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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진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른다(있을때는 모른다)
내가 한 모든 사랑은 순수하다(타인의 사랑과 내 사랑은 격이 다르다)
떠나간 사랑은 아무리 치열하게 싸우고 헤어졌어도 모두 ‘나만의 순수박물관’ 기억에 저장된다.
위의 말들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케말이 어찌나 자기 중심적으로 사랑을 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상황과 환경과 사람을 이해해 나가는지 그 이기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하지만, 내 자신을 되돌아볼 때 케말의 모든 행동과 생각과 그의 사랑이 이해가 되는 것은 내가 그리 이기적이기 때문일까?
터키 이스탄불이라는 낮선 공간에서 게다가 1970년대라는 생소하기만 한 시대적 배경까지 겹쳐 더욱 흥미를 갖고 읽었던 책이었다.
퓌순에 대한 케말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퓌순의 자취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모으는 그의 수집성이다. 사랑하면 모든게 소중하고 아름다우니 말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샹젤리제 부티크, 먼 친척들, 사무실에서의 밀회, 푸아예 레스토랑, 휘순의 눈물, 멜하메트 아파트, 최초의 터키산 과일 사이다, F, 도시의 불빛과 행복, 희생절, 입맞춤, 사랑, 용기, 현대성, 이스탄불의 거리, 다리, 비탈길, 광장, 언짢은 인류학적 사실 몇 가지, 질투, 이제 내 인생은 당신과 결부되어 있어 등등 차례들만 봐도 케말의 퓌순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어갔는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시벨이라는 명문가의 아름다운 약혼녀 대신 미인대회에 출전한 사촌여동생을 사랑하게 된 그의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하는 이해도 하고 싶지만, 웬지 모르게 케말의 나름 순수한 사랑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은 나의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2권은 사라진 퓌순의 이야기가 좀 더 전개되어줄지, 케말의 퓌순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만 전개될지 더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