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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
황주리 지음 / 노란잠수함 / 2017년 2월
평점 :

<한 번, 단 한 번, 단 한 사람을 위하여>는 화가 황주리의 그림소설입니다. 7편의 단편이 저자의 그림과 함께 펼쳐집니다. 그림과 글 모두에 재능이 있는 저자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여러 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표지에는 활짝 핀 해바라기와 사람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꽃잎의 색깔이 제각각인 꽃 안에서 사람들은 놀고 생각하고 노래하고 사랑합니다. 이 장면은 삶의 다양한 부분을 다채롭게 풀어낸 그녀의 이야기들과 잘 어울려 보입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일을 겪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선택을 하며 때에 따라 감정은 수시로 변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생도 그렇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모두 다릅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싸우고 이혼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외로워서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사랑하지만 헤어지기도 합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잊지 못해 현재의 사랑을 아프게도 하고 기억을 잃은 채 옛 사랑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들은 사랑을 하면서 설레고 행복하고 아파합니다. 동시에 무엇인가를 그리워합니다. 나를 떠난 소중한 사람들, 두고 온 나라, 지나간 순간들에 이르기까지 그리움의 대상은 다양합니다. 외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이 그리움을 놓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지만 외로워하고 다시 그들과 떨어지게 되면 그리워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이쯤 되면 사람은 지나간 모든 순간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치매나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상처만으로 한없이 불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아내에게 맡기고 떠나는 남편이나 한쪽 팔을 잃은 딸에게 애정을 쏟지 못하는 아버지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들 곁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은 상처를 받게 되지요. 그런데 상처 받으며 살아가던 주인공들은 문득 어떤 순간에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알게 되고 그들조차 차츰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름의 자기방어였다 해도 말입니다. 그들 또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던 사람들이었다는 생각만 듭니다. 세상을 사는 것이 너무나 서툴기만 한 그들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혼자만 행복하게 산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랑과 다양한 그리움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은 예측할 수 없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오늘 함께 하는 사람과 내일을 기약할 수 없고 오늘 행복하다고 해서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삶에 나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평탄하게 살다가도 한두 번쯤, 어쩌면 몇 번쯤은 굴곡을 겪게 되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사랑과 그리움, 그 모든 것을 포함한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저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들이 가슴에 남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나의 모습,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씩 비쳐보면서 사람 사는 것이 어느 부분에서는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들이 많겠지요.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더 힘들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나의 삶은 이어질 것이고 나의 사랑과 그리움 또한 그러하겠지요.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며 그리워하기보다는 지금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