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바통 5
김홍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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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관종'이라는 말이 남발되기 시작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르던 단어는 이제 거슬리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붙이는 말이 되었다. 친구끼리 장난을 칠 때나 자조적인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니 처음의 부정적인 뜻은 희석되었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타인을 낮잡아 일컫는 말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단편집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종의 다양한 유형이 나와 있다. 대화에 끼고 싶어서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 출처가 불분명한 사실을 퍼뜨리는 사람,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모든 것을 꾸며내는 사람, 단 한 명에게라도 온기를 나눠 받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폭력 사건의 피해자까지. 한 단어가 적용되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평소에 생각했던 관종의 뜻에 가장 부합한 <모자이크>도 인상적이었지만 관종을 직업으로 삼겠다 선언하는 인물이 나오는 <젊은 근희의 행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떤 회사에서도 진득하니 버티지 못하는 동생을 철없다 여기지만 빌라 보증금을 지원하고 엄마를 돌보는 책임을 떠안은 K-장녀의 속 터짐에 공감이 되어서일까.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라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동생이 이해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이 욕하는 것을 두고볼 수도 없는 언니, 악플을 남긴 사람들에게 똑같이 대응할까 하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나의 동생 많관부'를 외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부러워하며 자신의 매력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동생이 적성을 찾은 듯하니 응원해 줄 수밖에. 언니의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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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숨 쉴 때 웅진 세계그림책 222
다이애나 파리드 지음, 빌리 렌클 그림, 김여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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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을 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숨을 쉴 때 산소가 폐로 들어가 장기로 이동하고 숨을 내쉴 때는 이산화탄소가 몸 밖으로 나가지요. 그렇게 우리의 몸을 떠난 공기는 자연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하루에 무수히 호흡하면서도 우리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걸 인식하지 못해요. 셀 수 없이 많이 반복되는 행동이라 일일이 신경을 쓰면 다른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네요. 말하고 노래하고 걷고 뛰는 모든 행동은 공기가 있어 가능해요. 사람뿐 아니라 풀과 꽃, 나무도 마찬가지지요. 이 그림책은 모든 생명의 근본이 되는 '호흡'을 이야기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있어요. 숨을 들이쉬면 하늘 한 조각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요. 숨결이 흘러 흘러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지 몰라요. 사람과 자연, 우주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숨을 쉬는 아주 짧은 순간을 포착해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황사, 공기 오염으로 숨쉬기가 곤란해질 때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지요. 마스크를 쓰고 다닌 요 몇 년은 특히 그랬고요.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걸 일깨우는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숨 쉬며 뛰노는 환경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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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한국 기업에 거버넌스의 기본을 묻다 서가명강 시리즈 23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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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투자론 분야를 연구해 온 이관휘 교수가 쓴 책이다. 주식시장의 중심인 기업지배구조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어 투자자들이 투자할 때 기업의 어떤 부분을 살필지 도움이 될 만하다. 주주우선의는 무엇인지, 경영자가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상장기업의 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살피면서 경영자와 주주와의 갈등, 주주와 채권자의 갈등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도 이야기한다. 실제로 주식투자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자인 주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투자한 돈을 기업이 잘 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꾸준히 성장한다면 주식 가격이 안정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주주와 기업 모두가 잘 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시각은 단기적인 성과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근시안적인 경영'을 부르게 되므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거라 예상되는 프로젝트가 외면당하기도 하고 고용의 양과 질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어도 좋을 것 같다.


주주는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고 경영자는 자신의 보수가 오르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동상이몽이랄까. 바라는 것과 정보력의 차이는 주주와 대리인 사이에 갈등을 야기한다. 이를 대리인 문제라 하는데 경영자 성과 보상 체계, 독립적인 이사회, 소유구조, 해외 상장 등의 방법 등이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례 등을 접할 수 있어 좋았고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경영자를 모니터링하는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활동, 즉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지는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전쟁 등의 변수가 생기는 것은 개인으로서 어쩔 수 없겠지만 기업을 살피고 지배 구조와 정보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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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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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피해자 위주로 전개되는 다수의 범죄 소설과 달리 유족의 입장을 자세히 그려낸 소설이다. 강도에게 아이를 잃고 아픔을 이기지 못한 채 이혼한 나카하라가 십여 년 뒤에는 아내였던 사요코의 부고까지 듣게 되는 도입부를 읽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거듭 겪게 하는 저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죄를 지은 자에게 형벌을 내린다면 어떤 형태여야 할까. 특히 살인자의 경우에는. 저자는 형벌이 온전한 속죄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대립되는 의견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반성 없이 덤덤하게 사형되는 범죄자를 본 변호사는 사형이 무력하다고 한다. 사형은 범죄자를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유족들은 반대의 입장이다. 살인범이 사형된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으므로 사형은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는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며 속죄하는 사람도 있으니 형벌만이 답이 아니라고도 한다.


저자는 영리하게도 중립적인 입장에 서서 형벌과 속죄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살인을 저지른 자는 한 생명만 앗은 걸까. 남겨진 가족들이 잊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만든 데 대한 책임은 없는 걸까. 살인자에게 십 년 정도의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과연 적당한가. 모범수라는 이유로 형기를 다 채우지도 않고 나오는 것은 옳은 일인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이유로 감형되는 것은 정당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여러 인물들이 각기 다른 상황에 서서 옳다고 느끼는 생각을 내보이는데 그중에서 딸을 잃고 사법제도를 고찰한 사요코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을 죽인 자의 반성이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할지라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죽은 자가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서 범죄자를 용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죄를 지은 자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함은 자명하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됐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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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지 모를 희망 말고 지금 행복했으면 - 모든 순간 소중한 나에게 건네는 헤세의 위로
송정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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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마음을 지닌 저자가 헤세의 소설을 읽다가 어떤 문장에 이르러 자신감을 얻는다. '나보다 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한 가지에 있어서는 자신이 최고라는 당당함이 듬뿍 담긴 문장이다.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지만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땐 단점만 보일 때가 있다. 스스로가 초라해 견딜 수 없을 때 이렇게 떠올릴 문장이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헤세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푹 빠져든 저자는 그 속에서 찾은 헤세의 문장들을 우리에게 건넨다. 자신의 삶과 생각을 털어 놓은 작품들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헤세. 그는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라는 걸 상기시키며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세상을 사랑하라 말한다. 스스로에게 맞는 삶의 형태를 찾으라는 말에 깊이 동감하며 인생에 주어진 단 하나의 의무, 행복에 충실하자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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