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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신주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허들 경기를 볼 때면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난다. 허들에 걸려 넘어지는 선수도 있고 허들을 가뿐히 넘어가는 선수도 있는데 다들 너무 힘들어 보인다. 그냥 달려도 숨이 찬데 전력으로 달리면서 장애물까지 넘어야 하니 오죽 힘들까. 허들을 넘고 또 넘어 결승점까지 가는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는데 그 경기를 치르기 위해 노력한 시간과 노력의 양은 측정할 수없이 거대하다. 결승점에서 만족하는 선수는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며 생은 끝없이 세워진 허들을 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들을 넘어뜨리거나 넘어질 수는 있지만 멈추면 안 되는 허들 경기처럼 우리는 장애물 앞에서 넘을 수 있을지 가늠하고, 멈칫대기도 하고 장애물을 넘다가 넘어지기도 하지만 몸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다음 장애물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우리의 삶이 허들 경기와 다른 점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허들의 높이가 다르다는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 허들의 높이는 같지만 사람이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이 다르다고. 등장인물들은 눈앞의 장애물을 아주 힘겹게 넘어간다.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뒤통수도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갔지만 이들은 거북이가 기어가는 만큼의 속도 밖에 내지 못한다. 지나치게 높은 허들을 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그만큼이나 크고 기운은 너무나 빨리 소진된다. 그러나 어쩌랴. 도중에 멈출 수 없는 게 삶인 것을. 쓸모없는 비난이나 학습된 공포를 이기고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모두가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힘 있게 도움닫기를 해 허들을 펄쩍 넘어갔으면 좋겠다. 주류로 살지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불행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