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몰리맨디 이야기 5 - 금혼식을 준비해요 모든요일클래식
조이스 랭케스터 브리슬리 지음, 양혜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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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몰리맨디의 평화로운 일상이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아늑한 마을에서 멋진 풍경을 마주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요. 영국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와 친구들, 그 가족들이 나오는 동화에는 사랑과 우정, 따뜻한 정이 가득합니다.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기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위험하지 않은 범위에서 놀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할 일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서술자가 사람들의 행동을 묘사하면서 덧붙이는 말도 재미있고요. 요즘 어린이 도서에 자극적인 내용이 많은데 이 책을 보면 놀랄 일이 없어 좋습니다. 심하게 싸우고 욕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누군가가 죽는 내용이 꼭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밀리몰리맨디와 수전, 빌리가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소풍을 갈 때나 올챙이를 잡으러 갈 때, 모닥불에 요리를 할 때도 함께 해요. 친한 친구들은 뭐든지 함께 하니까요. 밀리몰리맨디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금혼식을 맞아 축하공연도 함께 준비하지요. 빌리의 집에 모여 축하 시를 쓰고 축하 노래 연습도 하고 주위에 있는 물건으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를 하는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금혼식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고 기뻐하는 조부모님을 보고 세 친구는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밀리몰리맨디와 빌리가 연못에 빠져 진흙을 뒤집어쓴 사건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둘은 밀리몰리맨디의 집 마당에서 각각 양철 욕조를 차지하고 거품 놀이를 하는데 따뜻한 햇볕 아래서 노는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 보여요. 소꿉친구들과 지낸 유년 시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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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신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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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경기를 볼 때면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난다. 허들에 걸려 넘어지는 선수도 있고 허들을 가뿐히 넘어가는 선수도 있는데 다들 너무 힘들어 보인다. 그냥 달려도 숨이 찬데 전력으로 달리면서 장애물까지 넘어야 하니 오죽 힘들까. 허들을 넘고 또 넘어 결승점까지 가는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는데 그 경기를 치르기 위해 노력한 시간과 노력의 양은 측정할 수없이 거대하다. 결승점에서 만족하는 선수는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며 생은 끝없이 세워진 허들을 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들을 넘어뜨리거나 넘어질 수는 있지만 멈추면 안 되는 허들 경기처럼 우리는 장애물 앞에서 넘을 수 있을지 가늠하고, 멈칫대기도 하고 장애물을 넘다가 넘어지기도 하지만 몸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다음 장애물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우리의 삶이 허들 경기와 다른 점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허들의 높이가 다르다는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 허들의 높이는 같지만 사람이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이 다르다고. 등장인물들은 눈앞의 장애물을 아주 힘겹게 넘어간다.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뒤통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갔지만 이들은 거북이가 기어가는 만큼의 속도 밖에 내지 못한다. 지나치게 높은 허들을 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그만큼이나 크고 기운은 너무나 빨리 소진된다. 그러나 어쩌랴. 도중에 멈출 수 없는 게 삶인 것을. 쓸모없는 비난이나 학습된 공포를 이기고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모두가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힘 있게 도움닫기를 해 허들을 펄쩍 넘어갔으면 좋겠다. 주류로 살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불행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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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돌아오다 소원저학년책 2
박선화 지음, 국민지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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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즐거운 날이에요.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니 말이죠. 그런데 정민이는 크리스마스가 오는 게 싫기만 해요.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너무 바쁘셔서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히 보내지 않으니 다른 날이랑 똑같다고 생각하지요. 사랑하는 동생 유이는 강아지 봄이가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데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 아예 크리스마스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12월 24일에 자고 일어났는데 24일이 다시 시작되는 거예요. 하루, 이틀, 사흘... 정민이의 말대로 25일은 안 왔지만 24일만 계속 반복되니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신기하게도 하루가 반복되는 걸 느끼는 사람이 또 한 명 생겨요. 정민이는 그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다시 시간을 원래대로 흐르게 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하지만 원인을 파악하기도,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네요. 반복되는 날은 언제 끝날까요.


일 년에 한 번, 착한 일을 한 아이는 산타에게 선물을 받지요. 크리스마스에 눈을 뜨면 곱게 포장된 선물을 보고 아이들은 기뻐하며 폴짝폴짝 뜁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선물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모두에게 즐거운 날은 사실상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소외된 사람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예요. 그렇지만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우리의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슬며시 보여주지요.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만 있다면 얼마든지 우리 스스로 산타가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어요. 모두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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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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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친구를 만날 때면 너무나 반갑다. 쉬지 않고 이야기하며 웃기 바쁘다. 지나버린 시간이 점점 더 애틋해져서일까.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묘하게 대화가 어긋나기도 한다. 서로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다를 때다. 내가 말하거나 행동한 적이 없는데 구체적인 상황까지 제시하며 네가 그랬다고 말하는 데는 당할 재간이 없다.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잘못 기억하는 건가 싶어 절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의 기억은 정확할까. 혹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도 쉽게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수가 그랬다고 하면 그랬던 일이 되므로. 불과 몇 년 전 일도 헷갈리는데 중고등학생 시절, 더 거슬러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일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 않을까. 내 뒤에서 누군가 영상을 계속 찍고 있지 않는 이상 말이다.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한 책은 많다. 전문서적은 물론이고 소설에서도 많이 다루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겪은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면 아마 그런 내용은 이야기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일은 잊어버린다. 문제는 중요한 일도 세세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고를 당해 최근 2년 동안의 기억을 잃은 주인공을 보면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답답할지 생각해 보았다.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 누군지 알 수 없는 사진, 언제 샀는지 모를 물건들을 보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2년 동안 새로 사귄 친구들을 길에서 만났을 때 못 알아보거나 같이 일하게 된 거래처 직원을 처음 본 것처럼 대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편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기억 상실, 미행, 사고 등의 소재로 큰 그림을 그린 소설을 읽어 나갈수록 기억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두가 똑같은 것을 기억하게 된다면 또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 특정 기억을 삭제할 수 있게 된다면 할 것인지 생각하느라 바빠졌다. 기억이 없다면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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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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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두렵다. 아마 알지 못하는 영역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두려움 없이 죽음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완화의료 전문가로서 20여 년 동안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인생이 너무 후회된다면서 미련을 못 버리기도 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그 사람을 찾은 뒤 홀가분하게 마지막을 준비하기도 하고 지나온 세월이 참 좋았다며 평화로운 얼굴로 주변 정리를 하기도 한다. 저자는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차이가 크다면서 이런 태도는 생의 마지막에 만들 수 없으니 삶을 살아가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한다.


수명이 다 되어 평온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삶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든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를 덜 할 수 있을 듯하다. 선택할 때 그 결과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므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삶과 연결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마지막 순간을 결정하는 거 아닐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행복한 일이 많았다면 담담히 끝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를 지니는 일을 하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행복한 삶은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죽음마저 그러하다는 뜻이겠다.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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