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고해 - 스스로에게 건네는 마지막 고백
신창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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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전하는 생의 마지막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정약용의 고해는 정약용 스스로 자신의 묘비명을 쓴 '자찬묘지명'의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학창시절 처음 세계사를 공부하기 시작할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유명 미술품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에서도 계속 언급되는 '다빈치'는 내겐 우리의 '철수'쯤으로 여겨졌다. 참으로 수많은 다빈치가 있구나 했는데, 모두 동일 인물이란 사실에 얼마나 놀랐던지...

 

 

 

조선시대 세종대왕께서는 한글도 창제하시고, 농사직설도 내셨으며, 정간보도 만드셨다고 하니 그 위대함이 더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 조선시대의 인물인 정약용 또한 유학자로서의 삶, 과학자로서의 삶, 민생을 위한 삶, 건축가로서의 삶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으니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유배생활로 보내고, 천주교 박해에 대상이 된 집안의 가족들이 많아 그가 그렇게 많은 위업을 달성한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모든 삶을 우리가 보기는 어렵지만, 그가 스스로 쓴 자신의 묘지명으로 우린 조금이나마 그에대한 일생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서전이자 유언이자 자신에게 쓴 고백이자 용서라고 표현된 이 책은 각 부의 시작에 정약용의 그림, 글도 곁들여져서 박물관의 해설사에게서 듣는 느낌이었다.

 

 

 

평소 막연하게 대단한 인물이지만 정조의 사랑을 너무 지나치게 받아 타인에게선 존경보다는 질시를 받은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약용의 삶과 그의 생각이 얼마나 그 당시로서는 깨이고 앞서갔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마지막 4부에서의 유학자로서의 정약용 스스로를 고백하는 내용은 유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 하는 내게 요점정리와도 같은 장이었다.

 

천재의 일기를 훔쳐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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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 - 고도원의 밤에 쓰는 아침편지
고도원 지음 / 큰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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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리버리 선배들의 모습을 따라가던 때, 하늘같이 높은 선배님께서 점심시간에 성경을 필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 좋은 노트도 아니었고, 일반 중고생노트에 검정볼펜으로 뭔가를 보시면서 따라쓰고 계시기에 옆에가서 물었더니, 쑥스러워하시며 성경이라고 하셨다.

 

마음도 편해지고, 생각 정리도 된다고 하셨던걸로 기억한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어서 그 모습을 이해하기 좀 더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삶의 고비를 넘길때마다 나자신도 모르게 찾는 절마당과 불경을 들게 되는 내 모습에 그때 그 선배님의 모습이 겹치고는 했다.

 

예전엔 좋은 글이라며 스스로 공책을 사다가 필사를 했다면, 요즘은 필사하기를 위한 책으로 아예 출판을 해주니 거 참 시절 좋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아침마다 좋은 글귀를 읽으며 하루 시작을 잘 해보자는 다짐을 하는 거라면, 고도원의 밤에 쓰는 아침편지는 하루를 지내온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을 사랑하고 다독이는 마음으로 좋은 글귀를 필사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하기 힘들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와 함께 명상하듯이 머릿속을 비워볼 일이다.

 

책의 표지에 부드러운 캘리그라피로 씌여진 '당신의 사막에도 별이 뜨기를'이란 제목이 가슴 한구석 막혀있던 수챗구멍을 뻥 뚫어주는 느낌이다. 누구나 지닌 자신만의 사막에서 빨리 헤엄쳐 나오라는 작가의 기도가 묻어있는 듯 느껴져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다.

 

여러 사람들의 좋은 글귀를 인용해 씌여져 있기에 이생진, 박광수 등 반가운 이의 글도 눈에 띈다. 내가 좋아했던 글귀들이 많아서 빨리 펜을 들고 따라 써보고 싶을 뿐이다. 잘 못 쓰는 내 글씨체때문에 글쓰기를 망설여왔던 나이지만, 예쁜 메모지와도 같은 도톰한 오른쪽면에 왼쪽면의 좋은 글귀를 읽으며 슥삭거리는 연필심을 굴리던지, 연필심보다 더 슥삭거리는 펜촉을 들이밀고 싶어진다. 책장이 수없이 넘겨져 종이가 살짝 까슬까슬 보풀처럼 일어나더라도 자꾸만 넘겨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책을 아끼며 낙서도, 줄긋기도 못 하는 사람이라면 어쩜 필사하라는 이 책을 그저 모셔두기만 할수도 있겠다.

 

하루하루 전쟁같은 사회생활 속에서 소진되어버린 자신의 감성을 채우기에 딱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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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
규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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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싱글인 남자나 여자나 결혼, 직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참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나같은 경우도 그 나이엔 그랬으니...

우영과 구월 두 친구는 같이 살지만,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다.

우영은 다섯 번이나 퇴사를 하면서 결국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할 예정이다. 그녀에겐 단오라는 듬직한 남자친구가 있지만, 동생들 뒷바라지에 들어가는 월급을 생각할 때 자신있게 우영에게 결혼하지는 프로포즈를 할 수 있을런지...

구월은 예쁘다. 몸매도 좋다. 직장도 교사다. 하지만, 백번이 넘을듯한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들마다 두달을 못 넘기고 그녀를 떠나간다. 그녀에겐 매력이 없나부다.


