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니체를 만나다 -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 다리에 관하여
토머스 해리슨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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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강, 하천을 잇는 다리의 역할은 사람과 물자를 오가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 건축물이다. 다리가 없다면 고립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제약이 많아진다. 책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일반적인 다리의 기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역사, 문화, 예술, 종교에 걸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풍부하게 쏟아낸다.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고대 사람들은 다리가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클리프턴 현수교, 금문교, 난징 장강대교, 혼지 레인 다리, 선샤인 스카이웨이, 한강대교처럼 투신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다리는 생사가 오가는 엇갈림이 공존하는 장소다.

'이 책에 관한 해설'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쓴 부분을 읽어보면 박학다식한 저자가 전 세계에 걸쳐 풍부한 사유로 '인류 문명과 다리의 상관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며 문학 텍스트로 다리의 내력을 파헤치는 부분을 인상 깊게 적었다. 유럽 언어 및 다문화 연구 교수로 그의 전공을 살려 다리와 관련된 사람과 예술, 문화의 연결고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다리는 두 공간의 경계 그 자체에 있으며 다리를 파괴하려 했던 역사의 현장도 빼놓지 않는다. 시인과 문학가들은 비유와 은유를 섞어 표현하기를 즐겨 했는데 다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의미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다리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너무나도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다소 벅찬 느낌도 든다.


운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는 신비롭고도 공포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준다. 어디론가로 연결되어 수많은 사람들과 가축들, 차들이 지나갔을 자리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사건들이 있다. 결국 모든 것들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일들이다. 그 층위에 상상력을 더하고 상징성을 가진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다. 다리는 인류 문명을 상징이자 정체성이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놓인 다리마다 역사적 의미와 숱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를 문학적 은유와 만나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책이다. 간혹 읽기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지만 감탄하게 만드는 방대한 지식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알면 알수록 보이는 것이 많아지는 것처럼 다리에 얽힌 인문학적 접근은 좋은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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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운동 - 불안, 우울, 스트레스, 번아웃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세라 커책 지음, 김잔디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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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함으로써 얻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도 땀 흘려 걷거나 뛰고 난 후 이전보다 몸 상태가 훨씬 가벼워짐을 느낀다. 하지만 생각만큼 꾸준히 지속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나 같아도 운동이 벅차고 힘들다면 매일 헬스장에 간다는 건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내 몸 상태에 따라 점차 강도를 높여나가는 것이지 억지로 트레이닝을 하면 꼭 탈이 난다. 예전에 우연히 PT를 서비스로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초급자에게 중급자 정도 수준의 강도로 하다 보니 벅찼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운동을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건강과 피트니스를 두고 훈계하는 말은 모두 흘려버려라. 잘빠진 몸매가 원래 좋은 거라는 법은 없다.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웰니스의 기준이 있다고 한들 그걸 달성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그런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든다는 점이다. 등산을 갈 때마다 아웃도어 장비를 풀세트로 갖춰야만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운동에도 어느 기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운동이 아닌데도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기 보다 훈련법대로 소화해야 의지력이 강하다고 여긴다. 그러니까 돈을 투자하고 강한 의지력과 큰 결심을 가져야만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쉽게 접근해서 이용할 수 있는 온갖 운동이 이미 세상에 넘쳐난다고 말한다. 정형화된 방식보단 DIY 운동 루틴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할 수 있으니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반드시 헬스장에 가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운동을 즐겼으면 좋겠다.


저자는 또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지 말고 일단 저질러야 한다고 한다. 발길 닿는 대로 소소한 산책을 하거나 충동적으로 복싱을 해도 좋다고 한다. 운동 기간이나 강도는 상관없다며 즉흥적인 운동도 좋다고 말한다. 우리는 뭔가 시작하려면 완벽하게 갖춰놓고 철저한 계획과 강도에 신경 쓰면서 해야 제대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반대다. 어떻게든 운동을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이롭지 부담감을 느낀다면 계속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의욕 없고 내키지 않을 때 시작할 수 있는 "내 멋대로 운동"은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으니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운동을 위해 반드시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운동이 내 몸을 변화시키는 건 맞는데 즐겁게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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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 - 21세기 최고의 마케팅 바이블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남수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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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책이 바로 <보랏빛 소가 온다>였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회사 내 동료가 마케팅 참고용으로 보던 책이었는데 300만 부 판매 기념 에디션이 양장본으로 나왔다. 퍼플 카우가 무슨 의미인가 했었는데 그건 remarkable을 뜻하는 말이었다. 저자가 내린 개념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한마디로 보랏빛 소. 따분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건 누런 소와 같다."로 상품 자체가 리마커블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며 TV-산업 복합체의 몰락을 예견했다.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귀담아들을만한 내용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SNS 시장 규모도 커졌고 마케팅 할 매체도 더 늘어났다.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리마커블 마케팅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그 성공사례를 보여준 예가 모 회사의 오브제 냉장고인데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여 터치만으로 색상을 바꾸거나 테마를 꾸밀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색상도 파스텔 톤이라 가전제품이 아닌 인테리어 제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듯 디자인, 기능, 색상이 리마커블하게 바꾸면 주목을 끌게 되어 있다. 저자가 말한 개념 중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인데 경리단길, 망리단길, 성수동 등 새롭게 가옥을 개조하여 꾸민 상점들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 마치 고객들로 하여금 숨겨진 어떤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아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제품이나 가게를 알리고 싶다면 이야기를 연결 짓고 그 속에서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도록 유도하면 입소문은 저절로 퍼질 것이다.


