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의 원칙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 지음, 류동수 옮김 / 타커스(끌레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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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이해하기 어려웠던 책이었다. 우리는 항상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는 존재들이다. 누군가는 행동에 따른 보상으로 인해 동기부여의 힘을 얻기 때문이다. 인생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것과 같고 인생의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비판하는 부분에서 모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람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며, 확고한 줏대와 확실한 자기주장이 있으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늘 옳은 선택을 내리란 법은 없으며, 실수와 실패는 인간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다. 저자가 줄곧 주장하는 내용들은 외부에 의존적이면 타인에게 종속되어 자신에 대한 결정권을 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이 대신 결정해 주기 바라는 심리는 결국 타인에게 끌려가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내용도 나온다. "롤모델을 이용한 통제 방식은 성숙한 인간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위축시킨다."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부분 지망생들은 롤모델을 동경하며 성장했다고 말하는데 꼭두각시로 만들어 위축시킨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러면서 저자는 중요한 것은 신뢰성, 유일성, 진정성이며, 스스로 자기 안에서 롤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일단 자신 안에 무엇인가가 채워진 뒤에 일이 아닐까? 처음에는 롤모델을 보며 따라 한 다음 익숙해진 뒤에 생겨나는 부분들이다. 당위성 만으로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꾸준히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받으며 우린 성장한다. 동기부여도 필요하고, 어떤 계기와 좋은 스승과 동료와 유기적인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외부로부터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는데 자기결정권과 자존감 등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수많은 연습과 자아성찰이 오늘의 나를 만든다. 때론 저자가 해주는 조언들이 옳지만 숨 막히게 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마치 야생 벌판에서 혼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세상 누구도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냉혹한 세상에서 얼마나 외로운 사투를 벌여야 하나. 자립심이 강한 사람도 세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기에 사회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한다. 너무 자기결정이란 주제에 매몰되어서 다른 가능성은 차단해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반드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건 없다. 다만 주도권을 자신이 갖고 산다는 건 언제나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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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질문들 - 진정한 변화는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자브리나 플라이슈 지음, 배명자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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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삶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좋은 질문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질문을 던지면서 행동, 습관, 태도를 바꿔 성장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직접 생각을 적어보라고 요구한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하루 30분, 10주간 자기 발견을 위한 워크북으로 활용하라고 저자는 권한다. 자신을 직접 대면하고 이해해나가기 위해 질문들에 답하면서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변화는 자신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문구처럼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흔히 좋아하는 일을 말을 자주 듣곤 하는데 우선 조건을 내가 무얼 잘하며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는 법이다.


생각해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성찰하거나 깊게 되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질문 하나하나 답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 솔직하게 나를 적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거듭할수록 심리 상담을 받듯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설령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도 마치 염두에 뒀다는 듯 바른길로 인도해 준다.


"두려움과 마찬가지로 실수 역시 직면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실수를 저지르려 애쓰다 보면 실수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정말 독특한 책이다. 그 어떤 책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질문보다 적힌 주옥같은 글귀들에 위로를 받는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는 듯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욕심내서 급하게 진도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 하루 30분. 단 몇 장이라도 질문마다 솔직하게 쓰다 보면 그 30분도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부모님의 기대, 주위 사람들의 평판, 사회가 짜놓은 프레임에 맞춰서 살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모른 채 살아간다. 이 책을 계기로 삶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독하고 생각을 적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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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반찬 걱정 없는 책 - 한 가지 재료로 매일 새로운 반찬과 국, 찌개
송혜영 지음 / 길벗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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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들자마자 감탄한 부분은 보기 편하게 식재료를 중심으로 구성한 점이다. 특히 요리에 서툴거나 자취생들에겐 오늘 무슨 음식을 해먹을지 고민인데 이 책을 보고 따라 하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 보통 반찬이나 요리 위주로 카테고리를 짰다면 식재료에서 파생되는 반찬이나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깔끔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책 제목 그대로 365일 반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필요한 재료만 준비해둔다면 누구나 간편하게 만들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PART 구성을 보니 난이도에 따라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PART 1. 냉장고 속 재료로 만드는 매일 반찬
PART 2. 특별한 날 생각나는 별미 반찬

PART 3. 육류·생선·해산물로 만드는 일품 반찬

PART 4. 상차림이 더욱 근사해지는 국·찌개·한 그릇 요리


이 책의 저자는 유튜브 채널에서 '욜로리아'를 운영 중인데 구독자 39만 여명, 누적 4천만 뷰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집밥 메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한 번 배워서 평생 써먹는 기본 집밥 메뉴 304개를 수록해서 가지고 있는 식재료로 충분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각해 보면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대부분 기본적으로 만들어 먹는 반찬이다. 바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을 먹지 않아도 되며, 배달 음식이나 외식에 쓸 돈을 절약해 더욱 풍성하고 건강한 요리를 만드는 재미다. 요즘 물가도 치솟고 있어 직접 도시락을 만드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데 이 책을 보고 반찬을 해도 좋을 듯싶다.


