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게 4 - 수수께끼를 풀어 드립니다 십 년 가게 4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다케 미호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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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레이코를 보면 이야깃거리가 퐁퐁 솟아나는 샘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특색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어 이야기를 구상하고 시리즈로 엮여내는 재주가 여간 아니에요. 이상한 과자를 파는 묘령의 여인, 보석 이야기를 전하는 베일에 싸인 보석가게 주인, 혼령을 빌려주는 혼령 장수 등이 전하는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보다가 팬이 되었어요. 이번엔 어떤 물건이든 십 년 동안 보관하는 가게가 나오는 이야기에 빠져들었어요. 맡기고 싶은 물건이나 찾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스르르 나타나는 가게가 참 신비스러워요. 소망이 있는 곳에 길이 생기는 걸 보여주는 듯하네요. 물건을 맡긴 후 찾으러 오지 않는 고객의 물건은 상점이 소유하게 되는데 이를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어요. 독특한 시스템이지요.


추억이 가득한 물건이나 아끼는 물건을 보관할 수도 있고 멀리 두고 싶은 물건도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을 맡기고 싶어 할 것 같아요. 남들이 뭐라든 내게 소중한 걸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면 좋을 테니까요. 다만 물건을 맡길 때는 수명 일 년, 물건을 살 때는 수명 이 년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니 잘 생각해 볼 일이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말이에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선뜻 원하는 걸 사는 사람도 있을 테고 줄어드는 수명이 아까워 물건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어찌 됐든 십 년 가게의 물건은 계속해서 바뀌며 쌓여갈 것이고 이야기는 계속되겠지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앞으로도 흥미로울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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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수수께끼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4
박빛나 지음, 현상길 감수 / 풀잎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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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가족이 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일이 재미있는 만화로 표현되어 있는 수수께끼 이야기책이에요. 별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마녀에게 저주를 받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이 가족은 무사히 여행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무시무시한 문지기가 지키는 휴게소를 몇 군데나 거치면서 모두가 힘을 합해 수수께끼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막내는 너무 무서워 울기도 하고 모두가 작은 구슬에 갇힐 뻔하기도 하는 등 몇 번의 고비를 거치게 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렸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가족의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그랬네요. 비유와 상상이 가득한 수수께끼를 풀면서 가족끼리 더 돈독해진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사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빵빵 가족과 문지기들이 모두 귀여워요. 오히려 쉬울 거라 생각했던 수수께끼를 풀다가 중간에 막히곤 해서 진짜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여행지에 가지도 못했겠다 싶기도 했어요. 어릴 때 신나게 봤던 수수께끼 책을 생각하면서 아이와 즐겁게 읽었답니다. 이 책은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인데 앞에 나온 세 권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어요. 맞춤법, 관용어, 속담도 이렇게 재미있게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은연중에 익힌 내용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면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잊히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을 고르게 되네요. 빵빵 가족은 지금쯤 여행지에서 편하게 쉬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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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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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을 동화 형식으로 바꾼 책을 읽으며 어린 마음에도 말괄량이를 길들이는 내용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내를 복종시키려고 하는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뒤로 이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얼마 전에 이 희곡이 영주의 장난으로 잠깐 귀족이 된 주정뱅이 남자가 연극을 관람하는 내용이라는 걸 알고 다시 읽어보았다. 이 희곡이 쓰일 당시에는 여성들의 위치가 남성보다 확연히 아래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는 부드럽고 순종적인 여성을 원하는 남성들의 생각이 완벽하게 충족되는 곳은 연극 속에만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동물이 아닌 사람을 길들이겠다는 남자를 보며 호응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내용이라 생각하면서 보면 속이 한결 편하다.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화로 해결해도 될 일을 굳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덤벼들면서 해결하려 할 것까지야.


