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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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마을운동을 너무 어려서 겪었기 때문에 잘 기억은 못 하지만, 새벽녁 울리던 '새마을노래'는 기억을 한다.

중학교 시절, 단짝친구가 방송반인 관계로 국기하강식을 하는 5시까지 매일 학교 등나무 아래서 친구와 수다떨면서 기다리던 것도 기억하고, 종종 종로 서점에 나갔다가 5시에 들리는 애국가 때문에 발을 멈춘적이 꽤 된다.

 

강남몽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이야기 이다.

그렇다고, 우리 역사에서 잊었으면 하는 마지막 이야기와 사상분열, 나라를 팔아먹고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는 보통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표현할때는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삶이 요동친 사람들을 일컫는다.

잘 나가는 사장님이다가 IMF로 무너진 사람이라든가, 가족 친구의 배신 또는 죽음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든가 말이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 삶은 모두 다 파란만장하다.

 

그리고, 그들 모두 강남에 터전을 두었던 백화점과 연관이 있다. 김진 회장님과 말이다.

그가 재벌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 역사와 연관이 있고, 그 이야기를 하려니 우리 역사와 그 주변 이야기가 많이 풀어내어진다.

일제하에서 만주에서 일본을 도와 활동하던 인물들이 다시 전후에는 그 이력을 바탕으로 미군을 도와 우리 역사의 주인공이 된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말이다.

 

우리 기억에 지워야 할 삼풍백화점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더 가까이 와 닿을 수 있다.

나는 마지막 대학 겨울방학 아르바이트를 삼풍백화점 지하슈퍼 입구의 '물품보관소'에서 2주동안 했었다. 그리고 나서 1년정도 후에 무너져내린 백화점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던지...

 

그래서인지 잘 살았다기 보다는 그저 파란만장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미어지지는 않는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쩌면 옴니버스처럼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인생다큐멘터리를 보는듯 하다.

또한, 우리가 아는 인물들의 이름이 나오게 되니 역사의 뒷이야기 책을 보는 듯 하기도 하다.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가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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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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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른다(있을때는 모른다)

내가 한 모든 사랑은 순수하다(타인의 사랑과 내 사랑은 격이 다르다)

떠나간 사랑은 아무리 치열하게 싸우고 헤어졌어도 모두 나만의 순수박물관기억에 저장된다.

 

위의 말들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케말이 어찌나 자기 중심적으로 사랑을 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모든 상황과 환경과 사람을 이해해 나가는지 그 이기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하지만, 내 자신을 되돌아볼 때 케말의 모든 행동과 생각과 그의 사랑이 이해가 되는 것은 내가 그리 이기적이기 때문일까?

 

터키 이스탄불이라는 낮선 공간에서 게다가 1970년대라는 생소하기만 한 시대적 배경까지 겹쳐 더욱 흥미를 갖고 읽었던 책이었다.

 

퓌순에 대한 케말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퓌순의 자취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모으는 그의 수집성이다. 사랑하면 모든게 소중하고 아름다우니 말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샹젤리제 부티크, 먼 친척들, 사무실에서의 밀회, 푸아예 레스토랑, 휘순의 눈물, 멜하메트 아파트, 최초의 터키산 과일 사이다, F, 도시의 불빛과 행복, 희생절, 입맞춤, 사랑, 용기, 현대성, 이스탄불의 거리, 다리, 비탈길, 광장, 언짢은 인류학적 사실 몇 가지, 질투, 이제 내 인생은 당신과 결부되어 있어 등등 차례들만 봐도 케말의 퓌순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어갔는지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시벨이라는 명문가의 아름다운 약혼녀 대신 미인대회에 출전한 사촌여동생을 사랑하게 된 그의 마음이야 오죽했을까 하는 이해도 하고 싶지만, 웬지 모르게 케말의 나름 순수한 사랑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것은 나의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2권은 사라진 퓌순의 이야기가 좀 더 전개되어줄지, 케말의 퓌순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만 전개될지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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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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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예쁜 그림과 분홍색 양장본.

그 뒷면의 글은...‘파괴적이고도 충격적이며 반도덕적인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춘기를 표현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청춘을 표현하는데 아주 제격인 말이다.

주인공 역시 수도권의 대학생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없는 불행한 인물이다.

술병이 나서 아파도, 옆방의 엄마보다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약을 사오라고 할만큼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없는 인물 말이다.




그런 주인공이 노래바에서 처음 불러본 호스트 ‘제리’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된다.

오래 사귀다 헤어진 남자친구인 강과 아직도 섹스를 위해 만나는 그녀는 제리에게 한번 자자는 말을 못 해서 끙끙대기도 하고, 돌려 표현하며 그를 위해 강에게서 시계와 돈을 훔쳐오기도 한다.




