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빠도 글쓰는 마흔입니다 - 다섯 여자의 치유와 성장 글쓰기 조언
강은영 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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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수는 확 줄어든다. 고로,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은 독서를 좋아하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모든 이가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input 인 독서는 약간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output 인 글쓰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 과정들을 장을 봐서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게 본다. 요리를 위해 좋은 재료를 사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하려면 나름의 레시피와 노하우, 손맛 그리고 타고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힘들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완성해 낸 나의 요리가 제법 맛을 내고 있으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에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던 독수리 5형제 같은 다섯 여자의 글이 있다. 독서를 좋아하고 글도 좋아하지만, 막상 글을 내보이기엔 쑥쓰러워 한다.
뭐 어떤가? 처음부터 문학상의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강은영 작가의 말처럼 글은 써봐야 알 수 있다. 모든 준비가 된 상태에서 글을 쓸 수는 없다. 걸음마하며 넘어져 보지 않은 아이는 절대 뛸 수 없다.

글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생물같아서 시작과 달리 엉뚱한 곳으로 튀기도 한다. 얼른 달려가 잡아오지만 또 튀어나간다. 그런 순간을 모두 겪으며 지금에 이른
5명의 작가들은 글쓰기에서 겪은 나름의 어려움과 비법을 이야기해준다.
각각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죽이되든 밥이되든, 용감하게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것이다.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법이지만 끝까지 해내는 사람도 잘 없는 비법이다.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도 수다떨 듯, 글로 떠들다 보면 진짜 내가 보이고 인생의 답도 얻고 용기도 얻는다.
우리 모두는 한때 문학소녀였다.
어느 순간부터 삶에 치여 떨어지는 낙엽과 사색할 시간이 없어졌다. 글쓰는 시간은 바로 그때로 나를 데리고 가 잊고있던 나를 찾아준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바빠도 글을 쓰자.'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성숙도 이뤄진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내며 삶의 보람을 찾아간다면 이 사회도 더 풍성하고 성숙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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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꼬리가 되어 줘 푸르른 숲 56
하유지 지음 / 씨드북(주)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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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 마을에는 양눈을 가진 이가 비정상인것 처럼, 꼬리 달린 사람들만 살아가는 세계에 꼬리없이 태어난 새미는 비정상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다수와 소수로 결정난다. 비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순간, 수치스러워지고 열등해진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고 느끼면 어떻게든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아픈 곳 하나 없었지만 꼬리없이 태어난 딸의 인생을 위해 새미의 부모는 쉼없이 일했다. '시네 카우다 증후군' , 새미의 공식 병명이다. 가짜 기계꼬리를 달고 산 삶은 언제나 외톨이었고 모두가 측은해 하는 대상이었다.
어느 날, 병으로 죽어가던 진미아가 새미에게 자신의 꼬리를 주기로 결정하며, 드디어 새미에게도 꼬리달린 인생을 살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진미아는 자신도 이식받은 재활용꼬리 임을 밝히며 그 꼬리가 이식받은 5살부터 줄곧 낯설고 불운했다고 말한다.
새미는 꼬리가 없어서 늘 불행했는데, 미아가 이야기하는 반대의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꼬리가 생긴 새미의 인생은 새로워진다. 이전에 '시네' 로 불리며 누리지 못했던
14학교에 다니고 특별장학금도 받는다. 하지만, 미아의 이식꼬리인걸 아는 친구들은 저주받은 꼬리라며 피한다. 아름다운 꼬리만 생기면 행복할 줄 알았지만 꼬리는 통제가 안 되고, 주위 시선은 따갑다.
그때 '꼬리없는 마을' 의 이야기를 듣는다.

인생의 목표를 정해 그것만 보고 달려갔지만 그곳이 최종 목적지가 아님을 느끼는 시간들이 있다.
남들과 다를 땐 같아지려고, 같을 땐 달라지려고 버둥대지만 정작 그 길의 끝은 예상과는 다르다. 이루었다는 잠깐의 기쁨과 환희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목표를 잃고 허둥대기 시작한다.
꼬리는 '세상이란 기차에 타게 해주는 승차권' 이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어디로 , 어떻게 가야할 지는 본인의 몫이다. 그 길이 옳은 지, 아닌 지도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꼬리없는 마을' 은 '꼬리가 없어도 되는 마을' 이었다. 꼬리는 시기와 질투, 탐욕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새미는 꼬리없는 마을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어느 마을이 우리에게 더 행복을 주는 마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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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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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필요하다" 는 말이 있었다. "엄마" 라는 단어가 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인데,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챙겨주는 존재!
그래서 나는 아침에 이불에서 쏙 빠져나와 나를 꾸미고, 일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밥상과 보송한 옷을 언제나 제공받고, 때로는 감정 쓰레기통으로서 나의 짜증까지 받아주는 존재말이다.
그래서 엄마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 가장 신성한 가정내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무한반복의 노동은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의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이것은 삶의 가장 큰 선물이니 거절한다는 것은 마치 신성모독이자 크나큰 사회의 위계질서를 깨는 큰 죄인양, 강제로 아내와 엄마에게 떠안겨진다. 그 바탕에는 거부할 수 없는 죄책감을 깔아두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인권이 더 나은 서양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니, 가족중심적인 한국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이 더 심각하다.
'며느리' 의 의무는 왜 사위보다도 심지어 아들보다도 많은가? 왜 수많은 장녀들은 대우받지 못하면서도 의무와 도리만 남아있는가? 최근에 생긴 딸 선호사상 조차, 노후에는 딸이 더 잘 챙겨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돌봄노동은 감정노동의 극대치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의 특성상 어떠한 식으로든 몸과 감정이 같이 소모된다.
대부분, 돌봄노동은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일어난다. 여성은 좋은 삶과 행복을 책임질 의무를 떠안고 있다. 그 일이 고되더라도 내색할 수 없고, 댓가도 없으며, 인정도 받지 못한다.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새로운 노동의 재생산에 꼭 필요한 '재생산 노동' 임에도 여전히 무임금의 '놀고먹는 행위' 로 통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는 여성에게도 같은 수준의 수익창출노동을 요구하면서 남성보다 더 많은 양의 돌봄도 강요받는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 본 통계에서,
"부부 중 남편이 암에 걸리면 아내가 간병을 하고, 아내가 암에 걸리면 남편은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 를 보았다.
평생 함께한 아내를 위해 자신이 돌봄을 해줄 의향은 없고, 이제부터 아내가 자신을 위해 가사노동을 해주지 않다는 사실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사회 돌봄노동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통계다.

