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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평점 :
가을이 성큼 다가온 요즘, 은행잎 빛깔의 책이 가슴에 안겼다.
언제나 믿고 보는 이기주 시인의 에세이다.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고 사랑하시는 지 미처 몰랐다.
제목처럼 정말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을 '그리다가, 뭉클' 솟아나는 감정을 글로도 쓰셨나보다.
작가의 글 에 '생이 유한하다고 느껴지는 나이' 라고 하셨다. 가을이 되면 유달리 더 그런 기분이 든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처럼 내 인생도 유한하기에 주변에 보이는 작은 것들이 모두 소중히 여겨지고 하나라도 더 눈에도 마음에도 담고 싶어진다. 사진보다 그림이 더 좋은 건, 더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난 긴 시간, '무용' 한 것들을 좋아했다.
드라마 대사처럼 '달, 꽃, 별, 웃음, 농담'
그렇게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며 추구하다 보니 내 삶도 무용하다는 생각에 좌절하곤 했다. 요증 사회에 시도 그림도 그런 대접들을 받는 것이 슬프다.
'슬픔' 이것이야 말로 무용함의 최고봉인데 그걸 나는 또 하고 있다.
이기주님의 시, 글 은 그 자체로도 늘 좋았는 데 그림과 함께 있으니 한 구절 한 구절이 더 뭉클하다. '생명 나무' 도 '아포가토' 도 그림이 함께 있어 더 오래 보게 되고, 더 천천히 글을 읽게 된다.
그림 속 거리와 풍경들은 그것만으로도 오랫동안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림 안에 글이 있고 글 안에 그림이 있다.
어른이 되면 그러지 않으려 아무리 애써도 자꾸 '라떼' 가 떠오르며 추억에 잠긴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안타깝고 그리워진다. 사라지는 것들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진대 나의 어린 시절과 그 기억과 모습마저 사라지는 것 같다.
시인도 그러한가보다. 열심히 그리고 쓰며 남겼다.
그저 지나가는 작은 장면, 풍경 하나일 뿐인데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라 나래나래를 편다.
오늘, 지금, 이 계절, 이 순간에 딱 맞는 글과 그림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