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스타일, 셀럽의 조건
사라 데고니아 지음, 비쥬 카르만 그림, 홍주희 옮김 / 크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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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디자인과 표지부터 압도적이다.
책 자체가 도서계의 '셀럽' 임을 의미하듯 번뜩인다.
그렇지! 패션 셀럽이야기를 하려면 책도 이 정도는 되야지! 왜냐구? 패션은 언어이고, 스타일은 그 언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지 의미하니까!

패션에 관해 문외한이라도 기억속에 뚜렷히 자리잡은 셀럽들이 있다.
톰 브라운, 오드리 헵번, 프리다 칼로, 마돈나, 안나 수이, 비비안 웨스트우드 같은 이들은 그 자체로 브랜드이자 패션의 역사이다.
이 책은 1950년 부터 오늘 날까지 패션계에 깊은 영감을 준 패션피플 50인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어떻게 패션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이는 97세에도 모델로 활약한 아이리스 아펠이다.
젊음은 그 자체로 빛나는 패션이 될 수 있지만 아이리스처럼 오랜 시간 트렌디하기는 쉽지않다. 세계 최초 바비인형 모델이었던 화려한 경력과 더불어 검은색 안경과 오버사이즈 목걸이 까지. 그녀는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오랜 시간 활동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면, 지금 헐리우드에서 핫한 티모시 샬라메는 길지 않은 활동기간에도 영향력있는 셀럽이 되었다. 오스카상 후보로 레드카펫에 설 때마다 과감한 의상으로 주목받았는 데, 그는 남성복 규범에 벗어난 붉은 꽃,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흘러내리는 천 등을 활용했다.

그러나 셀럽의 기준이 단순히 패션만은 아니리라. 우리가 오드리 헵번에 열광한 것은 그녀의 뛰어난 외모와 패션뿐만 아니라 우아한 분위기였다.
노년에 자선활동을 활발히 할 때, 꾸미지 않았고 세월이 묻어나는 주름 그대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녀는 여전히 빛나는 아름다움의 공주님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꼭 닮고 싶어하는 셀럽이다.
그 외에도 나는 틸다 스윈튼의 신비로움과 셰어의 당당함을 닮고 싶다.

그러고 보면 유명한 셀럽이라고 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 호불호가 갈린다.
그것은 대중들이 패션센스를 넘어서 셀럽들만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채워주는 이들을 볼 때, 더 열광하게 된다.
패션은 언어로써 나와 너를 이어주는 교감의 영역에 있다. 그리고 교감이 되는 순간, 그 누군가는 나의 셀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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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데리러 갈게
서석하 지음 / 인생첫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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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바쁜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가장 이상적인 분들이라 근처에 조부모가 사시는 것은 행운이다.
나도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워낙 애지중지 하셔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도록 만드셨지만(?), 사랑만큼은 듬뿍 받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만큼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시는 존재는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서석하 할배' 는 멀리 사는 둘째딸이 쌍둥이 육아로 힘들어 하자 기꺼이 이사를 갔다.
딸에게도 쌍둥이에게도 할매할배에게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할매할배 육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체력적인 부분인데, 서석하 할배는 한때
장애탁구 국가대표코치를 하셨을 만큼 스포츠맨이다. 같이 몸으로 놀아주실 수 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을 지 상상이 된다.
더군다나 만화와 글쓰기, 사진에도 열정이 넘치기에 세대차이를 최소화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매일 하원길, 할배를 만나면 아이들은 재밌는 하루의 시작이라고 여긴다.
예쁜 그릇에 담아 함께 간식을 먹고 스무디도 만들어 주신다. 그림을 그리고 tv도 보고 책도 읽는다. 장난끼 넘치는 할배와 보내는 시간은 늘 즐겁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아이들이 아플 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아프면 부모와 할매할배는 더 아프다. 그래도 할매할배가 아이들 옆에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사랑을 듬뿍 받은 쌍둥이는 훌륭하게 잘 자랄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함께 해야한다 ' 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육아가 오롯이 부모의 책임이 되다보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인것 같다. 할매할배와 친족들의 참여를 넓히되 그만큼 지원이 있으면 어떨까?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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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이야기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천재 화가와 그의 위대한 작품들
김선현 지음 / 모먼트오브임팩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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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이야기 by김선현

~카라바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세계 3대 천재화가로 까지 꼽히지만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그는 바로크 미술의 새 시대를 열었음에도 '어둠속에서 빛을 그린 남자' 라고 불릴 정도로 삶 자체가 어둠과 빛의 연속인 불안한 영혼이었다. 심지어 살인자로 몰려 도망다닐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이 오랜 시간, 인정받는다고 하니 그의 일생과 그림의 연관성이 궁금해진다.

카라바조는 일찌기 부모와 동생까지 잃는 바람에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살아있는 내내 공포와 불안에 시달렸다. 그리고 많은 그림에서 그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카라바조는 <바쿠스>를 두 번 그렸는 데, 초기의 어두운 얼굴은 자신을 보고 그렸다는 말이있고, 후에 그린 바쿠스는 그가 화가로서 입지를 쌓은 뒤 그려서 확실히 풍요로워 보인다.
이 처럼, 그의 그림을 통해 그의 삶이 엿보인다.

그러나 카라바조의 천재성은 늘 돋보였다.
그는 어둠, 그림자를 의미하는 테네브리즈라는 명암법을 사용했는 데, <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 에서 보이듯 주위의 어두운 배경과 인물을 비추는 밝은 빛이 대비되어 몰입감을 준다. 이 작품은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도 영감을 준 명작이다.