이 책은 현대 남성들이 싫어하는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둔 책이다. 그러나 복잡한 여성학이론을 차지하고라도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떠 안겨진 돌봄노동의 현실만큼은 남성들도 깨우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비혼주의와 저출산에 큰 영향력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빼고 이성적으로 읽으려 했지만, 책에 나온 사실 직시보다 한국의 현실은 더 나쁘다는 것에 감정이 다소 들어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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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네 컷 사진관 - 내일을 찍어 드립니다 환상책방 16
제성은 지음, 최재욱 그림 / 해와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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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있을 작은 행운 하나를 포기하고, 내일을 보여 드릴까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건드리는 질문이다. 미래를 미리 알고 통제력을 가지고 싶은 욕망과 이미 내 것일 행운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욕망.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내일 일어날 일을 미리 안다는 상상을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바로 이 일이 5학년 정우에게 일어난다. 정우는 갑자기 비가 오는 것도, 혼자만 남자 짝궁을 만난 것도 모두 자신이 운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이다.
어느 날, 비를 피해 들어간 네컷 사진관의 사진기계 화면에서 질문을 받는다
"내일 있을 작은 행운 하나를 포기하고, 내일을 보여 드릴까요?" "네"
정우가 받아든 사진에는 내일 있을 수학시험의 답이 쓰여진 사진이었다.

미리 본 '내일' 의 효과를 톡톡히 본 정우는 이제 작은 행운따위 포기하는 건 중요치 않다. 어차피 자신은 운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사진 네컷에는 내일 일어날 중요장면 4장을 볼 수 있다. 정우는 미리 본 미래를 이용해 계속 시험을 잘 보고 학교생활도 수월하게 해나간다. 친구들은 정우를 예언자라고 부른다.
다가 올 모든 행운을 버린 정우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나는 사람에게 주어진 행운과 불행이 일정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운 좋게 로또복권에 당첨된 이들의 끝이 좋지 않은 것처럼, 노력없는 큰 행운이 갑자기 왔다면 그만큼의 댓가가 있으리라고. 내가 애쓴 만큼, 가지는 것이 좋다.
불완전한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피하기 위해 미신을 찾기도 하고, 자신만의 징크스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未來) 는 아직 오지 않은[未] 내일[來]을 의미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
어차피 인간은 미래를 절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겸허히 다가올 날을 받아들이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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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거지빌라
나주희 지음 / 북시그니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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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같은 느낌의 모순적인 제목 '리치거지' 빌라!
'아름다운 난초' 라는 멋진 뜻을 지닌 가난산이 있는 가난동에 엄지 손가락을 의미하는 거지(巨指) 빌라가 있다. 거지는 빌라 주인의 아호라고 하는 데, 발음과 의미가 심하게 상충하는 이곳에는 1.2.3층과 옥탑방까지 10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극단적인 이름의 동네와 빌라지만 사람들은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서민들이다.

가난한 가수, 화가, 요리사, 감독지망생의 31살 동갑내기 남자 4명은 3층의 주민들이다.
2층에는 6살, 9살 남매를 둔 부부가 사는 데 안타깝게도 아빠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중이다.
어느 날, 옥탑방에 들어와 살게 된 51세 마리아는 좀 색다른 사람이다. 이름도 예수 어머니 성모 마리아와 같더니, 그녀는 '서로 사랑하라' 는 아버지의 명령을 삶에 실천하려 한다.

이 소설은 시작부터 위치, 건물, 사람에게 까지 이름을 지어주며 정체성을 부여해 준다. 물론, 독자마다 해석의 여지는 다를 수 있다.
또한, 독특하게도 작가 스스로 이미 이 소설의 소재를 사랑, 로맨스, 판타지, 액션, 코미디, 범죄, 스포츠, 사투리 임을 밝힌다. 심지어, 많은 대화문과 기독교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리 주의도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위트넘치는 설정이 한 가득이지만, 각종 에피소드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고, 주워 듣고, 뉴스에서도 종종 보는 소시민들의 일상이다.

2층 남매의 엄마 시하는 남편의 사고 이후, 교회에 다니지만 그럴수록 하나님이 원망스럽다. 왜 자신들의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하루하루 삶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하나님의 신성함도 사치일 수 있다. 그들에게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살길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삶에 둔감해지고 차가워진다. 아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사랑은 오고 가는 것이기에 받아보지 못한 이들은 주는 법도 모른다.
이때 , 마리아가 나타났다.

때로는 사랑과 온정의 작은 행위 하나로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꽝꽝 얼어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녹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너무 리얼한 현실극이면서도 판타지 같다. 모두가 꿈꾸는 따스함이 위대한 신이 아닌, 리치한 부자들의 금전도 아닌 그저 작은 한 사람으로 부터 시작됨을 보여주니 말이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도와 교훈이 빠르게 읽히고 생동감 넘치는 각 인물들의 매력에 빠져든다. 느껴지는 감동이 잔잔하고 오래가서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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