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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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트렌드 코리아> 2016년판이 나왔다. 작년에 예측한 트렌드를 재점검하고 내년 10대 트렌드를 선정하여 분석하는 패턴으로 이뤄진 구성은 마찬가지다. 올해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휘물아쳤던 한 해였다. 갑자기 불어닥친 메르스 증후군은 전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초기 대응 부실과 감염 병원에 대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화를 더욱 키웠고 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화마를 견디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바닥을 쳤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제2, 제3의 감염자를 막을 수 있었다. 2015년 소비트렌드로는 햄릿증후군, 감각의 향연, 옴니채널 전쟁, 증거중독, 꼬리, 몸통을 흔들다, 일상을 자랑질하다, 치고 빠지기, 럭셔리의 끝, 평범,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숨은 골목 찾기 등 10대 트렌드가 선정되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아프리카 TV 등으로 자신의 일상을 찍고 자랑질하며, 아예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모습까지 보편화되었다. 럭셔리의 끝, 평범에서는 <인간의 조건 - 도시농부>, <삼시세끼>를 시청하면서 농촌에서의 아날로그적이고, 자연과 밀접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제주도로 귀촌한 사람들이 작년 대비 1,600%나 늘었다고 하는데 확실히 도시에서의 복잡다난한 생활보다는 소박하지만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방증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로는 무엇이 선정되었을까? 원숭이의 해라 MONKEY BARS라는 이니셜을 조합한 키워드가 만들어졌다. '플랜 Z', 나만의 구명보트 전략, 과잉근심사회, 램프증후군, 1인 미디어 전성시대,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 연극적 개념소비, 미래형 자급자족, 원초적 본능,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아키넥키즈', 체계적 육아법의 등장, 취향 공동체로 선정하였는데 확실히 저성장 시대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소비를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고 자급자족과 가성비, 과잉근심사회, 취향 공동체 등이 눈에 띈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는 이미 예고된 바이고, 가내수공업 개념으로 1인이 컨텐츠를 생산함과 동시에 미디어를 통해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가성비를 잘 따지곤 한다. 이왕 같은 값이면 양이 많고 저렴했으면 좋겠다. '플랜 Z'로 확실한 전략은 없지만 그래도 문화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그 분야에 관심이 갖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취미생활로 해나갈 것 같다. 자급자족에는 관심이 많다. 도시농부나 주말농장 등 자신이 직접 땅에 채소나 과일을 키워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삶도 괜찮을 것이다. 아직 농부로서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도시농부나 주말농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트렌드 특히 소비트렌드를 통해 올해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시간의 연속성에서 보면 점차 소비자들의 생활 기준이나 패턴, 습관이 변화나가는 걸 알 수 있다. 경제상황이나 기술발전에 따라서도 조금씩 바뀌어 나간다. 이렇듯 내년 병신년, 원숭이의 해는 위기로 치닫는 현 상황을 타개하고 모두가 공생하는 그런 시기가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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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명화 에세이 - 소중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명화 이야기
이경남 지음 / 시너지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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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를 것이 없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은 그 나름의 생활과 삶이기에 언뜻 나와 닮아보여 공감할 수 있다. <그림의 힘>이라는 책처럼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나보다. 명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책 제목을 <3분 명화 에세이>로 지었을까? 3분 동안 읽을만큼의 분량이라서 그럴까? 한 편의 명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3분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명화를 그려낸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절묘하게 엮어내었다. 근데 그 글을 부담스럽지도 않고 편하게 읽힌다. 그녀가 그린 그림도 꽤 수준급의 작품들인데 그 작품을 감상하는 건 덤이다. 우리들은 그 나이와 상황에 따라 많은 고민을 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저자도 법률가의 길을 포기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미술학원에 다닌 뒤 미술가의 길을 걷는 선택이 쉽지 않았을텐데 가슴 뛰는 일을 하기 위해 그 길로 걸어간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특히나 사람들과의 갈등부터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으로 인해 집에 돌아올 때면 몸과 마음이 지쳐서 힘들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내게 마음의 안식과 위로를 건네주는 건 그림이다. 명화를 남긴 작가들도 누구보다 힘든 시절을 겪어왔다. 그들이 남긴 작품을 보면서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다만 책에 실린 그림의 크기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작품감상 이전에 글 위주로만 보게 된다. 이 책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는데 균일감있게 그림이 실려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래도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면서 어느새 책에 빠져들었다. 글 쓰는 일이 전공 분야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렇게 책을 펴내게 되었고, 자신의 작품활동을 하면서 올린 블로그를 보며 연락해 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나름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이 큰 것 같다.