아내를 길들이는 극중극의 내용보다는 모든 것을 가진 영주가 하는 행동이 더 기억에 남는다. 맨바닥에서 자는 주정뱅이를 곯릴 생각을 하며 즐거워하는 그를 보니 옛날 유럽 왕실에서 눈요기용으로 두었던 광대, 기형아들이 떠오르며 물질적인 어려움 없이 살면서 느끼는 권태로움을 해소하는 귀족층의 권력이 엄청난 것이었겠다 싶었다. 술집 여주인에게 내쫓기며 박대당한 슬라이가 술에 곯아떨어졌다 눈을 뜬 뒤 근사한 방에서 좋은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어리둥절하면서도 꿈과 헷갈리지 않았을까.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면서도 극진히 대하는 하인들의 연기에 속아 자신이 영주라 착각하는 그가 우스우면서도 안됐다 싶었다. 자신이 연극의 등장인물이 된 것도 모른 채 또 다른 연극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에는 내쫓길 테니 말이다. 다시 돈 한푼 없는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가서는 잠깐 멋진 꿈을 꾸었다고 여기게 될까. 남은 생을 그 꿈에 기대어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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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녁마다 삶의 방향을 잡는다 - 무너진 일상을 되찾는 저녁 1분 루틴
고토 하야토 지음, 김은혜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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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은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을 회복시킬 시간이라고 한다. 열심히 보낸 하루의 끝에서 지친 마음을 안고 비스듬히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자는 밤이 계속된다면 스트레스가 풀릴까. 하루가 참 허무하게 지나간다는 생각만 들 것이다.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무기력한 저녁을 꿰뚫어본 저자는 마음을 다독일 사람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피로와 후회를 초기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떻게 흘러가는지 느낄 새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어렵지 않다. 그저 몇 분만 들이면 되는 간단한 행동들이다. 후회를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돕는 책이라고 하면 될까.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장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며 다음날을 기대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좀 더 나은 날들을 보낼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얼마 전에 <시지프스>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과거에 한 일들이 후회되어서, 자신이 한 선택을 되돌리고 싶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인상 깊었다. 과거로 돌아간 사람들이 어떤 방법을 써도 돌이키고픈 상황이 바뀌지 않아 비통해 하는 장면을 보며 현재를 충실히 보내지 않는다면 먼 훗날 저런 심정을 품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미처 털어내지 못한 후회가 쌓인다면 언젠가 한데 뭉쳐져 가슴을 짓누를지도 모른다. 그때 후회한들 무엇할까. 그리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늘그막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사람들을 봤기에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문제이다. 오늘 만난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털어내고 자신의 부끄러웠던 행동에 너무 깊이 함몰되지도 않으면서 조금씩 더 나아지는 내일을 만들기 위해 조금만 노력한다면 미래의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몸부림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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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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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로켓 부품을 만들던 쓰쿠다제작소가 인공 심장, 변속기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가 3권까지 펼쳐졌다. 마지막 권에서 쓰쿠다제작소는 농업을 구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무인 농업로봇 사업에 전념한다. 점점 앞으로 나아가면서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지만 여기저기서 배신당하기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는 직원들의 열정에 박수가 절로 난다. 작은 회사의 비애를 이토록이나 잘 드러낸 소설이 있었나 싶다. 현실에서 자본력에 밀려 기술을 갈취당하고 사라지는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들을 보호할 울타리가 마련되는 세상이 언젠가는 왔으면 한다.


비즈니스는 칼같아야 한다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마저 품으며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쓰쿠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경쟁심과 복수심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잊지 않는 그의 인간성이 부럽기까지 하다. 사업이 돈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쓰쿠다가 사장으로 있는 한 쓰쿠다제작소는 앞으로도 쉼없이 기술을 개발하며 선한 영향력을 미칠 듯하다. 소제목인 '야타가라스'는 일본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까마귀로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신성한 새를 뜻하며 길을 안내하는 신의 심부름꾼이다. 소설 속에서 우주에 쏘아 올린 길잡이 위성에 이 이름을 붙였는데 쓰쿠다의 바람과 일맥상통하는 단어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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