여태까지 봐왔던 수많은 요리 책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었고, 책 구성은 무엇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우리가 평생 먹는 반찬도 따지고 보면 그 가짓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도장 깨기하듯 304개를 만들어도 매일 식탁 위에 오르는 반찬은 다를 것이다. 식비 절감에 절실한 분들이라면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보며 고민하지 말고 볶음, 조리, 튀김 등 다양하게 조리해서 먹자. 또한 이 책 앞부분엔 식재료 고르는 법부터 보관법, 각 재료별 제철 시기, 장보기 노하우, 손질법까지 수록했으니 요리에 서툰 초보자들도 문제없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무엇이든 많이 해봐야 실력이 늘고 자신감이 생긴다. 만들다 실수하면 어떤가 그러면서 발전하는 것이고 같은 값이면 여러 개의 반찬을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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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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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연극을 관람했지만 동성애를 다룬 내용을 결코 쉽지 않은 소재다.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것은 물론 관객을 설득시키기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미 연극, 뮤지컬, 영화로 발표되었는데 이를 스핀 오프시켜 <줄리엣과 줄리엣>으로 선보인 것이다. 즉, 몬테규 가의 줄리엣과 캐플렛 가의 줄리엣이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지금보다 훨씬 도덕적 규범이 엄격했던 중세 시대에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이다. 이를 작가 만의 상상력을 더해 원작을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이 희곡집 에세이는 대본과 에세이를 결합하여 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고전 명작을 재해석한다는 건 위험 부담이 큰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퀴어 소재라니 창작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과연 몇몇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 만족했을지 궁금하다. 아주 오래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연극을 보러 갔다가 사실은 동성애를 다룬 내용이라서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 충분히 관객들이 용인할 수 있도록 설득시키는 작업은 필요하다.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미화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개연성과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작품에서 드러나야 한다.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자란 귀족 명문가의 아가씨들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서로에게 반해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까지 약속하니 말이다.


<줄리엣과 줄리엣>은 2018년 3월 21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첫 초연을 한 뒤로 2021년 10월 21일 브릭스씨어터에서 4연까지 할 정도로 성공한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극으로 끝난다는 건 같지만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여자 간의 사랑으로 승려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살짝 코믹스럽고 연결 다리 역할로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대본도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대사로 바꿨다. 만약 소극장에서 이 무대를 관람했다면 소재를 알고 있음에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배우들의 열연과 진짜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어서다. 그 대상이 반드시 이성일 필요는 없으며, 진짜 우리가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에 솔직해지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다큐로 받아들이느냐 연극적 상상력을 남을지가 관건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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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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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만찬에 오른 음식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했다는 걸 기억하고 있다. 외교에서 음식이 가지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이 책은 음식 외교에서 기억될 27가지 모습을 담았다. 외교 현장에서도 음식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들도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달콤한 외교, 깊은 풍미의 외교, 스토리가 있는 음식 외교, 역발상 음식 외교, 씁쓸한 외교, 독한 맛 외교로 분류하여 만찬장에 오른 음식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음식 하나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가져오거나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걸 역사가 증명하는 듯싶다. 아직까지도 옥류관에서 먹은 평양냉면의 명성이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음식 선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음식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건 우시바 노부히코 주미 일본 대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을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했는데 독일 출신이지만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비너 슈니첼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미 국무부 내 일본전문가로부터 우시바에 대한 정보를 들은 키신저는 그를 싫어하게 되었고, 미일 간 외교에도 악영향을 끼쳐서 소원한 관계가 된 것은 물론이다. 눈치 없는 음식 외교가 상대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시바 사례가 바로 일본 외교의 실상을 드러냈는데 요즘처럼 음식과 식기, 장식까지도 의미를 부여하며 상대국을 대접하는 시대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서 음식 외교를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셰프들과 의전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분주하게 상대국과 초청받은 사람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여 만찬장에 반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국가 간의 외교는 국익과 안보가 직결되는 현장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대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미 역사로 남은 외교 현장을 기록하며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음식으로 인해 외교적 승리를 가져오거나 관계가 악화되는 등 음식과 외교가 이렇듯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음식이라는 소재가 세계 역사의 외교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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