우리가 알만한 브랜드들도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카피 문구 하나하나에도 큰 신경을 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례연구로 이들 회사가 성공하게 된 요인을 짚어본다. "21세기 최고의 마케팅 바이블"이라 불리며 마케터들 책상 위에 항상 꽂혀져 있는 이유가 있다. 어떤 거창한 마케팅 기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하게도 핵심만을 짚어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회사가 실패하고 있다면, 그건 최고 경영층의 잘못이다. ... 그들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 제품을 마케팅하고 있지 않다."는 말에서 보듯 회사 경영자의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제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한다. 생각해 보면 회사가 실패하는 건 대부분 경영자의 그릇된 판단과 방만한 운영에 있다. 소비자들은 쓸모 있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제품을 기다린다. 누가 쓰레기 같은 제품을 구매하겠는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답은 나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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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절반만 먹겠습니다 - 나와 지구를 지키는 희망의 약속
브라이언 케이트먼 지음, 김광수 옮김 / 애플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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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원한다면 언제든 육류를 마음껏 소비할 만큼 풍족해졌다. 공장식 가축 생산으로 도시에서 소비되는 양을 감당할 만큼 산업형 축산 시스템은 견고하다. 몇몇 동물들은 가축화되어 사람들에게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시켜 주었는데 도시가 생기면서 그 규모는 커졌다. 여기서 가축화된 동물이란 소, 양, 돼지, 염소, 닭, 오리 등을 말한다. 철도와 냉각장치의 발달은 물류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고 이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며 대량으로 도축된 육류를 도시에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육류 산업의 역사와 산업형 축산업계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육류 소비를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모든 산업에 명암이 있듯 육류 산업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해 주었다. 하지만 대량으로 가축을 생산하는 동안 과도한 탄소 가스 배출과 벌목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이로 인해 대체육을 개발하고 비건 주의자들이 채식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뭐든 극단적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라 책 제목처럼 지금보다 육류 소비를 절반만 줄여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본래 잡식성 동물이라 가리지 않고 먹는데 꼭 채식이나 육식을 고집하면 부족한 영양분은 영양제로 대체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육류의 역사부터 현재 산업형 축산 업계의 진실을 파헤치고 앞으로 미래의 육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봄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을 잡도록 해준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이와 관련된 그 어떤 책보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훌륭하게 뒷받침해 주는 검증된 자료와 유려하게 흐르는 가독성은 설득력 있게 육류에 대한 가치판단을 돕고 있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먹을 것으로 넘쳐나는 시대에 우린 식생활 방식을 결정할 선택지가 많아졌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식단을 꾸려도 되고 아니면 육식주의자로 살아도 된다. 육류 산업이 안고 있는 모순과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비인도적인 축산과 도살의 민낯을 알게 된 이후다.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제 앞에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들에게 육류에 관한 시사점을 주고 있으며 유익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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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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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3년 '르네 63'으로부터 전해 들은 제3차 세계 대전을 중단시키는 방법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이라는 말을 듣고 르네는 그 예언서를 찾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는 여행을 떠난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꿀벌에 있다는 걸 알았고 십자군 전쟁, 성전 기사단의 탄생과 해체, 사라진 예언서를 추적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독자는 주인공 일행과 함께 실마리를 찾아 나서고 서서히 퍼즐을 짜 맞추는 과정들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작년부터 양봉업자들의 고민은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수정 만으로는 분명 비용과 한계가 있기 때문에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는 노력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이 소설은 전쟁을 막기 위해 환경과 생태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르네라는 주인공이 예언서를 찾고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를 밝혀낸다고 해서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고 환경 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언제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문제다. 이 책으로 인해 꿀벌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단지 꿀벌이 꿀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꽃 식물의 수분을 도와 열매를 맺고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식량이 풍요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소설 속에서 르네, 알렉상드르, 멜리사는 퇴행 최면으로 과거로 갔다가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오는 생생한 묘사는 새로운 단서를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면 공연 때 피실험자로 자청해서 최면에 임했던 베스파 로슈푸코로 인해 공연장을 폐쇄하고 2주 안에 5만 유로를 배상한다는 판결을 받았었는데 그 악연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책 후반부까지 읽으면 이 모든 일들의 시작과 끝을 알게 되고 인류의 재앙을 막기 위해 과거를 오가면서 르네가 찾으려고 했던 꿀벌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의 조각이 맞춰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소설이 가진 흡입력과 재미는 보장한다고 봐도 좋다. 그리고 예언처럼 2053년의 세계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예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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