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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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상하게도 한국전쟁 시절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으면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고는 한다.

이 책 또한 내게 그런 느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사의찬미'노래와 박완서님의 '나목'이 내가 처음 접한 작품들이어서 언제나 그 기억된 느낌이 다시 되새김질 되는듯 했다.

 

어려운 시기, 전쟁까지 일어난 이 땅에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엄마의 딸로 태어나 자신있게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았을거란 건 누구나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애순은 일본까지 그림 공부 유학을 한 그야말로 그당시의 엘리트 여성이다.

 

일본에서 유학한 그녀 애순은 엘리트 남자를 만나지만 그 남자는 유부남.

지금 같은 시대라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자유롭겠지만, 전쟁통에 남녀가 만나 둘만의 사랑에만 집중하기에는 '사상'과 '관습'이 너무 그들 주변을 꽉 채우고 있다.

 

표지의 앨리스 모습은 그야말로 섹시미, 촌스러움, 약간은 비장한 싸구려 냄새까지도 표현해내고 있다.

 

작가의 한국전쟁당시 자국의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마릴린과 그녀 옆의 통역사' 그 사진에서 나온 상상력은 그렇게 나를 전율하게 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죽지도 못하고 살아남은 그녀는 머리가 하얗게 새버리고, 그런 죽지도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살기에는 수면제로도 부족하다.

그런 그녀가 만난 마릴린은 화려한 모습을 지켜내며 자신의 직업에 충실함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보는 앨리스는 마릴린과 함께 [여전사]로 불려도 될만큼 장한 대한의 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많은 오늘의 젊은이들이 읽고 산다는 것은 자신을 책임지는 것이며,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전쟁을 겪는 것이지만, 많은 문제를 헤쳐나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의 삶이라는 것을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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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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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듯 시크하게...

우리는 현대사회를 정의할때 타인에 대한 정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넘어진 사람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며 한마디 건네기보다는 모르는척 돌아서주기를 더 쳐준다.

 

주인공 정태석은 현대사회에 맞는(?) 보다는 어정쩡한(?) 신세대 형사라고 정의될만한 사람이다.

왜냐면, 잘 생긴 외모와 어딘지 모르게 차가와보이는 인상으로 여자를 꼬시는데 한번도 실패한 일이 없으며, 약간의 비리와 친하고, 나잇살때문에 범인 제압에 조금 둔한 파트너를 존경은 하지만 다소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의 파트너 병철은 좀 더 정이 많은 다소 능력은 쬐끔 부족하나 형사로서 촉은 무척이나 발달한 사람.

 

이들이 펼치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갖가지 작전이 나온다.

예전 안성기와 박중훈 두 명배우가 펼치던 투캅스 영화를 보는듯 하기도 하고, 이 책을 보면서 주인공을 캐스팅한다면? 하는 기본적인 상상에서 출발해 읽다보면 많은 잘생긴 배우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기도 하다.

 

그 날카로운 촉이 발달한 형사라는 직업의 남자들도 못 이겨내는 '여자'라는 동물은 그야말로 여우이다.

잘 생긴 형사 정태석을 자기 남자로 만들고마는 '알바'로 불려지는 여자와

사악함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해바라기로 자신을 소모하는 여자, 이 둘은 모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여우가 아닐까?

 

그냥 가볍게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는걸 알게된다.

우리 사회의 병폐인 해외입양, 마약, 젊은이들의 향락문화 등의 문제와 중년의 남자가 겪어내야하는 가정에서의 위기감과 사회생활에서의 위기감 등이 다뤄지고 그에 따른 개개인의 해결법이 보여진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해결법은 아니지만, 작가가 등장인물을 통해서 보여주는 이런저런 해결법은 평범한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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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 떨림,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훈.양귀자.박범신.이순원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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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연두빛 책이 너무도 예쁘게 내 손에 들어왔다.

'설렘'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일단 내게 가슴 떨릴 준비를 하게 한다.

그런데, 그렇게도 내가 좋아하던 작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사랑이야기가 들어있다니~~


작가마다의 사랑 이야기가 조금씩 주제가 다르고, 그에 따라 그림도 다르다.

행복한 모습의 아내 그림을 그린 그림이 난 가장 좋았다.

나와 비슷한 세대를 살았고, 나와 비슷하게도 순정만화 주인공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 한 그녀.

미스터 블랙, 사랑의 아테네, 아르미안의 네딸들 모두 내가 한권한권을 기다리며 교과서보다 훨씬 더 여러번 숙독했던 작품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들에게서 못 헤어나온 것인지 내 짝을 못 찾고 있지만...

그녀는 그녀의 짝을 찾았고,

'사랑에는 먹을거리를 챙기고, 야채를 다듬어 냉장고 속을 채워주는 그런 종류의 사랑도 있다는 사실'을 버얼써 깨달았다는 점이 다르다.

그 깨달은 아내의 얼굴이 그림에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사랑은 기다림의 연속이라 했던가?

나는 유독 기다림에 약하다. 성격도 급하고, 뭐든 빨리 해치워버려야 하기에 약속시간도 5분 넘어가면 내 숨이 함께 가빠진다.

