님께서 주로 샹송을 가르치시며 불어를 배웠기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별로 기억나는 단어조차도 희미해졌지만서도 말이다.  불어를 배운탓에 프랑스 영화도 즐겨보려했는데, 물론 자막이 꼭 있어야만 하지만 자막을 읽어도 이해가지 않는 영화가 꼭 프랑스영화였다. 대체로 프랑스 문화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이번 소설도 조금 내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까 무척 겁을 먹고 읽기 시작했다.

작가 아녜스 르디그는 조산사였는데, 일찌기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슬픔과 감동이 함께 느껴졌다.


회복간호사로 일하는 줄리에트는 은행 간부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로랑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소원은 로랑과 결혼해서 아이를 빨리 갖는 것이다. 하지만, 로랑은 어렵게 지낸 어린시절 탓인지 오직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자신을 만드는 것에만 인생의 초점을 두고 그녀의 소원따윈 하찮게 여긴다.

소방관 로미오는 어느날 임무수행  9층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붕대를 온 몸에 감고 줄리에트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오게 된다. 그에겐 바네사란 여동생만이 인생의 등불이다. 어려서 마약과 남자에 쪄든 엄마를 봐 온 로미오와 바네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둘도 없는 남매사이를 유지한다.

로미오가 입원하고 있는 동안 줄리에트는 뭔가 모를 이끌림에 로미오를 정성을 다해 돌보고, 바네사의 보호자 역할까지 나서서 해주게 된다. 그런 줄리에트에게 로미오가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 하지만 줄리에트에겐 로랑이 있고 그들은 헤어질 수 밖에 없다.

3년이 지나고, 드디어 줄리에트는 임신을 하게 되고 로미오는 다시 소방관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줄리에트는 로랑의 폭행으로 아이를 잃게 되고, 우연히 줄리에트의 소식을 들은 로미오는 커다란 용기를 스스로 북돋우며 줄리에트를 찾아가게 된다.

줄리에트의 외할머니와 로미오의 할아버지는 같은 요양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되고, 줄리에트와 로미오는 줄리에트의 어릴적 친구 알렉상드르와 바베트를 찾아가 다시금 그들과의 우정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라고 우린 끊임없이 말하고 다짐한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정말 내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착착 진행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힘들다.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앞으로 전진한다면 결국은 내가 얻고 싶은 것과 계획했던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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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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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종 작가의 장편소설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 연작소설은 좀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실 좀 더 추리가 필요한 추리소설을 기대했지만 연작 소설로 만족해야 했다.

항상 인간의 밑바닥 감정까지 완전히 뒤집어 보여주는 듯한 그의 작품들에서 느끼는 건 욕심과 애욕으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었다.

이번 작품 '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에서는 노준기란 추리작가가 해운대에서 살면서 해운대로 모여드는 각지의 사람들과 그들의 욕망, 애욕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들에게 또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페미니즘의 대가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자신을 능욕해 인생을 망친 교수를 다시 콜걸로 만난 여자, 10대 소녀가 계부의 아이를 낳고 더운 민박집 방안에 놓고 나와 노는 사이 죽어버린 아이, 그 아이의 시신을 같이 놀던 날나리들이 지하철 선반위에 놓고 내리게 되고 그제서야 아기 시신을 찾아 헤매는 영미,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도망나온 초등학생 남자 아이는 해운대에서 며칠을 자다가 자신의 부재중에 엄마와 누이를 잃게된 사연, 성형수술로 더 이뻐지려다 실패한 여성, 돈으로 젊고 멋진 남자를 사서 즐기는 사모님, 정치하는 형부를 도와주는척 불륜을 저지르다가 결국은 그 형부와의 불륜 장면을 상대 후보에게 팔아넘기는 처제, 바에서 일하는 젊은 여자를 탐하다 결국 며느리 삼게된 사장님, 원양어선 타면서 돈은 아내에게 부치고 병만 얻어 귀국한 남자는 도망간 아내의 자리만 보게되고, 혼자 찾아간 병원에서 췌장암 말기를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결국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쓰러지는 남자, 아이를 위해 성매매에 뛰어든 젊은 엄마는 늘어가는 빚때문에 결국 일본행을 선택하고 거기서 만난 변태에게 당하는 안타까운 사연, 노준기의 베를린 유학시절 있었던 간첩사건의 전말과 배신자의 최후, 이 모든 이야기들은 꼭 해운대가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안타깝고도 지저분한 사회의 뒷면일 수 있다.

 

'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뜨겁고 사연많은 곳이라는 느낌을 듬뿍 주면서 이 연작 소설의 재미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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