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또 다른 이름, 중간 인류
임태리 지음, 스갱 그림 / 풀빛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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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키, 중간체격, 중간외모, 중간 가정형편에 중간성적까지 뭐든 딱 중간인 마리나, 이수아, 박지민 세 명의 절친은 자신들을 '중간인류' 라고 부른다.
중간인류의 머릿속에는 '메디오' 가 살아서 새로운 것에 도전을 겁내고, 남들 하는 것만 따라한다는 말도 있다.

어느 날, 마리나는 낯선 가게에서 평행우주 여행이 가능한 반창고 이야기를 듣던 중, 자신과 이름이 똑같고, 친구들 이름도 똑같은 시청 여권발급과에 근무한다는 여자를 만난다.
그 여자는 지루한 일을 하며 재미없는 인생에 지쳐보이는 데, 이상하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그후로도 마리나는 그 가게 근처에서 그녀를 볼 때마다 관찰한다. 그리고 그녀를 보며 마리나는 하나둘씩 새로운 것을 깨달아간다.

중간인류의 삶은 대개 평온하다.
뛰어난 인류처럼 책임질 일도 적고 부담도 없으며, 하위인류처럼 부족해보이지도 않는다. 그 삶에 익숙한 마리나의 눈에 보인 지루한 삶의 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
그제서야 학생 마리나의 눈에 자신의 꿈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친구들이 보이고 이해되기 시작한다.

'남이 만든 틀에 맞춰 살지 마. 그럼 넌 마들렌 밖에 될 수 없어'
중간인류니, 수저계급이니 하는 말들이 결국 모두의 운신의 폭을 한정하고 있다. 거기에 맞춰 살라고!
마음 속 메디오는 끝없이 이야기하며 벗어나지 못하게 못박는다.

마리나가 느끼는 감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갈등상황을 대변한다.
내가 진짜 나를 알아가기도 전에, 틀에 넣어 규정지어 버리는 순간 그대로 틀에 갇혀 버린다.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가지고 마음껏 뻗어 나가길 바라는 소설이지만 어느 나이대의 어느 누가 읽더라도 울림이 있는 성장소설이다.
이제 나를 돌아보자.
과거, 현재, 미래의 나는 과연 어떤 꿈을 꾸며 어떻게 살고 있을지?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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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지배당하는가?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3
이라영 외 지음, 인권연대 기획 / 철수와영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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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지배당하는가?

~'차별과 혐오' 참 안 좋은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차별과 혐오를 받고 싶어하지 않지만, 그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차별과 혐오에는 성별, 인종, 장애, 빈부 등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7명의 작가가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혐오 의식을 지적하고 살펴본다.

1장. '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 에서는 언어가 주는 의미를 찾는다. 세상은 변했으나 오래전 부터 사용되어 온 말들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의 의미들을 되새긴다.
2장. '혐오의 정치화와 극우 포퓰리즘' 에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편을 가르고 상대 진영을 혐오하게 만드는 세태들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3장. '나는 BTS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 는 우리 국민들의 자기 반성을 촉구한다. 우리 부터가 인종, 국가등의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가 많으면서 역으로 우리도 타 국가와 타인종을 차별하는 아이러니!

4장. '장애인과 함께 하는 법' 은 장애가 혐오인가? 를 되새기게 한다. 특수학교가 배척되고 장애시설을 싫어하는 분위기.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떤 것이 공존일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5장. '혐오란 무엇인가?' , 차별 그 이상의 차별인 혐오는 왜 생기며, 왜 현대에 와서 더 확산되고 있는 지 논한다.
6장. '오리엔탈리즘과 그 이후' 서양의 기준으로 보는 동양에 대한 시각에 우리도 여전히 갇혀있는 현실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7장에서 '학교에서 인권을 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를 통해,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보며 느낀 건, 차별과 혐오가 생각보다 더 다앙한 분야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우리는 나와 다른 이를 차별하고 혐오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한다. 우리가 의식하든 못하든 역사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스며든 다양한 차별과 혐오의 분위기에 모두가 잠겨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날아올 수도 있다. 다른 이들을 배척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의 인권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하며 그 존중은 동등해야 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chulsu815
#왜우리는차별과혐오에지배당하는가
#철수와영희 #서평단 #도서협찬
@chae_seongmo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를 통해 철수와 영희 출판사에서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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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 일에 먹히지 않고 나를 지키는 마음의 태도에 대하여
하지현 지음 / 마티스블루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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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면서 많은 책도 저술한 하지현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고민이 고민입니다' 도 좋았고, '심야치유식당' 도 무척 좋았다. 현대인들이 가진 걱정, 불안,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직접 상담을 받고 있는 듯 하여 많은 위로가 되었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바로 그 현대인들의 '일' 에 관한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우리는 자기 일을 해야한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학생과 주부도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사회의 기본이다.
'자기 밥벌이 정도는 해야한다' 부터 '그 일에서 인정받고 잘 해야한다' 까지. 일은 없어도 부담이고 있어도 부담이다.
모든 개개인은 타고난 능력치도 다르고 잘 하는 것도 다른데, '기본' 은 해야한다는 그 '기본' 이 우리 사회에서는 높은 편이다.