나이 마흔에 친구가 다니던 광고회사를 때려치고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학원에 등록한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엄마 마인드가 되어 '안된다. 언제 학원을 수료하며, 그 후에 중년의 너를 기꺼이 써 줄 방송국이 우리 나라에 있겠느냐'라는 말로 적극 말리고 나섰었다. 하지만 내친구는 결국 회사를 때려치고 학원을 무사히(?) 수료한 후에 지금은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 방송국의 드라마 응모를 위해 끊임없이 소재를 찾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무척 행복해한다. 아르바이트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 한 친구는 매력이 넘쳐 대학시절내내 남자친구가 끊이질 않았으며, 넘치는 남자들의 대시에 진력이 날 쯤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3개월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녀는 예쁜 아가를 원했지만, 아이를 원치 않는 남편때문에 지금도 그들은 신혼처럼 부부만을 위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서는 결혼해서 아이가 당연히 있어야지 아니면 곧 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부부는 20년 가까이 되는 결혼생활에서 뭐 그리 아이가 없어서 허전해하지는 않는것 같다.


이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각자의 삶은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본을 내가, 대중들이 가끔은 놓치고 사는것 같다. 모두의 인생은 그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고, 그에 따른 행복이 있는 것인데 말이다.

우영과 구월의 앞길에 행복만 있으리라고 그저 박수와 함께 응원만을 해줄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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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 예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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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랑이야기이다.

한 남자를 두고 이렇게 많은 사랑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세 여자, 정인, 마리, 수영이 한 남자 조성주를 향한 이야기를 한다.

각자 하는 이야기지만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한 건 분명 사랑이야기에서 한 남자와 세 여자가 상관된 이야기라면 서로 서로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조성주를 짝사랑한 유학생 정인.

조성주를 사랑해 결혼했지만, 그의 사진작품을 결코 좋아할 수 없는 큐레이터 마리.

조성주가 짝사랑한 강사 수영.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위와 같지만, 그녀들은 서로를 잘 모른다.

조성주를 짝사랑한 정인은 서블렛으로 나온 그의 집을 빌려 한달간 생활하게 된다. 그의 집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의 흔적보다는 부인 마리의 흔적을 더 주의깊게 살피는 그녀는 어찌보면 지나친 스토커의 향기가 난다. 마리가 남편을 위해 뜨개질 하다 팽개쳐둔 스웨터를 다시 풀어 마리를 위한 스웨터를 완성해두고, 그녀의 냉장고 속 음식을 먹은 후에 다시 채워두며 그들의 취향을 음미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왜곡된 사랑의 모습이 보인다.


성주를 사랑해 결혼했지만, 그의 작품을 결코 좋아할 수 없는 능력있는 큐레이터 마리.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는 것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두가지가 별개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에게서 다른 여자를 향한 사랑을 감지하고는 자신의 사랑이 더이상 사랑이 아님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한다. 자신을 향한 동료 라이언의 사랑을 감지하지만, 릴리와 그의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코웃음만 난다.


유부남 성주가 짝사랑한 수영. 그녀는 능력있는 강사로서 강의를 하다 만난 수강생 성주가 자신을 사랑함을 알지만 자신이 유부녀라는 처지와 그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처지를 인식해 일부러 모른척 한다.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유산된 쌍둥이를 생각하며 그녀는 성주의 사랑을 받아낼 수 없다.


요즘의 젊은이들 사랑은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빠르고 다이나믹하고 심하게 자기중심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그려낸 사랑 또한 내가 느낀 그런 현대의 젊은이들 사랑같았다.

남자 조성주가 더 궁금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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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의 연인
우봉규 지음, 양세은 그림 / 동산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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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흔적들은 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참으로 많이도 사라지고, 짓밟히고, 빼앗겼다. 그래서인지 우리 역사에 남은 기록들을 봐도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허난설헌의 이야기는 그저 허균의 누나로 글을 잘 썼다 정도이다. 지금 예술적으로나 사회생활로보나 많은 여자들이 능력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조선시대에도 많은 여성들이 그림이나 음악, 문학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차단막에 의해 그 능력을 널리 펼치지 못 했을 것이다.

'백산의 연인'은 그런 예술혼이 담긴 여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강옥아라는 여자가 일제강점기때 어떻게 일본의 성노예(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고, 어떻게 그 험한 시절을 겪어냈으며, 어떻게 살아남아 그녀의 뜻을 펼쳤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백산은 백두산자락을 이야기 하지 않나 싶은데, 그 곳에서 그녀의 혼이 머무르고만 있을 것 같다.

정부는 소수 피해받은 국민들의 아픔을 그저 빨리 덮으려고만 한다. 세월호 사건이 그랬고, 이번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사건이 그랬다. 이유는 아픈 과거는 잊고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자, 많은 피해 할머니들이 늙으셔서 자꾸 피해자가 줄어드니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라고 하지만, 정부는 일상으로 빨리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확실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채 못 하고 있는 벽같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글들과의 차이를 느낀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회한이나 주인공 옥아를 통한 일본 만행을 까발리는데 중점을 두기는 했지만 그당시 조선 아빠, 오빠라는 이름의 조선 남자들에 대한 일갈이었다. 그들이 무능력해서 의지가 없어서 조선 소녀들과 아낙네들이 끌려가고 힘없이 성노예로 짓밟힌 것이라는 울부짖음이 들리는듯 했다. 사회적인 밀어냄으로 남쪽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고향과 멀기만 한 북쪽에서 자리를 잡아야만 했던 그녀들의 쓸쓸함과 기댈곳 없는 고독함이 무능력한 조선이라는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불교라는 종교의 자신을 다스리고 수양하는 특성을 부각시켜, 회산과 이구, 옥아의 조선 독립을 위한 개인적 노력은 우리가 알고있는 독립투쟁과는 또다른 면의 독립운동으로 해석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꼭 일본군에 맞서 총칼로 싸웠던 이들만의 독립운동이 아닌 인간 생명 존중이라는 큰 틀에서 모두를 위한 깨우침에 도달하기 위해 가르치고 함께 고민해가던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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