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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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 했었고 바쁘게 지내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과 마음 여기저기 들끊는 짜증에 서서히 지쳐만 갔다. 문득 이런 생활은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것은 곧 잘 지내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사실은 언제 지쳐 쓰러질 지 모르는 상태임을 모르고 있었다. 에리히 프롬의 이름만으로도 정신이 번쩍드는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진짜 삶이 무엇인지 철학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작지만 묵직한 책으로 국내 미발표작이다. 누구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잘 살고 있는 것은 맞는지. 그 물음의 끝엔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좋아하는 것을 쫓아 살라고. 그리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삶의 여유를 찾으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어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 책을 발표한 시점이 1930년대인데 현재 우리들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과 현대인에 대한 이해력이 밑받침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물질적 풍요로움과는 반대로 현대인들은 소모적인 삶과 깊은 무력감에 빠져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왜 삶은 더 나아지고 높은 성취를 이뤘지만 무기력해지는 걸까? 스스로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내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몇 일전 다큐에서 본 여자분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복싱을 배우게 됐는데 복싱을 하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복싱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원한 삶을 택해 도전하는 것이야 말고 진짜 삶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정해준 삶의 패턴은 쉽사리 무기력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건 어른이나 아이도 마찬가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살사 댄스를 잠시 배우기도 했고, 매년 걷기 대회에 참여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 때는 그 과정이 힘들어도 무료한 삶을 견디는 힘을 준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이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할 고독과 자유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린 자신만의 진짜 삶을 살기 위해 가슴 뛰는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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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평전 - 스스로 빛났던 예술가
유정은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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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배운 신사임당의 이미지는 율곡 이이를 낳고 예술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한 말 그대로 현모양처였다. 한참 떨어진 남편 김원수를 모시고 살면서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5만원권 지폐에 신사임당이 실린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던 신사임당이었다. 그런데 신사임당의 일대기와 함께 배울 점이 쓰여있을 것 같았던 <사임당 평전>을 읽고 난 뒤에 뭔가 어긋난 것을 느꼈다. 신사임당도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만들어진 이미지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문점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는 17세기 중엽 송시열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가 사임당의 난초 그림과 산수 그림에 발문을 붙이면서 재평가를 하게 되었는데 서인들의 결속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율곡 이이를 신격화시켜야 했고, 율곡 이이를 낳은 어머니이기에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사회가 원하는 이미지를 각색하여 만들어낸 셈이다. 어머니는 자로고 이러한 여성이어야 한다는 기저가 깔려있는 것이다. '훌륭한 유교적 여성으로서 태교를 잘 실천했던 현숙한 부인.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어미니. 내조를 잘한 아내 등 유교사회가 강조했던 부덕을 잘 실천한 사임당의 모습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 p.95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그에 걸맞는 인물을 찾아난 것이다. 유교적 덕목에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 신사임당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가려진 채 정권의 요구에 따라 이미지만 남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말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칭송받을만한 인물이었는지 사실여부는 별개로 다시 박정희 정권에서는 자신들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선택받았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전형을 강조하며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한정짓도록 만들었다. 신사임당을 닮아야 한다는 운동도 남성에 의해 지배받았던 여성의 역할과 유교적 사회질서에 맞춰서 살아야 했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낌은 뒷통수가 시큰거리듯 놀라움 그 자체다. 교과서에서 주입식 교육만을 받고 자라온 세대에겐 그 폐해가 더욱 크다. 신사임당의 본 모습은 어떠했는지 알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고, 역사 속 인물에 대해서 정말 바로 알려면 연관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전형이기 보단 사실은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나마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과 시가 남아있기에 후대에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또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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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전쟁 1
신지견 지음 / 새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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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불선이 혼재한 듯 섞여있는<천년의 전쟁>은 역사소설이라기 보단 차라리 무협소설에 가까웠다. 불교와 도교가 가진 종교적 색채가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강하게 녹아있다. 처음에는 조금 읽기엔 버거웠다. 무협소설을 <영웅문> 이후로 <묵향> 몇 권을 읽어봤을 뿐 취향을 타는 장르라 읽고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워낙 요즘 소설과 에세이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잡지사 편집장, 주간을 맡으며 일하던 중 어느 날 <해안 강의 금강반야바라밀경>에 흠뻑 적어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고 한다. 그 후 소설에 눈을 뜨게 되었고 대하소설 <서산>(전 10권)을 썼다니 작가의 말대로라면 대단한 일이다. 그 이후에도 <선가귀감>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청허당집>, <금강경>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등 상당한 노력과 지식을 가진 작가인 것 같다.



