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드워드 - 살아남은 아이, 유일한 생존자이자 신이라 불린 소년에게
앤 나폴리타노 지음, 공경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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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때면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기체가 비스듬히 들리며 이륙할 때 손을 꼭 쥐고 눈을 감으며 괜찮을 거라고 속으로 되뇐다. 편리한 교통수단임에 틀림없지만 되도록이면 타는 걸 피하고 싶다. 사실 비행기는 버스나 기차에 비해 사고율이 낮다. 그렇지만 불안한 이유는 늘 지내는 땅이 아니라 허공에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고가 난다면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질 것인데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린다. 높은 곳에 잘 올라가지 못하는 기질과도 상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행기 사고를 떠올리며 공포를 느끼는 대신 생존자의 삶에 관심이 갔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으며 떠난 자들보다 남은 자들에게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걸 새삼 느꼈다.


뉴욕에서 이륙한 LA 행 비행기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192명이 탄 비행기가 추락해 단 한 명만 살아남는다. 12살 소년, 에드워드. 세상은 소년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낸다. 부모와 형을 잃고 견딜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소년에게 그런 관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고가 난 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어디서도 편안하게 있을 수 없는 에드워드는 이모와 함께 살게 되는데 옆집에 사는 쉐이와 친해지면서 겨우 안정을 찾아간다. 에드워드는 어느 날, 유가족들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 뭉치를 발견하면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들이 보낸 편지에는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진심으로 하는 말들이 담겨 있다. 후회하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들의 가족이었던 그날의 승객들이 알았으면 좋았을 감정들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우리는 가족과 헤어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언제나 함께 할 것이란 착각에 빠져서는 진심을 숨기기도 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에 무신경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나 함께 할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평소와 다름없이 목적지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던 승객 누구도 자신의 앞날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에드워드는 이미 일어난 일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 그날 함께 비행기에 있었던 모두를 기억하면서. 에드워드에게 이미 일어난 일은 뼛속에 새겨져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한 의사의 말은 아마도 맞을 것이다. 에드워드의 일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지. 그러나 마지막 순간 아버지와 조던과 에드워드가 서로에게 남긴 말은 영원히 따뜻하게 기억에 남을 테다.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온 그가 소중한 사람들을 힘껏 사랑하면서 살 날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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