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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드물게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 꽉 막혔다'라든지 '융통성이 없다'라는 말로 그 사람이 가진 원칙과 우리가
도덕 시간에 꼭 지켜야 한다고 함께 같은 소리로 주장하던 원칙따윈 기억에 없는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 그나마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이렇게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오베라는 남자]는 그렇게 원칙주의자 59세 오베 이야기이다.
오베에겐 소냐라는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서 세상 그 자체였고, 살아가는 의미였다.
소냐가 오베에게 하던 말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에서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겠지만, 오베에겐 그건 '누군가'였고, 그 '누군가'가 바로 소냐였다. 그런 그녀가 6년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오베에겐 더이상
살아갈 의미와 즐거움, 이유가 없어졌다.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너무 바빠서 딴 생각을 할 시간도 없다는 말은 '바빠서 죽을 시간도 없다'는 말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것이다.
오베가 더이상 살아갈 의미를 못 찾고 소냐 옆으로 가려고 하는 때(바로 죽으려고 할 때), 그를 바쁘게 만드는 사건들이 일어나며 오베는
그야말로 바빠서 죽을 시간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가 자살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첫번째, 천장에 튼튼한 밧줄을 매서 목매기. 그러나 밧줄의 불량으로 무산되고, 때마침 찾아온 소란은
그의 자살을 하루 늦출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두번째 방법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이용한 질식사를 꿈꾸지만 옆집 여자의 소란으로 무산. 세번째
방법은 라이플 총으로 시도해보려 하지만 때아닌 밤손님으로 무산되고 만다. 정말이지 죽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40년을 지켜온 그의 집과 마을은 오베가 아끼는 이유고, 거기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문제는 소냐라면 물론 도와줬을
일이었기에 오베는 다시 만날 소냐가 싫어하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기에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데 본의아니게 발벗고 나서는 형국이다.
운전이 서툰 옆집 남자 패트릭의 트레일러 주차를 도와주고, 그의 아내 파베르나의 병원가는 길도 도와주고, 예전 소냐에게서 글을 배운 소년에게
새로 사귀고 싶은 여자친구의 자전거를 고치는 일을 도와주고, 호모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소년을 재워주고, 오랜 친구인 루베와 아니타의 일을
도와주며 그는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옆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역사를 배우다 보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가 자국내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가 그 하나의 이유였다.
오베라는 남자의 자살을 막기 위해 온 마을이 힘을 합친것 처럼 코믹하게 이야기는 흘러가고, 간간이 그가 아내를 그리워하는 부분에선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오랜만에 읽은 감동이 있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