화려하진 않아도 잔잔하게 흐르는 글이 좋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 아니겠냐며 그녀가 건네는 이야기들이 외딴 곳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찾아오듯 어떻게 살아가야 진정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만 생각하면서 살자. 남의 생각에 휘둘리기 보다는 가치있게 사는 삶을 살도록 해보자. 일상의 언어들은 그래서 읽는 것이 편안하다. <그림의 힘>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책도 닮은 듯 하면서 정말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루에 3분씩 읽어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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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편이냐? - 한국 언론 프레임전쟁
조성식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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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무서운 말이다. "너는 어느 편이냐?" 이 책은 한국 언론사들의 프레임 전쟁을 다루고 있다. 분단 후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놓고 같은 사안도 다르게 해석한다. 채동욱 전 검찰총창의 혼외자 의혹 사건을 놓고도 다른 시각을 갖고 상반된 보도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 전작권 전환 연기, 쌍용차 해고 대법원 판결, 채동욱 전 검찰총창 혼외자 사건 관련자 1심 판결이 두고 보수, 진보, 중도 성향의 매체들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그들이 가진 프레임을 알고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실제 신문기사를 놓고 지면 배치나 제목과 부제목 선정, 기사의 논조에 따라서 사건을 어떻게 보는 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들의 의도하는 생각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표로 요약한 걸 보면 더욱 프레임이 명확해진다. 대리기사 폭행은 그 단일사건 하나만 보면 되는데 보수 언론은 세월호특별법과 유가족들의 노력까지 싸잡아 비난한다. 특권의식이라는니 하면서 흠집내기에만 열을 낼 뿐이다. 보수가 탐탁치 않게 여기던 부분이라 먹잇감을 발견하면 끝까지 물어 뜯는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백지화 사례도 명확하게 따지고 본다면 자주 국방에 대해서 사실상 무기한 연기 내지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 하다. 미군이 잔류하는 대신 장비 외 비용의 상당부분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는데도 말이다.


조정식 기자는 철저하게 실제 신문 기사에 나온 것으로 분석하였다. 마치 빅데이트를 수집하여 통계를 내듯 언론사별 기사 유형도 어느 꼭지에 비중을 두고 있는 지 각 사건별 기사 빈도수의 차이들을 보면 보수와 진보 언론사의 프레임을 알 수 있다. 언론사들을 볼 때마다 정확한 팩트에 대하여 직업윤리를 갖고 사실에 입각한 기사를 쓰길 기대하지만 그들의 입장차는 커보인다. 누구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언론이 이데올로기와 프레임의 늪에 빠진 것이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사회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는 없는걸까? 그래서 진보 진영에서 중편을 막으려고 한 이유는 절대 중립적일 수도 없고 이념적 편파보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대기업의 입을 대변하면서 기자로서의 사명감 대신엔 자본의 논리대로 보도한다면 왜곡된 정보를 시민들이 읽고 보기 때문이다. 분명 같은 문제인데도 시각차가 다르면 세상을 보는 프레임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 뿐만 아니라 방송 기자와 언론정보문헌과 및 신문방송학과 학생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언론의 참 기능을 생각해보면서 신문 기사를 통해 한국 언론 간의 프레임 전쟁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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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은 - 우리의 절망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박성호 지음 / 로고폴리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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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인터넷 댓글에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이래저래 서민은 살기 힘들다. <어쩌다 한국은>은 강의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총 8강으로 짜여져 있다. 우리 사회 주요 주제들을 꼬집고 있는데 1강 - 노동, 2강 - 역사, 3강 - 정치, 4강 - 언론, 5강 - 종교, 6강 - 교육, 7강 - 국방, 8강 - 미래를 다루고 있는데 읽을수록 치를 떨게 했다.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되거나 굴러간 것이 없다. 기득권층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폐해는 얼마나 심각한가? 탐관오리 조병갑 문제를 조정에서 주위 깊게 듣고 제대로 된 조치만 취해졌어도, 임시정부 인사들이 건국의 주체가 되어 반민특위로 일제강점기 때 친일인사, 친일경찰, 친일세력들을 응당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르게 했다면, 전태일이 죽음을 불사하고 외치기 전에 합의한대로 약속만 정부가 지켜줬다면... 역사에서 인정되지 않는 가정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진 수많은 갈등과 모순의 골이 깊어진 이유는 독립유공자와 친일파들 간에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는 가난하게 살고 있는 대신 일제강점기 때 친일 행위를 하며 얻은 부로 그들은 지금까지 대궐같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산다. 그 외에도 국가로부터 일방적인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과 화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없이 지나왔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모순은 층층이 쌓여가는 것이다.


