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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링컨 암살, 역사에 기록된 죽음과
기록되지 않은 삶에 관한 최초의 기록
이 책을 설명하는 이 두 문구는 역사소설이라는 확실한 안내를 하고 있다.
내가 기대하는 역사소설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가운데 중점으로 두고 진술되는 이야기 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링컨 암살 사건이나 그를 죽인 범인 존 윌크스 부스가 주제이지 않다. 그보다는 '부스'가문의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은듯 하다. 아마도 그래서 제목이 '부스'이지 싶다.
이야기는 1822년 어느 비밀스러운 부부가 비밀스러운 숲속으로 이사를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부부의 비밀스러운 이사는 주변의 이웃들은 모두 안다. 서로 제일 가까운 이웃이 거리상으로는 멀리 떨어진 이웃이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지내는 시대였기 때문이리라. 1822년의 우리나라도 아무리 비밀스럽게 산속으로 이사를 했더라도 그 마을의 사람들은 산 속에 사는 가족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처럼 바로 현관문을 마주보고 있는 가족도 모르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가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시대였으니, 가족의 유대감 또한 요즘보다는 굉장히 돈독했을 것이다.
이 부부의 남편은 배우이다. 열 명의 아이를 낳고는 아이들과 늙고 자유분방한 아버지, 부인을 두고 그는 책임감없이 도시로 배우생활을 위해 떠난다. 가족을 위한 벌이를 위해 떠난거라고 하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서 그 모습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보다는 예술인으로서의 감성을 우선시하는 듯 보인다.
격동의 시대였던 19세기 초 미국을 배경으로 10명의 아이들 중 살아남은 여섯명은 ‘준’, ‘로절리’, ‘에드윈’, ‘에이시아’, ‘존’, ‘조지프(조)’ 부스로 서로 끈끈한 가족의 정을 갖고 살아간다. 준, 존, 에드윈이 그 아버지를 닮아 배우가 되었는데, 특히 에드윈은 배우로 이름을 떨쳐 지금까지도 부스 가문을 미국에서 명문 연극 가문으로 기억되게 한다. 지금 검색해도 부스가문은 명문 연극 가문이라고 하니 영어가 된다면 검색해볼만하다.
또 한명의 아들, 배우 ‘존 윌크스 부스’는 셰익스피어 배우이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암살한 범죄자가 되어버린다.
살아남은 여섯 아이들과 가족은 살인자 '존 윌크스 부스’의 가족으로 살아가야 했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개인주의 성향이 아무리 강하다지만, 이 때는 19세기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보수적인 사회 시각으로 인해 그 가족은 연좌제로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었을 것이다. 가족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그들은 살인자로 떠나간 '존 윌크스 부스’를 보듬어 안고 함께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며 살아간다.
이 책은 링컨 암살 사건이나 범인을 자세히 다루고 있지 않지만, 그런 역사적 사건이 불러오는 가족에 대한 사회의 시각과 그에 따른 반응 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역사 소설이지만 심리묘사가 아주 자세해서 심리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