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이름 - 우리가 몰랐던 독서법 125
엄윤숙 지음 / 사유와기록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서 좀 해봤다고 자부했지만 이렇게 많은 독서의 종류가 있는 줄 몰랐으니 좀 부끄럽다.
독서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이명(異名)이라고 한다. 독서의 수많은 이명을 알아보는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몰랐던 독서법125' 이다. 125가지나 되는 이름을 가진 독서의 깊이와 넓이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독, 낭독, 구독, 묵독, 음독, 속독, 오독, 완독, 정독, 해독, 재독, 탐독 이외에도 수많은 독서들이 있는 데, 이 중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던 것들 위주로 살펴 보고자 한다.

<체독>은 글자에 표현되어 있는 것 이상으로 그 참뜻을 체득하여 읽는 것을 말한다. 머리로만 읽는 게 아닌 온몸을 통해 읽는 것으로 눈에 담고, 뼈에 새기고, 가슴에 녹여내는 통합적이며 종합적인 경험이다.
<배독> 은 남의 글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공손히 읽는 것이다. 나는 김훈 작가님 책을 읽을 때, 그 분의 방대한 역사지식과 휘몰아치는 필력에 반해 한줄한줄 감탄하며 읽었었다. 그 순간이 떠오른다.
<미독>은 내용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읽는 것 인데, 시 처럼 함축적인 문장이 많거나 은유가 많이 함유된 책을 읽을 때 그렇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맛있는 문장의 맛이랄까.
<회독> 은 여러 사람이 모여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하면 내가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을 다른 이의 시선에서 볼 수 있어 좋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여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나 독서는 일상이 되는 것이 좋다.
그렇기에 설사 남독이나 오독이라도, 편독, 적독, 비독, 난독, 약독, 전독일지라도 책을 늘 가까이 두고 함께 하는 것이기에 아예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좋다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고 잘 읽는다 생각지 말고 책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처 알 지 못했던 다양한 독서의 종류와 의미를 알게되어 나에게는 꽤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 책에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이 앞으로 나의 독서인생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센트리움 -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제작지원 선정 도서
복일경 지음 / 세종마루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인 구달은 "인간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다" 고 했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 간에 발생한 비극은 이 진실을 간과해서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세상의 지배자라고 생각했다.

2033년, 지구 온난화에 녹아내린 빙하로 도시들은 잠기고 이재민들이 생겼다. 식량 마저 부족해지자 가축을 키워 식량공급을 하기 위한 거대건물 센트리움이 생긴다.
이야기는 그곳에서 수의사로 일하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열악한 환경의 축사에서 식용으로 키워지는 닭, 돼지, 소 등 가축들의 상태는 좋지않다. 아니 몹시 나쁘다.
이 부분에서 소설은 동물들의 처참한 상황을 리얼하게 설명하고 있어 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오로지 인간의 먹이가 되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에게 삶이란 고통이다. 동물들 조차도 자신들의 고통을 아는 지 난동을 피우거나 자살을 하고 새끼들을 죽이기 까지 한다. 노예제가 있던 시절의 인간들의 삶보다 더 비참하다.

육식동물이 고기를 먹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가? 개개인의 건강과 영양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육식도 채식도 가능하다.
육식은 무조건 나쁘니 채식만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센트리움에서 일어나는 방식은 생명체를 공장식 물건처럼 제조하기에 고통만 받다가 죽는 생명체가 생긴다.
그러나 실은 센트리움이라는 가상 공간만이 아니라 현재도 곳곳의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우리도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인간의 건강이 동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지극히 지배자적인 인간들만의 가치관이다. 어느 누구도 생명체의 소중함을 나눌 권리는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나는 먹어야 했으니 애써 외면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이 그렇다. 마음은 아프되 저렴하게 식재료도 공급받아야 하니 동물들의 울부짖음과 피비린내는 차라리 모르고 싶은 거다.

소설은 센트리움 수의사였던 주인공이 2110년 백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백살의 그가 사는 세계는 인간도, 동물도 동등하게 더불어 살며 육식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다.
저자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인 것 같다.
나는 답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로 인해 고통을 겪는 생명체는 없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르카 유랑단
박혜영 지음 / 아무책방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르카는 이슬람 교도들의 여성 의복이다. 온몸을 가리고 눈만 보이거나 망형태로 가리는 옷이라 여성억압정책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 이슬람교에게는 심한 거부감을 주는 이 의상이 책의 제목이라니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돌이켜 보면, 감수성 넘치는 소녀들에게 10대라는 나이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도 세상이 힘들게 느껴지는 시기다.
그러나 아란, 돌리, 자옥, 지호에게는 소녀들을 힘들게 하는 삶의 무게들이 더 얹혀져 있다.

아란은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고, 체육시간을 함께 할 친구도 없다. 아란에게 학교는 감옥이다.
인도에서 온 돌리의 엄마는 히잡을 쓰지 않은 어느 날 사고로 죽었고, 그 후로 돌리는 아빠의 지시로 한국학교에서도 부르카를 쓰고 지낸다.
베트남으로 떠나버린 엄마가 그리운 자옥은 폐지줍는 할머니와 둘이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고단하게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희망은 없다.
지호에게 우울은 아무 이유없이 찾아왔다. 치료를 받으며 우울과 불안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런 날이 올 지는 알 수 없다.

