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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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에 30년된 강남의 유명 '*상가'의 떡볶이집이 문을 닫는다고 기억을 소환해 단골들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줄을 서서 마지막 떡볶이를 먹으러 간 모습이 실렸다. 30년간 운영한 가게 주인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과 30년 동안 함께 그 곳을 즐기던 고객들의 아름다운 안녕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분식집을 처음 간 것은 국민학교 입학하기도 전인 아주 어릴 적 걸어서 다닐 정도의 나이일 적에 엄마 손 잡고 따라 나선 시장에서 한 가운에 있던 시장표 떡볶이 가게였다. 시장 한 복판에 긴 나무 의자에 장바구니 옆에 두고 엄마랑 앉아 연두색 프라스틱 접시에 주시는 빨간 떡볶이와 순대를 맛있게 먹은 기억은 맵기도 했지만 엄마가 물에 씻어 주는 떡이 그렇게 맛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다. 떡볶이를 먹으며 시장을 둘러보면서 엄마가 뭘 사러 가실지 대충 결정했던 기억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초등학교(국민학교)때는 학교 앞의 서너군데 되는 떡볶이, 뽑기 등이 다양한 문방구와 함께 하던 분식집을 돌아가며 다녔고, 중학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즉석떡볶이에 빠져서 매일 용돈을 조금씩 각출해서 즉석떡볶이와 쫄면을 먹으러 분식집에 들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야간자율학습 타임에 잠시 쉬는 시간만 되면 실내화 바람으로 학교 정문 맞은 편의 떡꼬치 가게로 달렸고,,, 그 이후에는 분식집을 다닌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집 근처에도 직장 근처에도 분식집을 찾을수가 없다. 그저 기업형 프랜차이즈 형태의 떡볶이 전문점이 집에서 버스 2정거장 가야만 하나 있으니 어쩌면 내 기억 속의 떡볶이가 사라지는 듯 해서 안타깝기만 하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분식집인데, 동네 분식집치고 이름도 예쁘다. '여우별'

분식집의 하이라이트 주메뉴는 단연코 떡볶이인데, 이 가게는 떡볶이가 맛있는 분식집은 아닌듯 하다. 9시까지 열어도, 5시까지 열어도 매출이 비슷하다고 하니 그저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고객과 편리해서 들르는 고객만이 있을 뿐이다.

 

주인공 제호는 자신의 표현으로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작가이다. 어중간한 재능을 가지고 어중간한 노력으로 살아가다보니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내리기 일보직전의 패배자 모습을 하게 된다. 그런 그를 구제해준 친구이자 여우별 분식집 진짜 사장은 사실 그의 첫 작품을 읽고 좌절을 딛고 일어선 고등학교 친구이다. 제호는 하지만 그런 친구의 도움으로도 일어설 의지가 별로 없는 모습이다.

어느 날, 냉혹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세아가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온다. 세아의 활기참에 손님도 늘고, 그녀의 떡볶이 소스 연구에 분식집이 폭발적인 맛집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 소설은 내가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일, 만나고 있는 사람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삶의 정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또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초심인 '내가 ~~~만 된다면, 정말 열심히 할 것이다.'를 자꾸 '내가 ~~~못 되는 것은 세상 탓이야.'라고 변하는 변명과 남탓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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