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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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닷속에서 빛을 내며 너울거리는 해파리는 아름답습니다. 텔레비전으로 볼 때는 감탄하면서 바라보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보게 될 때는 절로 피하게 됩니다. 해파리에 쏘이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지요. 해마다 뉴스에서는 해파리가 해안에 나타나 사람들을 다치게 만들고 양식장에 피해를 입힌다고 보도합니다. 아름다운 해파리가 어쩌다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게 된 걸까요. 해파리는 그저 우리에게 피해만 주는 생물일까요.


이 책은 사람이 해파리를 바라볼 때와 해파리의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볼 때 입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해파리가 태어나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해변까지 밀려와 사람을 마주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처음 보는 생물, 여자아이에게 촉수를 뻗자 아이는 상처를 입고 그에 분노한 아버지가 해파리를 모래사장에 내동댕이치지요. 사람들은 해파리가 말라가는 모습을 구경하기만 합니다. 시간이 지나 해파리가 죽어갈 때 상처 입은 여자아이가 다시 해파리를 바다로 보내줍니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호기심 많은 해파리를 알아본 걸까요. 해파리는 이제 바다로 돌아가 행복하게 지내게 될까요.


해파리는 바다로 돌아가지만 행복한 결말로 매듭지어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해파리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을 지나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아니라 비닐봉지, 페트병 같은 쓰레기들이 많습니다. 온갖 쓰레기가 떠다니는 바다가 깨끗할까요. 해파리가 깊은 바다에 있지 않고 해안가로 떠밀려 오게 되는 이유를 그제서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바다는 점점 오염되고 수온이 높아지고 있지요. 해파리는 그저 살던 곳의 수온이 변한 데다 먹을 것도 부족해서 해안까지 오게 되었을 겁니다. 해파리를 잡아먹는 바다거북이 점점 줄어들어 그 수도 많아졌지요. 해파리가 밀려와 피해를 입힐 것만 걱정할 게 아니라 바다를 살릴 생각부터 해야겠지요. 깨끗한 바다 깊은 곳에서 해파리들이 자유롭게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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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드워드 - 살아남은 아이, 유일한 생존자이자 신이라 불린 소년에게
앤 나폴리타노 지음, 공경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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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때면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기체가 비스듬히 들리며 이륙할 때 손을 꼭 쥐고 눈을 감으며 괜찮을 거라고 속으로 되뇐다. 편리한 교통수단임에 틀림없지만 되도록이면 타는 걸 피하고 싶다. 사실 비행기는 버스나 기차에 비해 사고율이 낮다. 그렇지만 불안한 이유는 늘 지내는 땅이 아니라 허공에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고가 난다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질 것인데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린다. 높은 곳에 잘 올라가지 못하는 기질과도 상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행기 사고를 떠올리며 공포를 느끼는 대신 생존자의 삶에 관심이 갔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으며 떠난 자들보다 남은 자들에게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걸 새삼 느꼈다.


뉴욕에서 이륙한 LA 행 비행기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192명이 탄 비행기가 추락해 단 한 명만 살아남는다. 12살 소년, 에드워드. 세상은 소년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낸다. 부모와 형을 잃고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소년에게 그런 관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고가 난 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어디서도 편안하게 있을 수 없는 에드워드는 이모와 함께 살게 되는데 옆집에 사는 쉐이와 친해지면서 겨우 안정을 찾아간다. 에드워드는 어느 날, 유가족들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 뭉치를 발견하면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들이 보낸 편지에는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진심으로 하는 말들이 담겨 있다. 후회하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들의 가족이었던 그날의 승객들이 알았으면 좋았을 감정들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우리는 가족과 헤어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함께 할 것이란 착각에 빠져서는 진심을 숨기기도 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 무신경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함께 할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평소와 다름없이 목적지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던 승객 누구도 자신의 앞날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에드워드는 이미 일어난 일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 그날 함께 비행기에 있었던 모두를 기억하면서. 에드워드에게 이미 일어난 일은 뼛속에 새겨져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한 의사의 말은 아마도 맞을 것이다. 에드워드의 일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지. 그러나 마지막 순간 아버지와 조던과 에드워드가 서로에게 남긴 말은 영원히 따뜻하게 기억에 남을 테다.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온 그가 소중한 사람들을 힘껏 사랑하면서 살 날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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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 상하이 - 오자키 호츠미는 그곳에 있었다
강신덕.김성숙 지음 / 신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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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천장절 기념행사가 열렸다. 한창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조선 청년 윤봉길이 연단을 향해 폭탄을 던졌고 일제의 전범들이 쓰러졌다. 이 사건은 외신 기자들을 통해 금세 세계로 퍼졌다. 조선의 확고한 독립 의지를 천명한 이 사건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어려 있었을까.


이 소설은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조명하면서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격동기의 상하이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 여러 나라의 기자들,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은 곳, 상하이에 의도치 않게 발을 디딘 조슈아 칼린이 중대한 사건에 휘말리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역사적인 순간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전 세계 주재원과, 특파원, 스파이들이 모여들던 상하이는 평범한 도시가 될 수 없었다. 온갖 음모가 횡행하는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냈다. 누군가는 중요한 것을 걸고 거래를 하고 누군가는 대의를 위해 희생했던 시절, 애국자와 매국노가 함께 살아가던 그 암울한 시대가 그대로 다가와 계속 가슴이 먹먹했다.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 실재한 사건과 상상이 자연스럽게 섞여 당대의 모습을 복원하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잘 짜인 16부작 역사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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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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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책에는 디저트가 많이 나와서 달콤한 디저트를 꼭 옆에 두고 먹으면서 읽게 돼요. 이번엔 어떤 내용으로 일상을 묘사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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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탐정 레베카 4 : 오싹오싹 유령 추적 작전 아홉 살 탐정 레베카 4
PJ 라이언 지음, 토리아트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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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유령이 있을까요. 유령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죠. 그런데 믿든 안 믿는 유령 이야기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유령이나 외계인이나 그 존재가 밝혀지지 않아서 더 관심이 많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어요. 특히 여름이 되면 소설, 영화로 유령들을 많이 만나게 되죠. 깜깜한 밤에 스르륵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유령!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다 보면 더위도 잊게 돼요. 이번에 레베카도 마을에서 유령을 쫓게 되지요. 레베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레베카는 유령을 믿지 않아요. 지금까지 만난 적 없고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단언해요. 유령이 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믿을 필요도 없다는 거죠. 그런데 어느 날 밤, 잠에서 깼을 때 창밖을 지나가는 여자를 보고 유령이 아닌가 생각해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양초를 든 여자의 모습이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았거든요. 그럴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레베카도 유령을 떠올리며 덜덜 떨게 되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꿈이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실제로 유령이 있다면 잡겠다고 결심을 하죠. 밤이 되어 캠코더와 야구 방망이를 준비한 레베카와 단짝 마우스는 유령을 만날 수 있을까요.


레베카는 이번에도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요. 무섭다고 숨거나 포기하지 않고 궁금한 점을 끝까지 파고드는 모습이 멋지네요. 친구인 마우스가 옆에 있어 든든합니다. 만약 유령이 있다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기도 전에 무서워서 떠는 사람 중 누구에게 모습을 보일까요. 유령의 마음은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하면 사람들을 다루기 쉽지 않을까요. 어쨌든 유령이 있든 없든 그냥 이야기 속에서만 만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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