척박한 한반도에서 살아 남아 온 우리 민족은 뼈속 깊이 부지런함이 베어있다. 그러다보니 번아웃을 겪는 비율도 높다. 죽을 듯이 힘들고 지처도 쉬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현실. 내 스스로 컨트롤 하지 못한 상황에서 목줄처럼 끌려가는 것 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우리는 일에 먹히지 않고 올라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소진되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 열렬히 일하지 않는다고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일은 원래 지루한 반복이기에 상황에 따른 감정조절로 감정소모를 줄여야 지속할 수 있다.
사람마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르다. 보상, 의미, 재미, 관계 등. 워라벨을 유지할 수 만 있다면 인은 인간에게 내 존재를 긍정하는 기회를 주고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번아웃이 싫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일은 많이 할수록 잘하고, 잘 하니 재밌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가지는 본인의 의지 문제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일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일' 을 대하는 눈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스스로가 바라보는 가치에 따라 달라지기에 어떤 일을,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해나갈 지를 정하면 일을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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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 거짓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쑨중싱 지음, 박소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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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기는 타인의 믿음을 전제로 한다. 믿음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기는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범죄다.
저자 쑨중싱은 대만 대학교에서 '사기의 사회학' 이라는 교양강좌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 책에 그 내용들을 담아냈다. '거짓 세상으로 부터 나를 지키는 법' 은 어느 사회에서나 모두의 관심사인 모양이다.

성경의 아담과 하와도 뱀에게 속아 선악과를 먹었으니, '세상에 사기 없는 곳은 없다' 고 할 만큼, 인류의 역사는 곧 사기의 역사다.
'논어', '손자병법' 에 나오는 화술과 전술도 실은 상대의 믿음을 이용한 사기의 일종이며, 명나라 말기 장응유는 사기집단의 핵심을 정리한 '편경' 이라는 책까지 냈다.

자신은 당하지 않는다며 큰소리치는 이들도 사실은 타이밍과 방식이 맞아 떨어지기만 하면 누구든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사기는 단순 거짓말만이 아니라 의도, 행동, 상황, 결과를 포함하는 모든 심리상태나 행동이 다 합쳐져서 일어난다. 사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기꾼들, 피해자, 사회제도, 인성과 도덕 역시 필요하다.
사기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발생하고 사기꾼과 피해자는 불균형 관계이며, 그 순간의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가 적용되어 완성된다.
사기꾼의 유형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인격장애, 위조자, 사기꾼 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있고, 그들에게는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의 성향이 있다.

피해자들은 대개 사회적 교류가 적으며 목표에 대한 열망과 흥미는 크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자만심은 높아 자신은 절대 속지 않는다고 생각하다 당한다.
사기는 지능지수와는 상관없는, 그저 인간관계와 제도에 대한 믿음에 기인한다. 우리는 사람을 믿을 때, 외모, 매력, 혈연, 지인, 출신, 학력, 직업, 종교, 경제, 사랑 등에 영향을 받는다.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경제적 사기 이외에도 정치사기, 심지어 어린아이들의 거짓말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며 인간 자체를 심도 깊게 다룬다. 그리하여 우리가 보고,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지 일깨워준다.
마키아벨리는 '사람은 당장 눈 앞에 필요한 것만 신경 쓰다보니 사기꾼은 언제나 기꺼이 속아줄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고 했다. 그런 것 같다.
사기가 이루어지는 데 사회적 상황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개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 안의 허영, 허상부터 깨부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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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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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로
'자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음'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생명체인데 어쩌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태에 까지 이르렀을까?
자살하는 사람들이 남긴 유서의 내용은 거의 다 비슷하다고 한다. 자살의 언어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은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의자 자살예방재단의 고문이기도 한 크리스티안 뤼크의 자살에 관한 통찰서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살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왜 존재하는 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 세계에서 매년 80만명 정도가 생을 마감하는 데, 이는 전쟁과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많다. 종교에서는 자살을 가장 큰 죄로 본다.
자살한 사람들의 주변인들은 그 일을 막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예측하지 못한다. 오히려 늘 자살징후가 있던 사람은 오래 살고, 징후가 전혀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죽는 경우도 있다.
자살은 이상한 과정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죽음' 이라는 작품이 나온 후나 유명인의 자살소식이 전해지고 나면 잇따라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 만큼 그 파장은 크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임에도 본인 스스로가 죽음을 택할 만큼, 삶이 고통스럽다면 그래도 삶을 지속하는 것이 옳은건가? 우리는 자살이 무조건 옳지 않다고 보면서도 안락사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 중, 무엇이 더 힘들다는 판단은 누가 하는걸까?
정신적 고통의 상당 부분이 사회적인 관계와 상황에서 오는 것이라면, 사회적으로는 '자살제로' 프로젝트 같은 것을 실시할 수 있다. 간단하게는 다리의 난간을 높게 하여 시도를 할 수 없게 한다거나 상담의 문턱을 낮추거나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악(?)을 차단할 수도 있다.

어떠한 상황이든 생명은 소중하며, 설사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들 조차 살고 싶었을 것이다. 너무너무 살고 싶어 살기위해 죽었리라.
어디든 미약하게 나마 희망은 있다.
사회는 구석구석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일어설 만큼 삶이 유의미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순간의 선택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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