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르카 유랑단
박혜영 지음 / 아무책방 / 2024년 12월
평점 :
부르카는 이슬람 교도들의 여성 의복이다. 온몸을 가리고 눈만 보이거나 망형태로 가리는 옷이라 여성억압정책의 상징이기도 하다.
비 이슬람교에게는 심한 거부감을 주는 이 의상이 책의 제목이라니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돌이켜 보면, 감수성 넘치는 소녀들에게 10대라는 나이는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도 세상이 힘들게 느껴지는 시기다.
그러나 아란, 돌리, 자옥, 지호에게는 소녀들을 힘들게 하는 삶의 무게들이 더 얹혀져 있다.
아란은 화장실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고, 체육시간을 함께 할 친구도 없다. 아란에게 학교는 감옥이다.
인도에서 온 돌리의 엄마는 히잡을 쓰지 않은 어느 날 사고로 죽었고, 그 후로 돌리는 아빠의 지시로 한국학교에서도 부르카를 쓰고 지낸다.
베트남으로 떠나버린 엄마가 그리운 자옥은 폐지줍는 할머니와 둘이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고단하게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희망은 없다.
지호에게 우울은 아무 이유없이 찾아왔다. 치료를 받으며 우울과 불안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런 날이 올 지는 알 수 없다.
사회는 이들에게 여러 종류의 투명 부르카를 씌워 놓았고, 소녀들은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허우적 댄다.
찐따, 무슬림소녀, 다문화 소녀가장, 우울증 환자라는 굴레까지 지닌 소녀들을 탈출시켜 준 건 기타, 보컬, 베이스, 키보드 연주를 하는 청소년 밴드였다.
마침, 돌리가 다문화 밴드를 만들려는 기획사의 명함을 받으며 그들은 밴드를 하기 위해 모인다.
한번의 합주가 끝날 때마다 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세상과 맞설 힘을 얻고, 억압에 저항할 용기를 가지며, 온전한 인간으로 독립할 이유를 얻는다.
부르카 유랑단은 그렇게 탄생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힘들다고 주저 앉아있기엔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다. 지금 느끼는 고통과 좌절이 영원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을 날도 찾아온다.
날 덮고 있는 부르카는 나 만이 벗어던질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자. 그 길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