그런데, 그녀는 수없이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인내에 또한번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까운 것은 그렇게 기다리게 한 그와는 더이상 함께하지 못 한다는...

항상 그녀를 기다리게한만큼 그녀에게 사과의 뜻을 정스럽게 전달하던 그에게 그녀는 너무도 잔인하게 첫번째 그의 집 방문에서 이별 선고를 해버린다. 기다림에 대한 보복은 아니겠지만, 너무도 잔인하다는...

나는 기다림에 약하지만, 잔인하지 못해서 아니 그보다는 똑 부러지지 못 해서 사람 사이의 정을 함부로 못 끊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기다림에 약간 지친듯한 그림에서 또한번 기다림의 미학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요가 몇가지 나온다.

김광석의 '그날들', 조성모의 '가시나무새'(아마도 조성모 보다 먼저부른 가수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누구였더라???) 등등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말고 컴퓨터를 켜고 노래를 찾고, 노래를 틀어놓고서야 다시 책을 들 수가 있었다.

물론 작가의 노래를 들으며 읽어달라는 요청도 있었기에... ^^;;


그리고, 읽다보니 내 맘에 쏘옥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내게도 '언젠가를 위해 그 길을 남겨둔 그런 길'이 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콧방귀 끼면서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내게도 로망이 있다. 그녀처럼 내 생에 모든 남자들이라 칭할만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아보면 몇사람 되니 말이다.

내 글솜씨로는 책을 쓸 수는 없겠지만. 아마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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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야드 북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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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무덤가 이야기.

닐 게이먼의 소설 중 '네버웨어'는 땅 아래 하수도 안의 이야기였다면, '그레이브야드 북'은 제목처럼 무덤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이다.

판타지 소설답게 약간은 음산하면서도 이 세상 이야기 같지 않은 분위기가 내내 깔린다.

닐 게이먼은 자신의 아이가 공원묘지에서 잘 놀아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던데, 정말이지 작은 팁이 그에게 이런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야기는 말 그대로 판타지~ 이다.

 

이제 막 직립보행을 시작한 기저귀도 벗지 못 한 아기가 2층에서부터 내려와 거추장스런 기저귀를 벗어던지고 집이 아닌 밖으로 용감무쌍하게 걸어나가는 시작 장면을 상상해본다면, 이 장면 또한 내겐 판타지 스럽다.

묘지의 특권을 받아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묘지 안에서의 활발한 행동반경 특권을 이용하는 보드.

 

자신의 이름은 모른채 '노바디 오언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아니 '보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주인공.

죽은 자들이 산 자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정말이지 코믹에 가깝다.

죽은 자들이 살아있을 때(무척 오래된 과거)의 경험과 지식으로 현재의 산 자를 가르침으로 인해, 보드는 비문을 통해 알파벹을 배우고, 역사에 강한 학생이 된다.

하지만, 산 자가 죽은 자의 모든 경험을 모두 갖기에는 부족한 것인가?

 

무덤가 이야기이지만, 따뜻한 가족간의 사랑과 남녀간의 사랑이 있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던 스릴과 미스테리, 액션이 함께 녹아든 작품이다.

 

유럽 배낭 여행에서 잠시 들렀던 모짜르트의 무덤이 있던 공동묘지가 생각나던 작품.

다양한 십자가와 비문과 예쁜 꽃들과 커다란 나무들로 그저 정원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용하고 한적하던 그 곳이 이 소설의 무대인양, 나는 어느새 이 소설 속에서 스칼릿과 한 마음이 되어 보드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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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달력 1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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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빈치코드]에 버금갈만한 작품.

댄 브라운과 작가 장용민은 서로 같은 질문에서 글을 시작한다.

어떻게 대한민국 우리나라 작가의 글에서 이렇게 치밀하고도 드라마틱하며,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기독교 역사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역사에 약한, 특히 세계사에 약한 나로서는 읽으면서 내내 감탄을 멈출 수 없었던 작품이다.

방대한 기독교의 역사와 마야 문명까지의 연결.

세계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좀 더 깊은 독자라면, 작가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끊임없는 신을 향하는 인간의 나약한 존재감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스피드있게 진행된다.

 

열성적으로 신의 존재를 믿다가 한순간의 사고로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주인공과 그의 그런 신에대한 반항을 돌려놓으려는 듯한 그 주변의 움직임들.

 

만약 한국 작가가 쓴 글이기에 한국인이 한명이라도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2권까지를 내내 눈을 부릅뜬다면, 더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어리석게도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뭔가 대한민국과 연결된 고리를 찾느라 1, 2권 내내 눈을 부릅뜨고 세계사와 기독교에 대한 역사를 이해함과 동시에 한국사의 내용을 떠올리고, 두뇌를 추리 하는데 씀과 동시에 눈은 한국인 이름을 찾는다던가 하면 더 복잡하면서 떨리는 독서가 될 것이다. 

 

스릴있게 살짝살짝 빠져나가는 듯한 스토리의 전개는 눈앞에 나도 모르게 장면을 그리게 되고, 어서 빨리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기사를 기다리게 된다.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헐리우드에서 먼저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고 컨텍이 오지 않을까 기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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