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 디자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장 지침서
이응삼이 지음 / 길벗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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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신입 디자이너에서 주니어 디자이너를 오가던 시기에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비전공자로서 국비지원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6개월간 수강을 마치면 취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선택지였다. 알아두고 배워야 할 이론들이 많았다. HTML/CSS, 디자인 관련 이론, 디자인 실무부터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드림위버, 플래시까지 홈페이지 하나를 제작하려면 너무나도 바빴던 기억이 난다. 웹 표준 코딩 방식이 자리 잡은 지금은 HTML/CSS(반응형), jQuery, 포토샵(또는 XD, 피그마), 일러스트레이터, 에디터플러스(또는 비주얼 스튜디오)만 다루면 된다. 그만큼 제작 과정 절차가 단순해졌다.

비전공자가 제일 어려워하는 부분은 기능적인 부분 보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디자인 시안을 뽑아내는 일이다. 아무리 많은 경력을 쌓았어도 디자인 시안을 제작할 때마다 한계에 부딪혀야 했다. 플래시가 사라진 지금은 UI/UX가 강조되기 때문에 jQuery를 적절하게 써서 디자인 콘셉트에 맞게 완성해야 한다. 이미 험난한 가시밭길과도 같은 길을 먼저 간 선배로서 말하자면 웹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만큼 다른 직군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웹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웹 퍼블리싱은 기본이고 때론 편집 디자인까지 해야 할 일이 생긴다. 내 경우엔 명함, 소책자, 제품 안내서, 포장디자인, 현수막까지 해봤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밀려드는 업무 대비 시간 압박으로 야근할 때가 많다. 디자인이 툭 던지면 자판기처럼 바로바로 나오는 것이 아닌데 일정을 재촉하고 시안을 완성하면 늘 디자인 평가를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경력 대비 낮은 연봉,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높은 이직률과 중도 하차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이 책에서 저자의 말은 정석에 가까운데 디자인 요청서가 있으면 좋겠지만 규모가 작은 웹에이전시 회사나 인하우스 회사의 경우 지켜지지 않는 일이 많다. 내 경험상으론 회사, 대표, 책임자마다 제각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항상 변수와 돌발 상황, 불합리한 일들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실제로 책 제목처럼 살아남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전공자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관련 학과 전공자에겐 자신이 가고자 하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낮은 초봉을 감수해야 하고 익혀야 할 프로그램과 웹 표준 코딩, 디자인 실무는 전공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막막할 때가 많은데 사수 없이 혼자서 디자인을 했고 다른 디자이너가 있으면 오히려 일 외적으로 방해될 때가 있다. 미묘한 감정싸움, 사내정치, 인간관계 등이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경력도 부족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성장, 발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간들이 아깝지는 않다. 그렇게 부딪히며 쌓아온 시간들이 있기에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웹디자이너의 작업 범위가 정해졌다기 보다 회사마다 다르고 어떤 상사 밑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비중도 차이가 난다. 디자인만 신경 쓰기에도 벅차고 일정 압박, 실력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우여곡절이 많은데도 디자인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매번 도전해야 할 과제처럼 느껴져 시간도 잘 가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제작한 홈페이지를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과 성취감, 완성해나가는 맛이 있다. 만약 미래가 암울하고 실력 차이를 극복해 내지 못했다면 진작에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봤을지도 모른다. 앞으론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연봉과 대우에서 차별받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따라서 비전공자로서 사수 없이 일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업무 절차와 방법을 제시해 주는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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