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사는 너 1, 2

내 안에 사는 너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나중길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소설을 읽으면서 사건을 즐기면서 선악을 구별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물론, 선악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소설도 많지만...

이 책은 읽다보면, 내 사랑에 관한 가치관은 약간 흔들리게 된다.

일란성 쌍둥이란 특이점으로 잭과의 사랑을 망쳐버린 엘스페스와 에디. 그들을 닮아가는 일란성 쌍둥이 딸들 줄리아와 발렌티나.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떠나지 못 하는 엘스페스. 그녀를 잊지 못 해 오랜시간을 힘들어하는 로버트.

사랑하는 부인을 자신의 우울증과 결벽증때문에 떠나보내는 마틴. 그를 사랑하지만 못 견뎌 떠나는 마레이케.

이모의 애인이었던 로버트를 사랑하게되는 발렌티나.

윗층 우울증과 결벽증환자 마틴을 도와주려다 애틋해지는 줄리아.

사랑은 노력해서 얻어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뛰어넘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위의 일반적인 상식은 이 책에서는 잠시 묻어두고 읽어야 할 듯 하다.

낳은 자식들에 대한 사랑보다 앞서는 두 쌍둥이의 어리석은 장난으로 인한 관계의 꼬임.

그녀들의 장난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 하는 잭.

유령으로 남아서 바라보게 되는 세상에서도, 애인을 지키려 하는 이기적인 그녀 엘스페스.

자신의 나약함을 견디지 못 하고 그저 언니에게서 벗어나려는 한가지 마음으로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되는 발렌티나.

자신의 사랑을 잊지 못 해 그 모든 것에 대해 눈감아 버리는 어리석은 로버트. 하지만, 그는 순리를 거스르게 된 것을 크게 후회하게 되는데...

사람은 자신의 욕심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한다면 결국 그 화는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겠다.

[서평] 분이네 살구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 모음집
김용희 엮음, 장민정 그림 / 리잼 / 2010년 4월

내가 처음 접한 시조는 6살시절, 초등학생이던 오빠가 음악 시간에 배운 '이~ 몸이 죽고죽어~~'를 부르면서였다.

언니와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그시절에, 오빠가 내게 이건 노래가 아니고 시조인데 하면서 불러주었더랬다.

그 후, 내가 다시 시조를 접한 것은 아마도 내가 오빠가 불러준 그 노래를 배우면서 였지 싶다.

 

시조의 종장 첫 구는 3자여야 한다는 지식을 외울때는 아마도 중,고등학생이었을 것이고...

시조는 내게 시만큼 그렇게 쉽고 아름답게 다가서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에 역사와 함께 다가섰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은 초등학생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낸 차분하고 정감있는 동시조가 묶여있다.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말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있기도 한 동시조들을 읽다보니 어느새 내 마음이 안정되고 있었다.

 

동네서 가장 작은집이지만, 동네서 가장 큰 나무인 분이네 살구나무에 활짝 펴서 대궐이 되어버린 살구나무.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갇혀 사는 거 같은 아이. 등등이 예쁜 그림과 함께 잔잔하게 가슴에 스며든다.

 

동시조집이어서 어린 시절 썼던 시화집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책이라고 느껴지는 쪽수 표시가 없어서 더욱 시화집 같다.

 

조용하고 비도 오는 이런 날씨에 이 책 한권과 나만의 마음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서평] 소현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책 “소현”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등장한다. 일단 왕족으로는 조선의 왕, 중국의 왕족들, 소현세자, 봉림대군 등이 등장하고, 양반으로는 질자 심석경,  흔 등이, 청으로 팔려가야만 했던 막금, 만상 등이 등장한다.

 

전쟁에서의 패배가 얼마나 비루하고 처참한 생활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세자인 소현의 모습에서 그 비루함과 처참함을 느낄 수 있다.

조선 왕의 아들로 태어나 다음 왕으로서 교육을 받고 자라던 소현은 청으로 볼모로 가면서, 사냥에서 잡히는 한낱 노루의 모습에서조차 자신의 모습을 느낀다. 또한 '하면 안되는 것'만을 배우게 되는 그의 처지를 생각하며 자신의 아버지인 왕이 처음 자신을 떠나보내면서 흘렸던 눈물을 기억하고, 몇년만에 다시 만난 아버지의 눈에서는 잊혀진 자신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아들인 원손에게 따뜻한 아버지일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소리내어 표현하지는 못 하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을 '내 아들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로 소리없이 표현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힘없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야 했던 당시의 조선인들의 모습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다.

