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평전 - 스스로 빛났던 예술가
유정은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과서에서 배운 신사임당의 이미지는 율곡 이이를 낳고 예술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한 말 그대로 현모양처였다. 한참 떨어진 남편 김원수를 모시고 살면서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5만원권 지폐에 신사임당이 실린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던 신사임당이었다. 그런데 신사임당의 일대기와 함께 배울 점이 쓰여있을 것 같았던 <사임당 평전>을 읽고 난 뒤에 뭔가 어긋난 것을 느꼈다. 신사임당도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만들어진 이미지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문점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는 17세기 중엽 송시열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가 사임당의 난초 그림과 산수 그림에 발문을 붙이면서 재평가를 하게 되었는데 서인들의 결속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율곡 이이를 신격화시켜야 했고, 율곡 이이를 낳은 어머니이기에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사회가 원하는 이미지를 각색하여 만들어낸 셈이다. 어머니는 자로고 이러한 여성이어야 한다는 기저가 깔려있는 것이다. '훌륭한 유교적 여성으로서 태교를 잘 실천했던 현숙한 부인.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어미니. 내조를 잘한 아내 등 유교사회가 강조했던 부덕을 잘 실천한 사임당의 모습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 p.95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그에 걸맞는 인물을 찾아난 것이다. 유교적 덕목에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 신사임당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가려진 채 정권의 요구에 따라 이미지만 남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말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칭송받을만한 인물이었는지 사실여부는 별개로 다시 박정희 정권에서는 자신들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선택받았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전형을 강조하며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한정짓도록 만들었다. 신사임당을 닮아야 한다는 운동도 남성에 의해 지배받았던 여성의 역할과 유교적 사회질서에 맞춰서 살아야 했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낌은 뒷통수가 시큰거리듯 놀라움 그 자체다. 교과서에서 주입식 교육만을 받고 자라온 세대에겐 그 폐해가 더욱 크다. 신사임당의 본 모습은 어떠했는지 알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고, 역사 속 인물에 대해서 정말 바로 알려면 연관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전형이기 보단 사실은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나마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과 시가 남아있기에 후대에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또 느끼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