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 거짓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쑨중싱 지음, 박소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평점 :
세상 모든 사기는 타인의 믿음을 전제로 한다. 믿음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기는 애초에 일어날 수 없는 범죄다.
저자 쑨중싱은 대만 대학교에서 '사기의 사회학' 이라는 교양강좌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 책에 그 내용들을 담아냈다. '거짓 세상으로 부터 나를 지키는 법' 은 어느 사회에서나 모두의 관심사인 모양이다.
성경의 아담과 하와도 뱀에게 속아 선악과를 먹었으니, '세상에 사기 없는 곳은 없다' 고 할 만큼, 인류의 역사는 곧 사기의 역사다.
'논어', '손자병법' 에 나오는 화술과 전술도 실은 상대의 믿음을 이용한 사기의 일종이며, 명나라 말기 장응유는 사기집단의 핵심을 정리한 '편경' 이라는 책까지 냈다.
자신은 당하지 않는다며 큰소리치는 이들도 사실은 타이밍과 방식이 맞아 떨어지기만 하면 누구든 사기를 당할 수 있다.
사기는 단순 거짓말만이 아니라 의도, 행동, 상황, 결과를 포함하는 모든 심리상태나 행동이 다 합쳐져서 일어난다. 사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기꾼들, 피해자, 사회제도, 인성과 도덕 역시 필요하다.
사기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발생하고 사기꾼과 피해자는 불균형 관계이며, 그 순간의 사회제도와 이데올로기가 적용되어 완성된다.
사기꾼의 유형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인격장애, 위조자, 사기꾼 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있고, 그들에게는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의 성향이 있다.
피해자들은 대개 사회적 교류가 적으며 목표에 대한 열망과 흥미는 크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자만심은 높아 자신은 절대 속지 않는다고 생각하다 당한다.
사기는 지능지수와는 상관없는, 그저 인간관계와 제도에 대한 믿음에 기인한다. 우리는 사람을 믿을 때, 외모, 매력, 혈연, 지인, 출신, 학력, 직업, 종교, 경제, 사랑 등에 영향을 받는다.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경제적 사기 이외에도 정치사기, 심지어 어린아이들의 거짓말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며 인간 자체를 심도 깊게 다룬다. 그리하여 우리가 보고,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지 일깨워준다.
마키아벨리는 '사람은 당장 눈 앞에 필요한 것만 신경 쓰다보니 사기꾼은 언제나 기꺼이 속아줄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고 했다. 그런 것 같다.
사기가 이루어지는 데 사회적 상황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개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 안의 허영, 허상부터 깨부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