볼모로 잡혀간 두 왕자의 뒷받침을 위해 전쟁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공을 대야하는 신의주 북방의 사람들. 그리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왕과 세자들.

 

청의 황제뿐아니라 함께 잡혀간 아우와 질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개인 소현의 심적 요동이, 모멸감이, 비루함이, 처참함이 너무도 상황으로 잘 그려져서 내 자신이 소현세자 옆에서 지내는 한낱 시녀인듯 느껴졌다.

 

물론 소현이 환국한 이후의 모습과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가 자세하게 그려졌더라면 더욱 소설이 흥미진진했겠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그에 대한 상상을 온전히 맡기고 역사적인 상황 설명으로 소현의 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을 잘 표현해준다.

 

심석경과 흔의 사랑이나 막금의 신기어린 행동들, 만상의 비루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모습들은 이 소설을 역사가 아닌 소설로 느끼게 해주는 작은 에피소드로 느껴진다.

[서평] 흑백합

흑백합
타지마 토시유키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만났다. 서술트릭이라고 했다.

1952년 롯코산 여름의 일들과 그 이전의 일들이 교차되면서 서술되는, 작가와 독자만 진실을 알고 정작 책속의 주인공들은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아무도 모른채 마무리 되는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

 

카즈히코와 '나' 스스무, 그리고 카오루 이 셋의 중학생 동갑내기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듯 하지만, 그들의 주변인물사이의 이야기가 엇갈려 진행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미스터리 영화 속 일본의 시골 분위기를 혼자 상상하면서 읽게되는 이 소설은 산 속 오두막 별장부터, 표주박 연못, 전쟁후 도시의 모습 등 그려지는 배경이 거의 모두 칙칙한 회색빛이다.

 

등장 인물들 또한, 세 동갑내기들의 모습이 아니면 모두 칙칙한 회색빛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새엄마, 과거가 복잡한 고모, 잠시 등장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고모부, 조폭과의 긴밀한 관계를 보이는 삼촌 등 특히 자칭 연못의 요정으로 등장한 카오루의 주변인물들은 모두 짙은 회색빛을 띤다.

 

카즈히코와 스스무의 아버지와 회장님, 독일에서 만난 여인과 롯코의 여왕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연관을 가지면서 이 책의 사건들이 왜 연결되는지를 독자는 알게 되지만 무척이나 우울한 빛을 띠는 것이 이 책이다.

 

향이 짙은 하얀 백합만을 알기에, 흑백합이라는 제목과 함께 책 표지의 검붉은 꽃이 핏빛으로 보인다.

 

얼룩진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개연성을 알기엔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그리 긴밀하지 않고 또한 그 개연성을 깨닫기에는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살인'이라는 사건을 너무도 가볍게 치부해버리게 한다.

 

소년 소녀 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야 할 여름방학의 추억들은 그들에겐 아름답게 남겨지지만, 독자들에게는 한방 먹이는 사건의 시기로 마무리 된다.

[서평] 키스키스뱅뱅

키스 키스 뱅 뱅!
조진국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한때 열렬히 키스를 펴붓던 연인들,

이젠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상처를 낸다.

 

띠지에 쓰여진 두 줄의 글로는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상상하게 한다.

 

다시 써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한때 열렬히 키스를 퍼붓던 연인들,

이제사 서로의 가슴에  새겨진  사랑을 깨닫다.

 

자신의 사랑이 누구를 향해있는지 모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가장 자신의 사랑의 방향을 잘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제일 사악하게 그려진 희경.

 

누구나 사람의 마음 속엔 상처를 하나쯤은 안고 산다. 그 상처때문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상처에 이끌려 스스로를 옭아매고 마는 것이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여기 아주 평범한 젊은이 네명이 그려진다. 하나씩 안고 있는 상처를 드러내지도 못 하고, 완벽하게 끌어안지도 못 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에 '너희 네명은 모두 덜 컸어.' 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게되는 여자.

애인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어릴적 상처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해 몸에도 마음에도 상처를 내는 여자.

사랑하는 여자의 애인까지도 한 집에 같이 살면서 그 애인에게 연민을 느끼는 남자.

자신의 사랑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스스로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남자.

 

네사람의 관점에서 각각 바라본 얽힌 사랑 이야기는 얽히면서 풀려나가는 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읽는 내내, 아주 맑고 화창한 날씨의 보송보송함이 살아있는 통유리있는 거실에서 이른 아침, 편안히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네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깨닫고, 스스로의 사랑도 깨달으면서 작품은 마무리된다. 표지의 그림처럼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조진국님의 글은 항상 그렇게 그만의 분위기가 있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