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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변두리에 살고 있는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6년 전, 교통사고로 집 가까이 있는 나름 종합병원에 입원하는데, 저녁시간이 넘은 원무과에서 조용한 입원실을 원한다는 내 말에 4인실이지만 아주 조용하다는 답을 받고 올라간 병실에 환자는 없고 물건은 가득차 있는 방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었다. 다음날 아침 모인 환자들은 모두 물리치료를 받기위해 입원해 있는 일명 나일롱 환자들이었다. 외래진료로는 하루에 한번밖에 못 받는 물리치료를 입원환자는 아침 저녁으로 두번 받을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출퇴근의 번거로움을 불편해 하지 않는 환자들 말이다. 우리 병실에선 나만 제대로 입원된 환자였지만, 다른 병실엔 화상환자부터 다양한 진짜 환자들이 많아서 나름 입원기간 내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혼자 웃음지으며 읽을 수 있었다.
평범한 변두리의 나름 종합병원 '라모나 병원'. 사람들은 '나몰라 병원'이라고 이름부르며 다니는 그 병원의 빛나는 간호사 정소정, 그녀가 이 책의 주인공 간호사 J 되겠다.
꾀죄죄한 의사 박, 심심하면 입원하는 순복할머니, 유자할머니, 자해공갈단으로 자주 입원하는 강배씨, 인물 훤칠한 고딩 폭주족 중민이, 수간호사이자 남자인 수간호사님, 중국집 사장님, 그리고 왜 간호사가 되었는지 모를 J.
이야기는 속으로 들어갈수록 황당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펼쳐지면서 그래서 사람 사는 재미있는 또다른 작은 세상 '나몰라 병원'이 재미있어 진다.
학창시절, 깻잎머리로 한창 놀던 간호사 J는 바람난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공부에 매진해 간호사가 되었지만, 언제나 내부에는 놀고 싶은 끼가 듬뿍 넘치는 그녀이다. 이런 저런 사고뭉치로 여러 병원에서 짤리고 다시 간호사가 될 수 있었던 수원의 변두리 이 병원은 그녀를 고용한 이유 하나로 그녀에겐 좋은 병원이다. 좌충우돌 병원의 환자들, 닥터 박, 수간호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로 얽히면서 그녀의 삶은 재미있기만 한데, 그녀는 서울로 이직하는 것이 꿈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나이팅게일 선서의 내용을 생각한다면 환자가 있는 곳에 간호사가 있는 것이 맞겠지만, J의 생각으론 좀 더 그녀를 빛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환경이 있는 곳이 간호사 J가 있을 곳이기에 그녀는 병원을 옮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가 자신이 '나몰라 병원'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닫는 순간 이 이야기는 그 절정에 달하고 우리가 생각한 재미있기만 한 소설이 감동의 소설로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