사회는 이들에게 여러 종류의 투명 부르카를 씌워 놓았고, 소녀들은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 댄다.
찐따, 무슬림소녀, 다문화 소녀가장, 우울증 환자라는 굴레까지 지닌 소녀들을 탈출시켜 준 건 기타, 보컬, 베이스, 키보드 연주를 하는 청소년 밴드였다.
마침, 돌리가 다문화 밴드를 만들려는 기획사의 명함을 받으며 그들은 밴드를 하기 위해 모인다.
한번의 합주가 끝날 때마다 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세상과 맞설 힘을 얻고, 억압에 저항할 용기를 가지며, 온전한 인간으로 독립할 이유를 얻는다.
부르카 유랑단은 그렇게 탄생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힘들다고 주저 앉아있기엔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다. 지금 느끼는 고통과 좌절이 영원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을 날도 찾아온다.
날 덮고 있는 부르카는 나 만이 벗어던질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자. 그 길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 앓기, 읽기, 쓰기, 살기
메이 지음 / 복복서가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누구나, 언제든 몸과 마음의 아픔을 견디며 살아간다.
아픔은 피하고 싶은 감정이자 통증이지만 때로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 주기도 한다.
아픔이란? 의사들이 보는 의학적인 것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아무리 아파도 검사상으로 나오는 것이 없다면 의사들은 스트레스를, 한의사들은 기순환 문제라며 돌려 보낸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훨씬 복잡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앓기의 기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앓기의 기술은 익히기 쉽지만, 가장 아픈 이들이 완벽의 경지까지 이 기술을 연마하곤 한다."
버지니아 울프, 알퐁스 도데 같은 작가들은 생전에 병으로 힘든 나날들을 보냈고, 이 아픔을 쓰기로 승화시켰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앓기' 를 표현했고 작품으로 남아 현재까지 존재한다.

통증은 타인이 확인할 수 없는 당사자 만의 지옥이며,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너무도 이야기할 게 많은 경험이다. 그 고통을 다 담기에는 언어는 너무 빈곤하다. 그 부족함을 인간은 그림 또는 조각으로 시각화하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예술은 그렇게 예술가의 고통을 먹고 탄생했다.

이 책은 읽는 동안, 나는 계속 가슴이 먹먹하고 숙연해졌다. 내가 아팠던 순간들과 현재 아픔을 겪는 내 주변인들이 떠올랐다. 아픔은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외로운 시간이다.
저자는 아픔과 통증에 대해 수많은 작품과 문서를 인용하여 표현했다. 우리 대다수는 그렇게 많은 표현을 모르고 그저 '앓는다'. 누구 하나 내 고통에 조금이라도 공감해 주길 바라지만, 인간에게는 '남의 큰 고통보다 내 손의 가시가 더 아픈 것' 이므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픔을 겪어 나가야 한다.

이 책의 내용과 표현법이 나에게 엄청난 여운이 되어 남았다. 고통과 아픔이라는 주관적인 감정을 이토록 문학적으로, 학술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음에 놀라웠다.
내게 큰 인식의 전환을 준 책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주얼 지음 / 이스트엔드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이 뜨는 곳, 그곳은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상의 끝은 세상이 시작하는 곳이다.
이 책은 하나의 소재와 주제를 향해 가는 4편의 단편이 모인 연작소설이다. '속초' 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모인 각각의 인물들이 있지만 모두에게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묘하게 하나로 이어진다.

<최선의 선택>
속초시청에 근무하는 서른살 현정에게 기혁이라는 존재가 들어왔다. 바다 위에 떠다니며 어디에 닿을 지 모른다는 기혁의 말이 현정을 흔든다. 이제 현정도 그 삶을 택하려 한다.

<그해 겨울 눈 덮인 해변에서>
하윤은 갑자기 맡은 속초업무로 인해, 소연과 속초여행을 가기로 한다. 낯선 공간에서 어릴 적 누나에 대한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고 마음이 아파온다.
그해 겨울바다는 하윤에게도 누나 하선에게도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다시 기억될 지 모른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일에 지쳐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후는 쉬고 싶었다.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본다. 버티지 말고 그저 마음가는 대로 몸을 맡겨볼까?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달이 뜨는 동쪽, 세상의 끝>
연우는 서준이 죽어가며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화를 받는다. 달이 뜨는 동쪽에 함께 가자던 형. 이제는 10년이 지났고, 잊혀진 기억속의 서준이 떠오른다. 죽어가는 서준과 남은 시간들을 보내며 지나간 시간을 추억한다. 바로 그곳 달이 뜨는 동쪽에서.

달은 뜨고 진다. 그 자리에 다시 해가 뜨고 진다. 달이 뜨는 동쪽, 그 세상의 끝이자 시작에서 사람들은 하나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하나를 시작한다.
현재의 고뇌와 아픔은 바닷바람과 파도와 함께 날려 보내고 마음을 치유하여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이번 작품도 주얼작가의 이전 작품처럼 서정적이다. 잔잔한 일상이지만 모두의 마음속에 부는 태풍과 밝게 떠오르는 태양의 복잡한 감정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언제나처럼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또 새로운 것을 깨닫고, 한 걸음 더 성장하며 나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