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6년, 대전쟁 이후 황폐해진 세상.군인인 18살 유이는 생체병기 아르굴 서식지 불시착했고, 그때 킨이 나타나 구해준다. 그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나 아르굴로부터 안전했다는 킨은 유이와 발안셸터에서 살게 된다. 같은 나이의 킨과 유이는 그렇게 친해지고 사랑한다. 셸터 밖의 공포스런 소리와 불안함은 사랑을 통해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인가? 18년 후, 그 사이 발안셸터 마저 무너지고 새로운 셸터 앤서가 생겼다. 유이의 아버지는 죽고 유이는 앤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기여도에 따라 사람들에게 점수를 주고 시민권을 주는 곳. 시민권을 얻기 위해 쿠니들은 노예같은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다. 앤서의 대통령 파비언이 하이난 섬 이주를 계획하던 때, 앤서 포털에 18년전 9월1일 부터 3일까지의 "킨의 일지" 가 올라온다. '이것은 유이와 킨의 이야기이다' 가 적힌 페이지로 시작하는 책에서 독자는 한참 이 이야기의 시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은 대전쟁을 불러왔고 세상은 황폐해졌으며 그나마 살기 위한 셸터가 만들어 졌고 부유층들과 쿠니같은 하층민들의 삶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가진 자들은 타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동면기술, 유전자 조작과 생명연장 기술로 그들의 삶을 영위한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대개 디스토피아라고 부른다. "킨의 일지" 는 앤서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주었고 사람들은 각자가 기억하는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유이는 킨이 그립다. 킨은 일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려 했다. 그리고 드러난 놀라운 진실!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문득 의문이 생긴다. '적은 누구인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아르굴은 적으로 보이지만 진짜 적은 오히려 그들 내부에 존재한다. 어쩌면 아르굴은 그저 환경오염이나 기후문제 처럼 셸터 밖에 나가지만 않으면 부딪히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안전하다며 환상을 심어주는 내부가 마냥 좋아보이지 않는다. 독재사회의 판타지처럼 보인다. 가상의 미래사회 이야기지만 현실 사회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유이와 킨의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애달프고 처량하다. 앤서 가 answer 인 이유는 이 세상과 모든 삶에 대한 답을 찾고 싶기 때문이겠지. 우리가 찾는 answer 는 과연 존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