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의 연인
우봉규 지음, 양세은 그림 / 동산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역사의 흔적들은 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참으로 많이도 사라지고, 짓밟히고, 빼앗겼다. 그래서인지 우리 역사에 남은 기록들을 봐도 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허난설헌의 이야기는 그저 허균의 누나로 글을 잘 썼다 정도이다. 지금 예술적으로나 사회생활로보나 많은 여자들이 능력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조선시대에도 많은 여성들이 그림이나 음악, 문학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차단막에 의해 그 능력을 널리 펼치지 못 했을 것이다.

'백산의 연인'은 그런 예술혼이 담긴 여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강옥아라는 여자가 일제강점기때 어떻게 일본의 성노예(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고, 어떻게 그 험한 시절을 겪어냈으며, 어떻게 살아남아 그녀의 뜻을 펼쳤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백산은 백두산자락을 이야기 하지 않나 싶은데, 그 곳에서 그녀의 혼이 머무르고만 있을 것 같다.

정부는 소수 피해받은 국민들의 아픔을 그저 빨리 덮으려고만 한다. 세월호 사건이 그랬고, 이번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사건이 그랬다. 이유는 아픈 과거는 잊고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자, 많은 피해 할머니들이 늙으셔서 자꾸 피해자가 줄어드니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라고 하지만, 정부는 일상으로 빨리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확실하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채 못 하고 있는 벽같기만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글들과의 차이를 느낀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회한이나 주인공 옥아를 통한 일본 만행을 까발리는데 중점을 두기는 했지만 그당시 조선 아빠, 오빠라는 이름의 조선 남자들에 대한 일갈이었다. 그들이 무능력해서 의지가 없어서 조선 소녀들과 아낙네들이 끌려가고 힘없이 성노예로 짓밟힌 것이라는 울부짖음이 들리는듯 했다. 사회적인 밀어냄으로 남쪽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고향과 멀기만 한 북쪽에서 자리를 잡아야만 했던 그녀들의 쓸쓸함과 기댈곳 없는 고독함이 무능력한 조선이라는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불교라는 종교의 자신을 다스리고 수양하는 특성을 부각시켜, 회산과 이구, 옥아의 조선 독립을 위한 개인적 노력은 우리가 알고있는 독립투쟁과는 또다른 면의 독립운동으로 해석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꼭 일본군에 맞서 총칼로 싸웠던 이들만의 독립운동이 아닌 인간 생명 존중이라는 큰 틀에서 모두를 위한 깨우침에 도달하기 위해 가르치고 함께 고민해가던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