역사소설은 배경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노력없이는 완결지을 수 없는 작업일텐데 작가로서의 행보를 보면 이와같은 분야에 집중된 듯 싶다. 이 소설은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무념무상하며 읽었던 경험을 가졌기에 그 원동력으로 나올 수 있었고, 소설 곳곳에선 유불선에 대해 깊게 알지 않으면 모를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즉, 인생 후반부를 소설에만 매달리겠다고 한 작가의 말처럼 어느 정도 종교에 대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기에 버거웠던 것 같다. <천년의 전쟁>은 1, 2권으로 구성되었고 초반보다는 중후반으로 갈수록 집중이 잘 되고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던 것 같다. 각 인물들에 대한 이입이 되면서 읽기에 수월했던 것 같다. 역시 우리 전통을 다룬 소설은 이질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서 오히려 가독성 면에서는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나 도교 용어가 등장하면 낯설게 느껴지고 중간중간 모르는 부분은 넘겼던 것 같다. 유교와 불교, 선교 사이에서 일어난 천년에 걸친 전쟁. 어느 나라든 종교 간의 전쟁은 나라를 뒤집을만큼 큰 전쟁을 불러왔다. 종교 간의 다툼이 아닌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인해 민초들의 삶은 어떻게 시대에 대처해나갔는지 이 거대한 소설에선 복잡한 관계 속에서 펼쳐져 있다. 대하소설 <서산>을 모두 폐기하고 새롭게 2권으로 압축해서 지은 <천년의 전쟁>은 작가의 고집과 완벽한 소설을 만들기 위한 고심이 엿보인다. 낯선 이질감이 느껴졌던 소설이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니 무더운 이 여름에 읽어볼만한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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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해도 안되는 일상영어회화 첫걸음 끝장내기 2 10년 해도 안되는 일상영어회화 첫걸음 끝장내기 2
Gina Kim 엮음 / 베이직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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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우리가 배운 건 언어가 아니었다. 말을 배우는 교육이었다면 어떻게 외국인을 만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까? 애초에 말을 배운 것이 아니라 문법부터 배웠기 때문에 영어 공포증이 생겨난 것이다. 국어는 말부터 배웠는데 영어는 문장부터 배우니 영어 자체가 따분하고 지루한 수업이 되었다.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주어, 보어, 동사와 문장순서가 중요해서 have to가 뭔지 뜻부터 분석하고 문장과 단어를 암기하는 방식이라 10년을 해도 안될 수밖에 없는 교육환경이었던 것이다. 시험을 치루기 위한 수업이었지 모든 국민들이 영어를 말하고 듣는 수업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직도 영어는 큰 장벽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엉망진창으로 틀려도 좋고 순서가 뒤죽박죽이어도 좋으니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학습이었다면 처음부터 완벽해야 문장을 구성하고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10년해도 안되는 일상영어회화 첫걸음 끝장내기> 시리즈가 반갑다. 이 책은 어렵고 복잡한 문장과 단어는 없다. 짧고 간단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라 일단 이해가 빠르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러 문장을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직접 큰소리를 내어 따라해보고 Native Speaker들은 실제로 대화를 어떻게 나누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권에 이어 2권은 특정 장소의 몇몇 상황들에 대한 장면별로 구성했는데 이건 늘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부분이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 책으로 영어를 마스터한다는 목적보다는 영어에 대한 공포증을 서서히 없애나가면서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한다면 딱 들어맞는다. 왜 공부를 하면서 무조건 암기하고 머리를 싸매면서 해야했을까? 이 책으로 인해 영어를 배우는 즐거움이 생겼다. 일상에 쓰는 말이라 몇가지 단어만 조합해도 쉽게 말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1권에서 만족스럽게 영어회화를 배워나갔다면 2권도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하나씩 영어회화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영어의 장벽은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고, 일상생활하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로만 목표를 잡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완벽을 목표로 하기 보단 대화하는데 스스럼없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이 그 시작점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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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일본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강태웅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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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는 100년 넘게 지속되었고, 이러한 혼란기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수많은 일화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많은 일본 역사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는 시대가 이때입니다. 오늘날에도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계속 만들어져 센고쿠다이묘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지요. p.36


사무라이는 '모시다', '시중들다'라는 뜻의 동사 '사부라우'에서 유래되었다. 닌자는 고가와 이가 출신이 많은데 이들은 땅이 비옥하지 않아 다른 곳에 가서 일할 수 있는 기술을 연마했는데 그것이 바로 인술로 자신을 감춘 채 적지에 몰래 칩입하는 능력을 키웠다. 주로 전국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만큼 가까운 일본>은 일본의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활, 한일관계에 걸쳐 꼭 알아두어야 할 부분만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선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드문드문 알고 있는 부분은 있지만 전체를 포괄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았듯 싶다.


특히 궁금한 부분은 일본의 역사에 대한 것이었는데 Q&A에서 보니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나루토에 등장하는 용어가 나와 신기했다. 이자나기, 이자나미, 아마테라스, 스사노오 등 이건 사스케 일족인 우치하 가문의 기술이다. 사실은 일본 건국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또한 일본 화폐는 1000엔, 2000엔, 5000엔, 1만엔 4종류가 있고 노구치 히데요, 히구치 이치요, 후쿠자와 유키치 등 근대 의학과 문학, 사상을 이끌었던 인물을 싣는 것이 신기했다. 2000엔은 기념 화폐로 유통만 될 뿐 더 이상 제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지금까지 일본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내용들이 전국시대를 전후하여 모두 나왔고, 지금까지도 문화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중국에서 위, 촉, 오 시대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14세기 나관중이 편찬한 삼국지가 크게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영웅호걸의 등장과 에피소드들은 많은 상상력과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이런 일화들이 끊임없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일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전반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대략적인 큰 그림은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나라이지만 이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일본. 초밥, 기모노, 스모, 애니메이션에만 익숙했지만 사실은 뿌리깊게 박힌 문화와 전통, 관습, 생활방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애니메이션에까지 그런 내용들을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걸 보면 절대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지속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문화에 섞어들기 때문에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더욱 크다. 매번 일본의 독도와 위안부에 대한 망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분노하면서도 일본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본을 알아가는 길잡이 역할이 될 것이다. 그냥 겉으로 보는 것이 우리가 아는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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