정치나 언론, 종교, 교육만 하더라도 할 이야기는 넘쳐난다. 부정부패와 반칙이 횡행하고 온갖 편법과 부정행위로 이득을 취하려고만 하는 자들이 판을 치는 것 같다.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은 끊이질 않고 있다. 아무리 사회적 명망이 높은 사람이지만 말년이 좋지 않은 걸 많이 봐왔다. 부끄러운 민낯을 대면하는 것 같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는 왠만한 산업 중 대기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아마 몇 십년은 온갖 모순과 비상식적인 일들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역사와 사회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우리 젊은 세대만이라도 올바른 시각과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해보인다. 당장 현실적인 생업 앞에 놓여있지만 다른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생활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다. 우리들이 무관심하면 할수록 기득권층은 변화되길 원치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나온 문제들은 더더욱 해결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하다. 정치와 경제의 양극화는 더더욱 심화되어 가고 저출산과 저성장시대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또 무슨 일이 되풀이될 지 모른다. 정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헬조선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가나 기업, 기관 하다못해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자들이 피해자들 앞에 책임지는 자세를 제대로 보인 적이 있는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고 핑계 대거나 거짓말로 모른다고 둘러대면 그만인 사회인데 상식과 정의가 제대로 바로 잡히겠냐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도려내면 도려낼수록 노답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사를 깨끗하게 청산하지 못한 한국 사회의 절망의 깊이를 보았다. 경제적으로는 풍성해졌을 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피폐해져 있다. 갈등이 빚어진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이를 풀어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갈등의 원인을 되짚어 본다는 점에서는 큰 의의를 갖는 책이다. 의식있는 청년들이라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거친 풍랑을 겪어 온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사회의 민낯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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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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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은 연쇄살인범에게 살인예고 메일을 받은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 장소로 지목된 홍대 전역에는 잠복수사를 하는 경찰과 형사들로 깔려있다. 연쇄살인범으로 추정되는 자가 누구인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잔뜩 긴장한 채 주시하고 있지만 살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은 홍대 거리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플래시몹을 벌이고 있었는데 공연 도중 한 여자가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사고 현장에 있던 형사들은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계속된 살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은 그 증거조차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단지 그들이 기대하는 건 황 기자의 메일인데 연쇄살인범으로 오로지 황 기자를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 경감과 희진은 프로파일러로써 증거를 잡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한 떄는 연인 사이였지만 연쇄살인범이라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전직 프로파일러 민수. 문 경감은 희진에게 민수를 설득시켜 유령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협조를 해줄 것을 지시한다. 민수는 암호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빨라서 유령이 보내온 암호도 곧잘 풀어나곤 한다. 


