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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내란의 끝 - 역사학자 전우용과 앵커 최지은의 대담 ㅣ K민주주의 다시만난세계
전우용.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1월
평점 :
12월3일 그날 밤!
다음 날인 기말고사인 아들은 방에서 공부를 하고, 나는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평범한 날이었다.
그 일이 일어난 것을 알기 전 까지는.
그 순간 이후로, 나는 매일 뉴스만 보게 되었다. 좋아하던 드라마도 영화도 더 이상 재밌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 책은 그날의 일을 역사학자와 앵커가 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그날 이후, 수많은 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듯, 이들도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차이라면 대화의 주체 두 사람이 한 명은 언젠가 그날의 일도 역사가 될 것을 확실히 아는 역사학자와 그날의 일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게 될 앵커라는 것이다.
1987년,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최루탄 연기에 눈물흘리던 초등학생이었다. 그 이후로는 최루탄 연기가 날아오는 날이 별로 없었으니, 모두가 더 이상 싸우지 않는 것, 그것이 내게는 민주주의였다.
그렇게 민주주의와 평화는 공기처럼 존재했다. 없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잘 모르는 공기같은 것. 그래서 내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맑은 공기였는 지 잘 몰랐나보다.
기성세대인 내게는 어렴풋한 기억이라도 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일은 상상조차 못할 만큼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역사, 사회 교과서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말이다.
그날 밤, tv 실시간으로 보게 된 모든 장면은 비현실적이었다. 내가 영화를 보고 있나 싶은 장면들이 휙휙 지나갔다.
오랜 시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생각이 다들 같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님을 알았다.
성 문화 된 법은 하나의 해석을 가지고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님을 알았다.
나름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모르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당혹했다. 그리고 그 당혹감은 이 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 온 대한민국은 적어도 점점 더 좋아지는 나라였다. 경제적으로는 놀랄만큼 윤택해졌고, 문화전반에서도 선진국이 될 만큼 발전해왔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국민임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많은 업적들이 하루아침에 흔들렸다. 탄탄하다고 생각했던 나라의 틀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휘청거리고 사람들은 좌우로 나뉘었다. 이렇게 허망하단 말인가.
책을 읽으며 그날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많이 슬프다. 그래도 희망을 놓고 싶지는 않다.
마이클 샌델은 말했다. "한국이 민주주의 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전 세계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될 중대한 사건이다. 한국이 이를 성공적으로 해결해내면 전 세계에 영감과 교훈을 줄 것이다"
정치인들도 분명히 알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이 나라는 그들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것을.
결국, 세상 만사는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 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