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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 피클스 - 이균 셰프가 그리는 음식과 인생 이야기 ㅣ 에드워드 리 컬렉션
에드워드 리 지음, 정연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평점 :
최근 가장 핫 한 쉐프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 에서 준우승한 에드워드 리이다.
나도 그 프로그램을 보았었는 데,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백악관 국빈만찬 셰프로 초청되었을 만큼 능력자였지만 방송내내 동네 아저씨처럼 소탈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이도 경력도 높은 데 젊은 요리사들 앞에서 나서지 않았고, 팀원일 때는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인생요리를 하는 부분에서는
미국 이주자로써 정체성을 고민하며 한국인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요리에 담는 모습으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여행 이외에는 한국을 떠난 적이 없는 나는 말도 피부색도 다른 낯선 국가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감정이 어떤 지 잘 모른다. 그러나 왠지 그 시간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이 책에는 그의 그런 인생여정을 진솔하게 볼 수 있는 데, 에드워드 리의 할머니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전쟁의 폐허였던 가난한 나라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과부였던 할머니는 미국음식을 요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뇌리에 그렇게 할머니는 고국과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는 요리에서 '퓨전' 이라는 말을 꺼린다고 한다. 그 말 안에 동양 문화권 음식이 너무 달라서 인위적으로 서양요리와 융합해야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일종의 요리적 인종차별이 내포되어서다.
같은 인종, 같은 국적끼리 모여사는 한국인들로써는 느낄 수 없지만, 미국에서 요리사로 인정받기 위해서 그는 매순간 생각하고 느꼈던 가져야 감정의 하나였으리라.
그런 내면의 갈등들을 자신만의 무기로 삼으며 그는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요리에 대한 본인의 주관을 키워왔던 것 같다.
책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스모크, 훈연을 여섯번째 맛으로 높이 평가한다. 어떤 요리든 훈연의 풍미를 더 하면 근사해진다. 그리고 그 연기 옆에는 한국의 절임음식과 유사한 피클이 언제나 함께 있다.
날카로운 맛의 피클만큼 강렬한 훈연의 맛을 깔끔하게 해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 둘은 마치 음양의 조화처럼 완벽하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인생사와 요리에 대한 가치관을 들으면, 그의 요리가 왜 깊은 맛을 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 지를 알 것 같다.
어느 분야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이는 기술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는 그의 요리에서 음양의 조화를 추구했다. 스스로가 이국땅에서 퓨전이 아닌 조화가 되기 위해 애썼듯, 자신이 바로 '스모크 앤 피클즈' 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방송을 통해, 음식을 통해, 책을 통해 보였고 많은 이들이 그 마음을 전달받았다.
그래서 일까? 인생사를 듣다가 뒤이어 나오는 음식들의 레시피들은 더 먹음직스럽고 소중해 보인다. 조화가 잘 되어 어느 누가 먹어도 만족할 음식들이다.
오늘, 에드워드 리의 삶이 담긴 레시피로 저녁식사를 차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