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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 떨림,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훈.양귀자.박범신.이순원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연두빛 책이 너무도 예쁘게 내 손에 들어왔다.
'설렘'이란 단어는 듣기만 해도 일단 내게 가슴 떨릴 준비를 하게 한다.
그런데, 그렇게도 내가 좋아하던 작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사랑이야기가 들어있다니~~
작가마다의 사랑 이야기가 조금씩 주제가 다르고, 그에 따라 그림도 다르다.
행복한 모습의 아내 그림을 그린 그림이 난 가장 좋았다.
나와 비슷한 세대를 살았고, 나와 비슷하게도 순정만화 주인공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 한 그녀.
미스터 블랙, 사랑의 아테네, 아르미안의 네딸들 모두 내가 한권한권을 기다리며 교과서보다 훨씬 더 여러번 숙독했던 작품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들에게서 못 헤어나온 것인지 내 짝을 못 찾고 있지만...
그녀는 그녀의 짝을 찾았고,
'사랑에는 먹을거리를 챙기고, 야채를 다듬어 냉장고 속을 채워주는 그런 종류의 사랑도 있다는 사실'을 버얼써 깨달았다는 점이 다르다.
그 깨달은 아내의 얼굴이 그림에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사랑은 기다림의 연속이라 했던가?
나는 유독 기다림에 약하다. 성격도 급하고, 뭐든 빨리 해치워버려야 하기에 약속시간도 5분 넘어가면 내 숨이 함께 가빠진다.
그런데, 그녀는 수없이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인내에 또한번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까운 것은 그렇게 기다리게 한 그와는 더이상 함께하지 못 한다는...
항상 그녀를 기다리게한만큼 그녀에게 사과의 뜻을 정스럽게 전달하던 그에게 그녀는 너무도 잔인하게 첫번째 그의 집 방문에서 이별 선고를 해버린다. 기다림에 대한 보복은 아니겠지만, 너무도 잔인하다는...
나는 기다림에 약하지만, 잔인하지 못해서 아니 그보다는 똑 부러지지 못 해서 사람 사이의 정을 함부로 못 끊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기다림에 약간 지친듯한 그림에서 또한번 기다림의 미학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가요가 몇가지 나온다.
김광석의 '그날들', 조성모의 '가시나무새'(아마도 조성모 보다 먼저부른 가수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누구였더라???) 등등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말고 컴퓨터를 켜고 노래를 찾고, 노래를 틀어놓고서야 다시 책을 들 수가 있었다.
물론 작가의 노래를 들으며 읽어달라는 요청도 있었기에... ^^;;
그리고, 읽다보니 내 맘에 쏘옥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내게도 '언젠가를 위해 그 길을 남겨둔 그런 길'이 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콧방귀 끼면서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내게도 로망이 있다. 그녀처럼 내 생에 모든 남자들이라 칭할만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아보면 몇사람 되니 말이다.
내 글솜씨로는 책을 쓸 수는 없겠지만. 아마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