유령이 황 기자에게만 메세지 창고를 연 이유는 경찰의 잘못은 따끔하게 지적하고 온갖 사회적 이슈들을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유령 기사를 쓰게 된 뒤로 다시 옛 명성을 회복하는 중이다. 희진은 사건을 진행하면서 민수와의 면회를 통해 유령에 대한 정보와 그가 살해한 여자들을 궤적을 역추적한다. 그러다 롯데월드 지하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십명이 죽고 부상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미 암호를 통해 폭발이 일어날 곳을 예고 했음에도 막을 수는 없었다. 다만 민수를 풀어난 암호 덕분에 폭발진압반이 송수신 차단기를 작동하여 다른 폭발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주로 사건 위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다뤘다면 2부는 교소도 면회실에서 희진과 민수를 통해 유령을 추리하는 과정이 많이 나온다. 3부는 롯데월드 폭발사고와 주변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로 유령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4부는 이 소설이 정말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메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유령의 연인사이였던 이윤주를 지속적으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던 것이다. 김보은, 김진관 사건과 김부남 사건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들은 친부와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오다 성인이 된 뒤에 법으로 해결되지 않아 식칼로 자신을 성폭행한 이를 살해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유령의 어머니도 외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그 이후에 나은 자식이기 때문에 그가 받은 심리적인 상황과 이렇게 일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두 풀렸다.(그러고보니 희진도 성폭행 당한 일이 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잘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경찰의 수사나 법 집행도 거의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가해자들의 형량은 말이 안되게 적다. 또한 언론에서도 자극적인 이슈에 집중할 뿐 제대로 된 보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피해자들이 자살충동을 느끼며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때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은 누구도 이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인데도 당사자 때문에 발생했다며 손가락질 하는 잔인한 사회다. 이 소설에 나오는 유령은 자신이 유명해지면 모든 세상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거라는 믿음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래서 왜곡보도가 아닌 사실 그대로 거침없이 기사를 써나간 황 기자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같은 연쇄살인범으로 교소도 들어간 민수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만날려고 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사주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변에 친한 친구도 없이 살아온 유령에겐 적어도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들어준 사람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조명과 네온 불빛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채 속에 잠긴 서울이라는 도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건물들 사이로 낡고 무너져가는 무허가 건물들이 공존하는 도시. 한겨울에도 차가운 길바닥으로 사람을 내모는 잔인한 도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든다. 이 도시에 대한 막연한 사랑을 한 아름 안고, 하지만 이 도시는 도도하고 변덕스러운 여자와 같다. 결고 쉽게 자신을 허락하지도, 사랑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경험한다. - p.308


아마 유령이 느낀 도시에 대한 이미지인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느낀 사회는 겉으론 화려하지만 무허가 건물이 함께 공존하며 차가운 길바닥으로 사람을 내모는 잔인한 곳이다. 도시를 향한 동경으로 왔지만 쉽게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경험한다. 소설은 무척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그 메세지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90년대만 하더라도 근친상간, 성폭행은 금기시 된 얘기였다. 김보은, 김진관 사건과 김부남 사건이 언론에 터지기 전까지는 암묵적으로 행해졌던 일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소설 제목이 이해가 간다. 자신의 딸에게 성폭행을 하거나 이웃 사람이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벌인다는 일이 악마가 아니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일까?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암호방법과 연쇄살인범에 대한 언급, 그리고 이윤주의 집에서 유령이 민수에게 외쳤던 이 사회에 대한 절망들 다 읽은 시점에서도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지만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기득권자들이 그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 <사람이 악마다>는 꽤나 현실적이면서 끝까지 이야기를 밀어부치는 힘이 느껴진다. 물론 치고 박고 싸우면서 스릴감 넘치게 쫓고 쫓기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잘 다루고 있고, 경찰의 무기력함과 징계당하는 과정, 사건의 본질 보다는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언론매체, 친부와의 성폭행 당한 여성에 대한 메세지. 유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목하지 않는 사회이기에 가슴이 아렸다. 상당히 집중하면서 봤고 앞으로는 성범죄 관련 사건들은 강력하게 처벌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형량이 터무니없이 적다.) 이와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치료 및 사회적 보호가 절실하다. 다시는 성폭력 피해자를 향해 이윤주 어머니가 그랬듯 "네가 몸 간수를 잘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손가락질 하지 말았으면 한다. 법에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언론에서 침묵하기 때문에 피해자 당사자 혹은 관련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모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를 던져주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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