아무도 사랑하지 못 하고,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 하는 영혼.

그런 영혼을 표현하려고 작가는 이 글을 썼을까?




아니면, ‘왜 사는가?’ 와 ‘꿈이 뭐니?’를 묻기위해 이 글을 쓴 것일까?




등장 인물 모두가 청춘을 즐기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원초적인 본능을 채우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끝없는 자신의 제리에 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 한 채, 그녀는 혼자만의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피어싱이란 방법으로 신체에 가학을 하게 된다. 한번 귀 뚫는 것 조차도 아파서 울면서 약을 먹으며 괴로워해본 사람이라면, 두꺼운 피어싱을 위해 그녀가 천찢는 소리로 살 찢어지는 소리를 비유하며 대여섯번 피어싱을 해대는 장면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몽환적인 묘사와 사실적인 묘사가 어울어지는 글을 읽으며, 이런 분위기 모두가 질풍노도를 겪는 청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미 겪을대로 겪어버린 내 청춘은 그리 질풍노도가 아니었음에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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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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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은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고 항상 엄마께서 말씀하신다.

베란다의 화분에 물주는 작은 일조차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하신 말씀이다.

게으름에 더하여, 돌보는 것에 약한 나는 뭔가를 특히 화분을 사다 키우다 보면, 내손에 모두 시들어 나가고는 한다.




줄리아로버츠 주연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에 혹해서 더 자세히 한장한장 뜯어보게 되었다. 사랑이 식어 이혼하게 된(당하게 된) 릴라는 광고계의 잘 나가는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마트에서 혼자만의 공간을 채우기 위한 화분을 구하게 되고, 그 화분을 팔던 엑슬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빨래방의 주인 아르망. 빨래방 유리창 너머로 본 식물에 끌려 빨래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아르망이 식물에 관한 전문가라는 것을 알게된다.




아르망은 릴라에게 완전한 수, 9를 통해  재물, 권력, 마법, 지식, 모험, 자유, 불멸, 섹스, 그리고 사랑을 상징하는 신비한 아홉가지 화초를 소개하게 되고 그 것들을 보지도 못 한 채 릴라는 엑슬리의 신비한 아홉가지 화초 절도에 힌트를 준 나쁜 여자가 되고 만다.




멕시코 밀림지역에서의 모험과 밀림지역 모든 자연(동물, 식물 모두)과의 교감과 대화가 이 책의 클라이막스를 이룬다.




인간 모두에게 각각의 상징동물이 있고, 모두에게 동물과 식물이 좋고 싫음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아르망의 신비한 화초를 훔친 엑슬리와 다시 화초들을 구하려는 아르망과 릴라의 모험은 살짝 얽히면서 릴라의, 아니 평범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보여준다.




항상 뭔가를 구하고,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글이다.

영화가 모험에 포커스를 둘지, 화초를 통한 인간성 회복에 포커스를 둘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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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아일랜드
가키네 료스케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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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같은 표지 그림을 보면서 기대한 이야기는 일본 남자들 이야기. 마쵸 기질? 남자들의 로망?

일본 십대 스트리트 갱단 “미야비”. 카지노 운영으로 돈을 버는 야쿠자 조직 “마스타니구미”, 그리고 그 야쿠자가 경영하는 카지노를 터는 삼인조 전문털이범.

 미야비 리더 아키. 19살 나이로 잘 하는 것은 몸쓰는 싸움에 엄마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지만 그뿐.

 아키의 동거인 친구 가오루는 재벌인 자신의 집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돌봐 주던 유모 할머니의 죽음과 형의 재수생활을 계기로 공인된 가출을 하게 되고, 그에 따른 돈벌이를 위해 사업구상을 하던 중, 싸움을 구경시키는 사업을 마음 먹고, 길거리 캐스팅에 나서는데...

 아키는 거리에서 맞고 있던 가오루를 만나면서 미야비라는 조직을 만들고 파이트클럽을 경영하고, 파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어들인다.

모은 돈을 어머니를 주려고 하지만 그 또한 그의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러던 중 미야비 조직원들이 일을 저지르게 된다.

  카지노 돈을 훔친 전문 털이범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던 한명과 얽히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해간다.

  나머지 전문 털이범 두명과 아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영화같은 모습이 펼쳐진다. 쫓고 쫓기는 자의 두뇌싸움에 누가 이길 것인가를 유념해 본다면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영화 [친구]처럼 조직원들간의 의리, 아키와 가오루의 우정, 전문털이범들 간의 우정, 오토바이와 거리를 배경으로 한 액션과 추격씬, 돈가방을 찾기위한 두뇌를 사용한 추리와 그 추리를 뛰어넘는 쫓기지 않으려는 노력, 다양한 개개인 등장인물의 스토리가 어울어지면서 영화 시나리오로 만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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