로마에서 추기경의 눈에 띄어 후원을 받게 되면서 부터 카라바조에게는 예술적 자유가 주어진다. 상류문화를 경험하며 <류트 연주자>, <과일 바구니> 의 그림이 완성된다.
그는 신화 속 인물과 종교화도 많이 그렸는 데, <성 마태오의 소명>은 카라바조의 운명을 바꿔놓은 전환점이 된다. 그렇게 화가로서 계속 승승장구했으면 좋으련만 칼로 사람을 찌르는 사고를 치고 만다.
도피중에도 무려 30점이나 되는 그림을 그렸는 데, 이 시기에는 <성 아가피투스의 참수>처럼 메멘토 모리가 떠오르는, 어둠이 빛을 장악한 그림들이 보인다.

카라바조의 일생은 한 편의 슬픈 소설같다. 그 스토리가 그림과 어우러져 그림이 주는 감동이 더 깊고 울림이 있다.
인간적으로는 그가 순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이 안타깝지만 그의 인생이 그림에 깊이를 더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평생 파란만장한 삶을 산 카라바조의 마지막 행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위대한 명작들이 남아 그는 우리와 늘 함께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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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지 않으려면, 미움받지 않으려면 - 관계편 ADHD 지피지기 백전불태 2
김강우 지음 / 하나의학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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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가 핫 해졌다.
과거와 달리 정신과 문턱이 낮아지고 심리,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때, 상담받는 것이 당연해지면서 자연스레 ADHD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다.
이 책은 저자가 쓴 ADHD 두 번째 책이다. 1권이 전반적인 이해와 공부 방법을 다루었다면, 2권은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조언이 담겨있다.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상대에게 있기 때문에 ADHD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만한 대인관계가 행복한 삶에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이므로 노력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ADHD인들은 주의력 조절 어려움, 충동성, 감정조절 어려움, 메타인지 기능약화 등의 증상이 있다.
그래서 상황을 확대, 축소, 타인비교, 이분법적 사고, 근거없는 추측, 비판적 예상, 감정적 판단, 성급한 일반화, 공평하다는 착각, 엄격한 잣대, 비약, 꼬리표 붙이기, 낙관회로, 남탓, 내탓, 자의적 해석, 무용한 고집 같은 인지오류를 겪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ADHD tax라고 하는 무의미한 비용지출도 생기기에 하루빨리 상담받고 치료하는 게 좋다. ADHD는 어린 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있을 수 있다.

ADHD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한 데, 약물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 많은 편이지만 약물치료는 변화의 시작이므로 의사를 믿고 치료에 참여하자.
저자는 흔히 겪는 상황들도 연습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분위기를 파악하는 눈치, 호연지기와 부동심을 키우는 것이 좋은 데, 조급해하지 말고 롤모델을 찾아보자. 진부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스스로 대화의 법칙을 정하고 긍정의 문장으로 자기암시를 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사람마다 ADHD 증상이 모두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문제는 아니다.
ADHD 증상의 강도와 원래 기질이 합쳐져 어떤 이는 전혀 ADHD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학업이나 일,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의학도인데도 ADHD라고 하니 우리가 흔히 아는 산만하고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아니다.

책을 보며 내가 이제까지 ADHD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음을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껏 내가 모르고 있었으니 주변의 어느 누구도 ADHD로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ADHD인들이 겪는 인지오류를 보니 그 중 많은 것들이 나에게도 해당되었다. 이번 기회에 나도 나와 내 주변인들을 다시 돌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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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김랑 지음 / 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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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평온함은 크다.
야망을 품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사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휴식과 평화를 찿고 싶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들 부부도 그 마음을 안고 지리산 산청으로 갔고 이제 10년차라고 한다. 푸르른 날이면 꼬박꼬박 얼굴을 내미는 나물과 자연에서 힐링하고자 '마리의 부엌' 을 찾아오는 민박손님들이 부부의 친구다.

자연은 그렇게 숲속 작은 집에 이들을 품어 주었다.
모든 것이 빠른 도시와 달리 숲속의 하루는 시계가 중요하지 않다.
해 뜨면 하루가 시작되고, 해 지면 하루가 끝난다. 산더미 같이 쌓인 일로 종종걸음 할 일이 없기에 느릿느릿 걷고 시 한펀을 떠올릴 여유를 즐긴다.
바쁘지 않아 웃을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많다.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은 자연밥상이 특히 매력적이다.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다.
직접 채취하고 구매한 나물들, 유기농 농사로 지은 쌀과 직접 담은 된장, 고추장, 간장으로 상을 차린다. 화려하지 않은 작은 집처럼 밥상도 소박하지만 그렇기에 자연과 하나되어 손님들의 지친 어깨에 위로가 된다.

자연이 주는 식재료는 신선함이 조미료이고, 흔치않음이 플레이팅이다
봄이 되면 진달래, 유채꽃, 제비꽃을 따다 화전을 해먹고, 골담초꽃으로는 떡을 만들 수 있다.
책에 레시피까지 실린 쑥버무리, 간장들깻잎장, 원추리꽃밥, 홑잎밥, 오가피순 비빔밥, 참죽나물 고추장무침, 더덕순 피자, 찔레순 페스토, 고구마줄기 된장국, 초피잎 장아찌 등은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 지는 기분이 들며 입맛이 돋는다.

자연과 어울려 자연이 주는 밥을 먹고 맛따라 멋따라 훌쩍 이곳저곳 떠나는 이들 부부만의 자유가 느껴진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신이 모두 다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살며 자기 자리를 지킬 때, 우리 사회도 탄탄하게 빈틈없이 만들어진다.
지금도 누구나, 그곳에 가면 마리의 부엌에서 자연밥상을 먹을 수 있는 숲속 작은 집이 있다.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어서 우리도 훌쩍 떠날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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